CD금리 조작...‘금융사기꾼들’ 전성시대와 도둑들

[기사로 보는 경제](16) 누가 ‘자유시장’을 아름답다 했는가?

CD금리 조작사태, 과연 누가 얼마나 챙겨먹었나

몇 주 전부터 세계금융시장을 강타한 ‘리보금리’조작사태가 한국에 상륙했습니다. 17일부터 공정위가 증권사와 은행들에 대한 직권조사에 들어갔는데요. ‘자진신고제’(1순위 자신신고시 과징금을 면제해주는 제도)를 활용한 어느 증권사로부터 이미 CD(양도성 예금증서)금리 담합의 증거를 확보한 상태라고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도 이제 본격적인 소송사태와 금융혼란이 발생하리라 짐작됩니다.

왜냐하면 지난 5월 기준 642조원 규모의 가계 대출 가운데 43%인 278조원이 CD 금리에 연동돼 있다고 하는데, 만약 담합으로 금리를 0.1%포인트만 더 받아도 은행들은 연간 2780억 원의 부당 이득을 챙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CD금리와 연동된 이자율 스왑 파생상품시장 규모가 4000조 원에 이르는데, CD금리가 조작되었다고 한다면 이에 연동된 파생상품의 기초가 허물어지는 것이기에 금융시장의 대혼란은 피할 수가 없습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면 최근 2년간 다른 시중금리와 비교한 CD금리의 비정상적인 변동추이를 볼 수 있습니다.


보시듯 주요 시장금리인 회사채 금리와 국고채 금리는 하락하는데 오히려 CD금리는 상승하고 있습니다. 그 시기는 CD발행규모가 급감하기 시작하였던 2010년과 맞아떨어집니다. 설상가상으로 1년 전부턴 단기금리인 CD금리(91일)가 중장기금리인 국고채(3년)보다 더 커져 버리는 기이한 현상마저 발생하고 있습니다.


보시듯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2010년부터 객관성이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이 CD금리와 연동된 대출금리는 지금까지도 이 지표에 근거해서 산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상적인 경우라면 어떻게 산출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왜곡이 대출금리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분석하기 위해 최근 3년간 주요 시장금리를 추이를 비교하면서 적절한 값을 산출해 보았습니다. 아래 표를 보시죠.

  주1) : 가중평균 [(콜금리1일)x3+(국고채3년)x1]/4으로 계산, 2010년 3분기 수치에 기준을 맞춤 [출처: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4. 금리 , 단위 : 분기별 평균금리, %]

보시듯 앞서 설명 드린 대로 2년 전부터 왜곡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2010년부터 CD금리를 재추정하여 은행들이 얼마나 부당이익을 취했는지를 분석해 보았습니다. 최단기 금리지표인 콜금리(1일물)와 국고채(3년물)를 가지고 3:1 가중평균으로 적정 CD금리를 계산하였습니다. 2010년 3분기부터 왜곡되었다고 가정하고 적정수치를 산출한 것이죠. 그리고 이 값과 현재 CD금리와의 격차를 계산하여 어느 정도 왜곡이 발생했는지를 계산한 것입니다.

맨 마지막 연두색 부분이 (현재 CD금리 – 적정CD금리)를 계산한 것인데요, 2010 3분기부터 2012년 2분기 까지 2년간 평균적으로 0.2% 정도의 격차가 발생합니다. 그러므로 이에 연동된 대출이자도 이 만큼 더 낮아져야 하는데 실제론 낮아지지 않아서 은행이 대출이자를 더 챙길 수 있게 된 거죠.

지난 5월 기준 가계 대출 가운데 278조원이 CD 금리에 연동되어 있다고 하는데, 2년간 평균 0.2% 이므로 산술적으로 따져 볼 때, 1조 112억 정도가 은행에서 챙긴 부당이익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 금액은 작년 은행들의 순수익이 8조, 배당액이 3.2조 가량임을 볼 때, 엄청난 금액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은행대출자들의 고통으로부터 짜낸 이런 이자수익이 어처구니없게도 CD금리 조작에 의해 벌어졌다는 사실에 분노를 금할 길 없습니다.

또한 공정위가 CD금리 이외에도 대출상품과 연동된 여타 다른 금리지표들, 가령 ‘코픽스’ 등의 답합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만약 이것의 실체가 추가적으로 밝혀진다면 은행들이 그동안 취했을 이자수익의 대부분이 이런 조작에 근거한 지능적 약탈이라고 볼 수밖에 없을 텐데요.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우리 모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습니다.

수요공급에 의한 자율시장? 천만에 ‘가격결정자’가 이미 존재했다

여기서 잠깐, 그럼 이렇게 문제되는 CD금리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CD(Certificate Deposit)는 말 그대로 양도할 수 있는 예금증서입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은행에 1000만원을 예금했다고 합시다. 예금자가 사업자금으로 이 돈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다시 은행에 찾아가 그 사람이 1000만원을 인출해야 합니다. 그런데 만약 양도할 수 있는 예금증서가 있다면 굳이 1000만원을 되찾을 필요 없이 이 예금증서를 타인에게 지급할 수 있는 거죠. 본래 의미는 이렇지만 사실 은행이 발행하는 채권과 동일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은행이 자금이 모자랄 때, 이를 채우기 위해서 채권을 발행하기도 하는데 그와 유사한 것입니다.

그래서 은행이 얼마만큼의 이자율로 이 채권을 발행할지를 결정할 때, 증권사가 얼마면 사겠다는 걸 호가(부르는 가격)로 제시하고 그걸 취합해서 최고가와 최저가를 제외한 평균을 구해 발표하는 것이 바로 CD금리입니다. 그러므로 이 금리는 실제 거래된 금리가 아니라, “이 정도는 되야 채권을 사겠다”고 하는 구매자들이 부르는 가격인 것입니다. 그렇게 불러놓고 사지 않아도 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담합과 조작의 취약한 구조를 안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금융지주회사의 경우는 증권사와 은행이 같은 금융지주회사에 묶여 있어, 더욱더 은행과 증권사간의 내부 담합 의혹이 제기되는 것입니다.


가격을 불러놓고도 사지 않아도 되니 엿장수 맘대로 올리거나 내릴 수 있는 거죠. 더욱이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이나 동일한 이해관계를 갖는다고 한다면 당연히 담합은 눈빛만 주고 받아도 벌어지는 것입니다. 애초부터 수요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아름다운 ‘자유시장(free market)’이 아닌 것입니다.

‘한국은행-금융위-금융감독원’의 책임방기와 방조

그러면 이런 취약한 구조를 안고 있는 CD금리 결정의 문제에 대해 그동안 금융당국들이 제대로 몰랐다는 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전부터 CD발행 규모가 급격히 작아지고 있어서 시중금리지표로 거의 활용할 수 없다는 걸 빤히 알 고 있음에도 말이죠. 실제 작년 말 CD금리를 다른 걸로 대체하자는 논의가 있었음에도 금융당국의 나태함 속에 미뤄졌던 일만 보아도, 이들의 책임방기가 이런 조작사태를 적극 방조했다고 밖에 해석할 수 없습니다.

7월초 영국에서 터져 나온 바클레이즈 은행의 ‘리보금리’ 조작사태의 진실공방에서 밝혀졌듯이 영국 중앙은행이 이러한 조작관행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청문회증언은 매우 의미심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금융안정을 도모해야할 중앙은행이 오히려 이러한 금융조작을 방조했다는 건 이들의 이해관계가 얼마나 뿌리 깊고 철저한가를 보여준다는 것이죠. (참고, 리보 금리 조작...“뱅스터들의 국제 금융 사기극”, 참세상 7월10일자)

그러므로 현재 CD금리조작 사건에 대한 조사가 금융당국이 아닌 공정위에서 시작했다는 것을 볼 때, 심각성을 인지했음에도 책임을 방기한 ‘한국은행-금융위–금융감독원’, 이 금융 관료들의 행태를 반드시 따져 물어야 할 것입니다.

금융자본이 낳은 핵폭탄, 금리파생상품

이 사태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심각한 우려는 CD금리와 연동된 파생상품 시장의 규모가 엄청나다는 것입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부분 CD금리를 기준으로 하는 ‘금리스왑’ 거래시장 규모는 4천400조원, ‘변동금리부사채’(FRN)시장은 7조원 가량 된다고 합니다. 금리스왑은 1년물 부터 10년, 20년짜리가 거래되는데, 이를 매일 CD금리에 따라 평가하고 3개월이나 6개월마다 이자를 주고받습니다. “향후 20년 뒤까지 CD금리로 이자를 주고받기로 하고 거래한 건데, CD금리가 없어지면 답이 안 나온다”고 말하는 파생상품관계자의 말은 이 문제의 파급력이 어디까지일지 가늠이 안 된다는 걸 보여줍니다.

‘금리스왑’이란 쉽게 말해 차입한 자금에 대한 이자율이 주체들마다 각기 다를 텐데, 앞으로 금리가 어떻게 변할지 몰라 그 위험을 회피하고자 만든 파생금융상품입니다. 예를 들어 변동금리로 이자를 갚는 사람에게는 금리가 갑가지 뛰어 오르면 큰 손해를 볼 것입니다. 반대로 고정금리로 이자를 갚는 사람은 금리가 내려가면 금리하락의 효과를 누리지 못하기 때문에 손해일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로의 위험성을 회피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금리스왑 파생상품입니다.

복잡한 메커니즘을 설명 드리자니 지면이 부족하므로 간략히 정리하면, 위에서 말한 돈을 빌린 주체들이 금리변동의 위험성을 회피하기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금리를 다른 이들과 맞바꾸는 것이죠. 그리고 이걸 중개하는 ‘스왑은행’은 중개수수료를 얻습니다. 이건 마치 제로섬 게임과 같은데, 금리를 주고 받는 상대가 서로 있어야 계약이 체결됩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판단하고 그 위험을 회피하고자 어떤 ‘금리스왑’ 파생상품을 계약했는데 반대로 금리가 내려갔다고 가정합시다. 그러면 그런 위험회피를 위한 노력은 헛된 수고가 되겠죠.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입니다. 여기서 어떤 누군가 만약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올라갈 것이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고급정보를 통해 금리가 내려가는 걸 미리 알았다고 한다면 그는 반대방향으로 베팅을 하여 엄청난 이득을 취할 수 있겠죠.

이런 식의 투기판이 벌어지는 곳이 파생상품시장인데 우리나라가 전세계에서 파생상품시장 규모가 가장 큽니다. 전세계 금융타짜들의 놀이터인거죠. 이런 파생상품 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금리스왑’ 파생상품의 근간이 흔들리게 되었으니, 그 후폭풍 또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가늠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어설픈 대안들...금리결정의 인위성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체금리를 개발하자는 논의가 불붙고 있지만, 금리 결정과정이 대부분 인위적인 것이고 발행규모와 주기가 적절치 않아 무엇으로 대체하든 하자가 많습니다. 이렇다 보니 현재 금융당국은 CD발행을 의무화해서 단기지표로서의 위상을 복원하겠는 긴급처방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필요하지도 않은 채권을 인위적으로 발행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일 뿐입니다.

2010년부터 CD발행이 급감한 이유가 예대율 계산할 때 CD를 예금항목에서 뺐었기 때문인데요. 그 이유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권의 금융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그런데 금융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취한 안정화조치를 다시 금융혼란을 방지하고자 해제한다니 이 얼마나 우스운 꼴입니까?

문제의 핵심은 현재 전세계로 확산되는 금리조작사태에서 보듯, 금리결정을 누가 하든 그것 자체가 권력이고 이에 기댄 이해관계의 메커니즘이 언제나 작동할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영국의 리보조작사태에서 보십시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엔 리보금리를 반대로 낮춰서 은행들이 발표했는데요. 은행간 차입비용이 높지 않음을 대외적으로 보여줌으로서 은행들이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그러한 조작을 하였습니다.

어떨 때는 금리를 높여 수익을 얻고 어떤 때는 반대로 금리를 낮춰서 신용도를 유지하고, 말 그대로 모든 걸 좌지우지하는 막대한 권력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애초부터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다고 하는 ‘자유시장(free market)’이라는 건 없었던 것입니다.

에필로그 - ‘빅브라더’는 소설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주가조작과 같은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더러운 뒷거래들을 많이 상상하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전 세계적으로 퍼져가고 있는 금리조작사태를 보고 있자면, 뒷거래 수준이 아닌 금융상품거래 그 자체가 모두 조작된 허구 위에 지어진 모래성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투자위험 회피를 위해 수학적으로 완벽하게 설계하였다는 각종 금융상품이라는 것이, 사실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가격결정자(price maker)’에 의해 조작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금융자본주의가 설파하는 모든 이데올로기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프라이스 메이커’! 소설 속 ‘빅브라더’가 바로 그들이 아닐까요? 영국에서 촉발된 ‘리보금리’조작에서부터 한국의 CD금리조작까지, 몇몇 금융기관의 탐욕만으로 덮어 버릴 수 없는 더 큰 이유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음 회에는 전세계의 조작경제, 이른바 “자유조작 시장경제”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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