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 만신창이 된 ‘4대강’, 낙동강 달성보를 가다

[현장] “안전했던 낙동강이 위험하고, 무서운 강으로 변했다”

16호 태풍 산바가 지나갔다. 14호 덴빈, 15호 볼라벤까지 한 달 사이 태풍 3개가 한반도를 지나갔다.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며 여름철 홍수피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선전했다. 거의 모든 보 건설이 마무리된 9월 현재, 3개의 태풍이 지나간 현장은 어떻게 변했을까? 19일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과 동행해 달성보를 찾았다. 달성보는 9월 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달성보는 모든 보문을 개방하고 숨 가쁘게 흙빛 강물을 뱉어내고 있었다.
[출처: 뉴스민]

대구 시가지에서 40분을 달려 도착한 달성보는 모든 보문을 개방하고 숨 가쁘게 흙빛 강물을 뱉어내고 있었다. 달성보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현대동산’으로 들어서자 공원 전체를 뒤덮은 넓은 뻘밭이 기다리고 있었다. 멋모르고 아무 준비 없이 찾아간 덕분에 결국 신발과 양말을 벗어들고, 바지도 걷어 올려야 했다. 정수근 국장은 “18일 비가 그치고 찾아왔을 때, 불어난 강물에 공원이 완전히 잠겨 있었다”고 말했다. 뻘밭은 깊은 곳은 종아리가 다 잠길 정도로 깊었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진한 뻘(펄)은 한 발짝 뗄 때마다 신중을 기하게 했다.

  달성보 우안 경사면은 상당 부분 침식된 채 흉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출처: 뉴스민]

불어난 강물은 뻘만 남겨둔 게 아니었다. 물이 빠지고, 드러난 달성보 우안 경사면은 상당 부분 침식된 채 흉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정 국장은 “지속해서 침식되는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며 “이대로는 공원도 언제 침식될지 모른다”고 설명을 보탰다. 정 국장의 설명대로 침식사면은 곧바로 현대건설이 “주민을 위해” 조성했다는 현대동산과 맞닿아 있었다.

  강과 맞닿아 있는 공원 한쪽에서는 대략 높이 3m, 폭 5m, 길이 50m가량 규모의 ‘협곡’이 만들어져 있었다.
[출처: 대구환경운동연합]

우안에 조성된 수변공원은 더 심각한 모습이었다. 강과 맞닿아 있는 공원 한쪽에서는 대략 높이 3m, 폭 5m, 길이 50m가량 규모의 ‘협곡’이 만들어져 있었다. 어디에서 흘러내려 오는지 알 수 없는 많은 양의 물이 수변공원 안쪽에서부터 협곡을 따라 흘러 강과 만났다. 정 국장은 “땅속으로 스며든 비가 빠져나갈 곳을 찾다가 이곳에다 협곡을 만들어 낸 것”이라며 “자연이 또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둘러보는 내내 아슬아슬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던 모래벽이 군데군데 무너져 내렸다.

  좌안에는 강이 깎아 만든 협곡이 200m 가량 길게 뻗어 있었다.

[출처: 뉴스민]

좌안도 놀랍긴 마찬가지였다. 좌안에는 강이 깎아 만든 협곡이 200m 가량 길게 뻗어 있었다. 높이가 5m가 넘는 곳도 있었다. 문제는 공원, 농경지와 맞닿아 있는 우안과는 다르게 좌안에는 차가 다니는 도로와 맞닿아 있다는 점이었다. 정 국장은 침식은 4대강 전에도 있었던 것 아니냐는 물음에 “4대강 사업으로 유량과 유속이 증가했다. 하천수역학 법칙 중에 브람스의 법칙이라고 있는데 유속이 두 배 빨라지면 물체의 질량은 2의 6제곱 64배 증가한다. 즉 64배 더 강한 힘으로 침식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섯 시간가량 둘러본 달성보는 무수한 의문만 들게 했다. 침식은 어디까지 진행될까. 매년 여름이면 침수되기 일쑤였던 둔치에 세금을 들여 공원을 조성한 이유는 무엇일까. 공원 내에 위태롭게 만들어진 협곡은 어쩌나... 돌아오는 길에 “안전했던 낙동강이 4대강 사업으로 위험하고, 무서운 강으로 변했다”는 정수근 국장의 염려가 귓전을 맴돌았다. (기사제휴=뉴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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