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바람에 넘어진 대기업 아성?
한화그룹은 재계서열 10위 안에 드는 대기업이다. 법원이 대기업 총수를 법정 구속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2008년 삼성 이건희 회장은 1100억 원대의 탈세와 배임이 인정됐지만 징역 3년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가 2009년 특별사면 됐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정몽구 회장도 700억 원대의 횡령과 1000억 원대의 비자금 조성이 인정됐지만 징역 3년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가 두 달여 만에 사면됐다. SK그룹의 최태원 회장과 박용성 전 두산그룹회장도 분식회계 혐의 등이 인정됐지만 똑같은 형량을 받았다 이내 사면됐다.
노회찬 통합진보당 의원은 이 같은 일들을 ‘재벌회장들의 선고공식’이라고 비꼬았다. 노 의원은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을 위반해서 5년 이하로는 징역을 내리지 못하도록 돼있는 큰 범죄의 경우에도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 공이 크다는 등의 이유로 형을 집행유예가 가능한 3년으로 낮춰놓고 집행유예는 5년을 부과해서 3년에 5년. 대개 이런 공식으로 예외 없이 받았고 맨 마지막 절차는 특별사면”이라고 그간의 재벌 총수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지적했다.
노회찬 의원은 “정계의 경제민주화 바람이 이번 선고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어 “ 정치권에서 그러한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며 “문제는 정치권에서 그런 목소리가(경제민주화) 높아지다가 다시 잠잠해지면 또 관용이니 뭐니, 이렇게 유연한 판결들이 많이 나오게 된다”고 지적했다. 노 의원은 이번 재판도 더 두고 봐야 한다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라는 공식은 주로 항소심에서 100% 관철된 공식” 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이번 김승연 회장의 구속을 두고 정치권에 불고 있는 경제민주화 바람에 김승연 회장이 희생됐다는 입장이다. 특히 계열사 자금을 유용 사적인 투자를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태원 회장과 SK의 경우는 더욱 이번 재판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화 김승연 회장에 이은 두 번째 경제민주화 사례가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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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경제민주화인가
검찰이 압수한 한화그룹 내부문건에는 “CM(Chair Man, 김승연 회장)은 신의 경지이고 절대적인 충성의 대상”이라고 적혀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회찬 의원은 “중국집 음식점 배달원이 배달 음식비 대금 77만원을 갖다가 횡령했다. 이러면 징역 10개월을 구속시켜서 징역 살게 만들면서 (재벌들에게는) 형평에 맞지 않게 관대한 처벌을 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번 김승연 회장의 구속 역시 ‘경제민주화’를 언급하기에 앞서 법이 보장하는 상식적 법집행으로 볼 수 있다. 2001년, 미국의 거대 석유재벌 엔론사의 경영진은 15억 달러를 분식 회계했다가 적발돼 24년의 징역을 언도받고 지금도 복역 중에 있다. 노회찬 의원은 “재벌도 이제는 스스로 사람인 것을 인증해야 됩니다. 재벌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김승연 회장의 구속은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헌법상의 원칙이 지켜진 것이지 경제민주화의 특별한 성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노 의원은 “선거를 앞둔 그런 일회적 홍보구호가 아니라 지속적인 정책으로 자리 잡는 게 중요하고 그런 점에서 정책들을 면밀하게 평가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8일 출소한 쌍용자동차의 한상균 전 지부장은 형기 3년을 꽉 채운 뒤에야 감옥에서 나올 수 있었다. 용산참사의 구속자들은 올 광복절 특별사면에서도 사면되지 못하고 3년 6개월의 시간을 감옥에서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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