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지난 4월 27일 포이동 266번지에 장기전세 아파트와 임대아파트를 짓겠다는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주민들이 반발하자 서울시는 주민들과 협의 하에 계획을 진행하기 위한 TF팀을 꾸렸다. 서울시는 TF팀에서 협의하는 기간에 개발계획을 잠정적으로 중단한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실제로는 애초의 개발계획을 그대로 포함한 설계용역을 발주했다. 포이동 주민들은 서울시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대화주체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도 지키지 않는 얄팍한 술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포이동 재건마을, 30년차 마을 공동체
포이동 재건마을 비상대책위원회는 24일 서울시청 서소문 별관 앞에서 서울시의 개발계획 중단과 대안개발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포이동 비대위는 집회에서 서울시의 계발계획 중단, 박원순 시장의 직접소통, 박 시장의 재건마을 방문촉구, 강제이주 인정과 토지변상금 철회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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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이동 재건마을의 역사는 1981년 자활근로대 45명의 강제이주에서 시작했다. 이후 양재천 개발과 청사 건축 등에서 생기는 철거민들이 수용되면서 현재의 마을을 형성했고 지금까지 30여 년간 마을을 이루며 살아왔다.
지난 해 전체 96가구 중 75가구가 전소하는 대형 화재가 발생했으나 각계단체와 시민사회의 도움에 힘입어 마을 재건에 성공했다. 현재는 82세대가 포이동 재건마을에 거주하고 있다.
포이동 비대위는 “정부와 강남구청이 정책적으로 조성한 마을이기 때문에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생각하고 한 부모 가정, 조손 가정, 어느 시기에 강제 이주했건 서로를 챙겨주며 공동체를 형성해 살아왔다”고 말한다. 서울시의 개발 정책은 살 곳을 빼앗을 뿐 아니라 오랜 시간 함께 살아온 공동체를 파괴하는 정책이라는 주장이다.
올해로 30년째 재건마을에 살고 있다고 밝힌 한 주민은 “나이 들어 새로운 곳으로 이주한다 하여도 아는 사람 한 명 없이 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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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주거 생활권 쟁취를 위한 철거민연합(민철연)’의 박정재 연대사업국장도 공동체의 해체가 특히 고령의 주민들의 정서적 측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실제로 재개발 정책으로 강제로 분산 이주한 한 노인이 결국 홀로 사망했다”는 사례를 들며 공동체의 돌봄이 노인들의 건강과 안전에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한 달 생활비 20만원인데, 보증금이 어디 있나
서울시는 개발계획이 진행되는 동안 주민들이 임대아파트에 입주해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주민들은 “불가능한 얘기”라는 입장이다.
박정재 민철연 연대사업국장은 “보증금 4,5천만 원과 매월 4,50만원의 월세의 임대아파트는 일반적인 시민들도 입주하기 어려운데 고물과 폐지를 주워 생계를 이어가는 빈곤층이 그런 임대아파트에 입주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정재 국장에 따르면 서울시는 별도의 지원 계획을 수립하고 있지 않다.
집회에 참가한 한 주민도 “폐지 주워 한 달에 20만원으로 생활하는데 임대아파트 갈 돈이 어디 있냐”고 반문하며 “그나마도 지금은 구청직원들이 폐지 줍는 일마저도 못하게 막는다”고 말했다.
이들이 임대 아파트에 입주해도 문제는 이어진다. 앞서 밝혔듯이 이들의 주요 생계수단은 폐지와 고물을 수집하는 일이다. 이들은 “폐지를 줍는 일은 각자의 구역이 명확하게 나눠져 있기 때문에 서울시의 분산정책으로 생소한 곳에 이주하게 되면 일을 계속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재건마을에 살고 있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의 교육문제도 제기된다. 서울시의 계획대로라면 낮선 곳으로 전학했다가 3년 후 다시 또 전학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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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변상금 문제도 걸린다. 80년대부터 이곳에 판자촌을 짓고 살았던 주민들은 토지를 불법 점유한 것으로 간주돼 법원에 의해 변상금이 부과됐다. 총액 47억에 이르는 거금이다. 주민들은 2009년 ‘강제이주를 인정하고 점유권과 주거권을 보장하라’는 투쟁을 통해 포이동 266번지로 주민등록상 주소가 등재되는 결과를 얻었으나 강제이주와 불법점유 불인정의 판결은 얻어내지 못했다. 법원은 토지변상금으로 주민들의 선산을 가압류했고 얼마 전 공매 처분했다. 비대위는 “압박, 협박으로 주민들을 내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서울시도 포이동도 ‘마을 공동체’가 목표인데...
포이동 비대위와 재건마을 주민들은 “공공개발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지역적, 경제적, 사회적, 정서적 여건을 고려해 재건마을의 공동체가 훼손되지 않는 대안개발계획을 주민들과 함께 논의하자”는 주장이다.
포이동 비대위와 주민들은 “서울시가 언론과 여론을 두려워해 겉으로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척하면서 뒤로는 자신들의 개발계획을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박원순 시장이 후보시절 약속한 재건마을 방문 약속도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주민 참여 TF팀을 통한 소통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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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비대위와 주민들의 주장에 대해 재건마을 개발계획 담당부서인 서울시 주택정책실 임대주택과 장기전세팀에 물었으나 담당 직원은 “포이동 문제에 대해서는 어떠한 말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취재를 거부했다.
시청 앞에서 집회가 열리던 시각, 시청사 안에선 박원순 시장의 ‘청책 워크숍’이 열리고 있었다. 청책 워크숍은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聽 ) 정책에 반영한다는 취지의 워크숍이다. 서울시의 인권을 주제로 열린 이 날 워크숍에서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관계자가 박원순 시장의 포이동 방문 약속에 대해 묻자 박 시장은 다시 한 번 “포이동을 방문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자리에서 이뤄진 재건마을 주민들의 면담요구에 대해서도 주중으로 일정을 조율해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마을 공동체 복원’은 박 시장의 핵심 공약이었다. 재건마을 주민들의 요구도 ‘마을 공동체가 훼손되지 않는 개발계획’이다. 언뜻 보기엔 마찰의 여지가 전혀 없어 보이는 양측의 대립이 어떤 방향으로 풀리게 될지 박 시장과 주민들의 면담 성사여부와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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