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다음, 네이트, 카카오 등 주요 포털에서 수사기관으로 이용자 신상정보를 넘겨오던 관행이 사라진다. 포털을 운영중인 NHN, 다음커뮤니케이션(다음), SK커뮤니케이션즈(SK컴즈)와 카카오톡 서비스를 하고 있는 카카오 등 주요 인터넷 기업들은 당분간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제공 요청에 일절 따르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번 포털사들의 합의는 참여연대가 지난 2010년 7월 15일, 영장에 의하지 않고 ‘수사의 필요’라는 포괄적인 근거와 수사기관장의 요청만으로 이용자의 통신자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3항이 헌법의 적법절차 원리와 영장주의를 위배한 것이라고 제기한 헌법소원에 “이용자의 인적사항 자료인 통신자료를 수사기관이 요청하더라도 사업자는 재량에 따라 제공 여부를 판단하는 것일 뿐 강제수사가 아니”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대한 포털사들의 대응으로 보인다.
또한 헌법소원과 함께 제기했던 이른바 ‘회피연아’ 동영상 게시자의 네이버를 상대로 한 신상정보 무단 제공 손해배상 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이 개인정보의 자기결정권, 익명 표현의 자유 침해를 인정하여 네이버 측에 50만 원의 손해배상을 명령한 판결 취지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볼 수 있다.
포털사들의 이번 합의에 의해 수사기관이 요청만 한다고 기계적으로 신상정보를 넘겨주던 관행이 사라지면 인터넷상 익명표현의 자유가 보장되고 불법적인 민간사찰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시책을 비판했다 100일이 넘게 옥고를 치른 미네르바 사건이나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역시 포털사업자가 수사기관에 이용자 개인의 신상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에 가능한 사건이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3항은 인터넷 로그기록, 접속 위치 추적 등 ‘통신사실확인 자료’는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지방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 받아야 확인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이용자의 성명, 주민번호, 주소, 전화번호, 아이디, 회원 가입, 해지일자 등 신원정보인 ‘통신자료’는 법원의 통제를 전혀 받지 않고 검찰, 경찰 등 4급 이상의 공무원이나 군검찰관 등 수사기관이 요청만 하면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회 문화관광체육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유승희 민주당 의원도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출한 자료에 근거해 통신자료 제공 건수가 2007년 432만 건에서 2011년 584만 건으로 58% 증가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논평을 내 “주요 포털들의 이 같은 합의가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인터넷상 이용자의 익명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고 그동안 민간인 불법사찰에 악용되어온 잘못된 제도가 폐기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의 무영장 통신자료 요청 등의 위헌적 수사관행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경찰에선 이번 합의로 인해 긴급하고 주요한 수사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통신자료를 제공하던 관행이 중단되어도 영장을 발부받아 진행하면 되기 때문에 일각에서 우려하는 수사 차질은 없을 것”으로 못박았다. 경찰 측은 이번 포털사들의 합의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입장이나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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