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성향 드러낸 안철수, 참여정부 신자유주의 공격

단일화 토론회...문재인, 참여정부 한계 인정하면서도 반이명박 프레임만

22일 밤 공중파 방송 3사로 생중계된 문재인-안철수 야권 대선 후보 단일화 토론회는 대체적으로 안철수 후보의 보수적 성향이 명확히 드러난 토론회였다.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가 국정운영 경험을 강조했던 참여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에 돌직구를 던지며 비판하면서도, 자신의 주요 지지층인 중도 보수성향의 유권자들에겐 보수 인식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안 후보는 사회자가 딱딱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군대시절 인상 깊었던 기억을 묻는 질문에도 “군부대를 방문해서 사명감이 벅찬 젊은이를 만났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연평도 (해병대)에 지원하는 이들이 늘었다고 들었다. 기뻤다”고 말해 안보를 통한 보수주의를 부추겼다.

[출처: 민주당]

토론이 끝난 후 소셜네트워크 등에선 ‘안철수는 착한보수주의자’, ‘안철수가 보수라는 것이 안철수의 표 확장성’, ‘보면 볼수록 안철수는 보수 성향’, ‘안철수는 뼛속까지 보수’ 라는 등의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안철수 후보는 중도 보수 세력에 자신의 성향을 각인시키면서도 현안에 대한 재원조달이나 구체적인 로드맵 등에선 짧은 정치 경험의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가계당 월평균 민간의료보험료가 20만 원 정도라는 문재인 후보의 지적을 재차 확인하는 과정에선 안 후보가 여전히 서민 생활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는 인상도 남겼다.

문재인 후보는 참여정부 당시 신자유주의 정책 추진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제주해군기지 문제 등에서 반이명박 프레임에만 머물러 있어, 참여정부의 한계를 넘어서기엔 부족함을 드러냈다.

문 후보는 토론회 모두 발언에서 국정운영 경험을 강조하며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참여정부에서 4년간 청와대에 있었지만 참여정부를 꼬박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국정운영의 메커니즘을 알게 됐다”며 “그것을 모르면 대통령도 관료나 재벌에게 휘둘리기 일쑤다. 그래서 관료공화국이나 재벌공화국이란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미리 방어막부터 치기도 했다.

문 후보는 안 후보보다는 상대적으로 진보적 성향을 드러냈지만, 안 후보의 보수성과 후보 단일화 쟁점 물고 늘어지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가장 공을 들였던 노동문제 해결 등은 전혀 언급 하지 않았다.

이날 토론을 두고 김종철 진보신당 대표 권한 대행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초반에는 안철수 후보가 토론의 기본에 충실하다는 생각이었는데 뒤로 가면서 콘텐츠의 부실함이 느껴진다”며 “문재인도 그 부실함보다 약간 나은 정도의 느낌이다. 무엇보다 노무현 정부의 무엇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김종철 권한 대행은 또한 “오늘 토론은 안철수 후보의 내용 없음이 두드러졌는데 그것이 이후 여론에 반영될지는 의문”이라며 “문재인 후보는 지지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한 걸로 보이고, 안철수는 호감층의 보호본능을 자극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심재옥 진보신당 부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확실히 느낀 건 안철수 후보는 보수적인데 대통령되면 더 보수화될 것 같다”며 “문재인 후보는 진보정당의 정책 수렴으로 왼쪽으로 밀려온 느낌이지만, 노무현 정부 때와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 모르겠다. 둘 다 여전히 노동현장 곳곳의 절규는 모른 체하는 태도라, 노동 없는 정치, 노동 없는 민주주의, 노동 없는 복지의 말잔치는 계속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미희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안 후보의 단계적 재벌개혁론은 결국 재벌체제 유지하자는 것이며, 문 후보의 계열분리명령제 도입 반대도 재벌체제를 유지하자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안, 문에게 참여정부 책임론 공격
문, 안에게서 보수적 성향 드러내는데 역점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가 토론 모두 발언부터 국정운영 능력을 강조하자 참여정부의 경제민주화 책임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안 후보는 문 후보에게 “청와대 민정수석 재임기간 때인 2003년 법인세가 2%포인트 인하됐고 2007년에는 출자총액제가 유명무실해졌다”며 “참여정부가 왜 이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느냐”고 물었다.

문재인 후보는 “당시 법인세는 신자유주의적 조류 속에서 전 세계적으로 인하 경쟁이 있었다. 법인세를 낮춰주는 게 해외투자를 늘리고 해외 기업을 유치하는 길이라고 판단했다”며 “당시 한나라당이 주도적으로 요구했고 거기에 열린우리당이 동의해 법인세 2% 인하가 이뤄졌다. 그 부분은 다시 과거 참여정부 수준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또한 “출총제는 실효성이 없다고 해서 완화가 됐는데, 돌이켜보면 출총제가 완화되고 이명박 정부 들어 출총제가 폐지되면서 재벌의 문어발 확장이 훨씬 늘어났다”며 “출총제는 당시 실효성 없었던 게 아니라 너무 예외가 많아서 실효가 없었다. 다시 부활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 후보의 참여정부에 대한 돌직구는 계속 이어졌다. 안 후보는 “원로 정치학자 최장집 교수가 2005년에 논문을 통해 ‘참여정부에서 집권 엘리트, 경제관료, 삼성그룹이 결합되면서 개혁공간이 축소됐다’고 했다. 최근에도 같은 의견이라고 들었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문 후보는 “참여정부 때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못 해 양극화가 심해졌다거나 비정규직 문제가 생겼다거나 하는 건 참여정부의 한계였다고 저희가 인정해야 할 것 같다”면서도 “그때는 시대적 과제 자체가 정치적 민주주의를 더 발전시키는 거였고, 경제민주화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시기에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면 좌파란 소리를 들을 때”라며 “지금은 경제민주화, 복지국가가 온 국민이 요구하는 바가 돼 정권교체 이후 국민 동의 속에서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제대로 할 수 있다”며 책임을 보수세력에 돌렸다.

문 후보는 안 후보의 공격에 맞서 정책의 한계를 지적했다.

문 후보는 안 후보에게 “순환출자 해소 부분에 대해서 앞으로 신규는 금지하겠다면서 기존 순환출자는 재벌 스스로 변화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며 “기존 순환출자 때문에 지금과 같은 문어발식 확장 등이 이뤄졌는데, 기존 분을 해소하지 않고 경제민주화나 재벌개혁을 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경제민주화 자체가 목적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첫 번째로 문제 되는 부분에 대해 제도적으로 보완과 방지부터 하고, 기업이 일자리를 늘리고, 비정규직은 줄이고, 골목상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면 우리 목적은 달성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만약 그게 지켜지지 않으면 2단계로 기존 순환출자도 전부 해소하게 하는 조처를 취하게 했다”며 “저희 관점은 기존 출자는 해소한다는 건 2단계”라고 반박했다.

이를 두고 문 후보는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하지 않고서, 확장될 만큼 확장된 재벌의 문어발식 구조와 골목상권 침해를 어떻게 해소할지 의문”이라며 “재벌의 경쟁력을 살려나가야 한다는 것은 동의하지만, 안 후보는 한편으로는 미국에서도 100년간 2건밖에 사례가 없고 30년간 시행된 적 없는 재벌의 계열분리명령제도를 주장한다. 실효성은 없으면서 재벌해체라는 과격한 인상을 준다”고 재차 공격했다.

안 후보는 “재벌에서 순환출자를 끊는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가장 중심은 내부거래다. 내부거래만 잘 잡으면 많은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며 “계열분리명령제는 삼성전자를 방치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건 분리해도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출처: SBS 화면캡쳐]

안철수, 사실상 새누리당의 선별적 복지 입장

이어 안철수 후보는 문 후보의 ‘국민건강보험 비급여의 급여 전환 뒤 연간 본인부담 100만 원 상한제’를 두고 “연간 5조 원의 막대한 추가비용의 조달 계획과 시간 계획을 말해달라”고 요구했다.

문재인 후보는 “건강보험료 부과체제를 정상화해 고소득자들이 좀 더 많이 부담하게 하는 방법이 있고 그래도 부족하면, 가구별 한 세대 당 5천 원 정도의 건강보험료 부담을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의료비 부담 때문에 일반 국민 80%가 민간 보험에 별도로 가입하고, 이는 가구당 20만 원 정도”라며 “100만 원 상한제를 하면 민간의료보험에 별도 가입을 안 해도 된다. 재원 대책도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안 후보는 “민간 의료비 20만 원은 월간이냐, 연간이냐. 매달 20만 원 이냐”고 묻기도 해 구체적인 서민 생활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안 후보는 대학등록금 문제에서도 재차 참여정부 책임론을 거론했다. 안 후보는 “2004년에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재임 때 국립대 등록금 자율화로 사립대까지 등록금이 폭등한 적이 있었다”며 결정배경을 물었다.

문 후보는 “대학등록금 인상은 참여정부 때 꽤 많이 올랐던 책임이 있다. 반성적인 입장”이라며 “반값등록금에 대해 재정적으로 벅찬 점이 있다 해도, 조금 더 의지를 갖고 빠른 속도로 밀어붙였으면 좋겠다. 경제, 복지정책 합의할 때 그 부분을 합의 봤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안 후보의 참여정부 책임론에 맞서 문 후보는 안 후보의 보수적 색채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맞섰다.

문 후보는 “공약집엔 복지국가라는 표현이 전혀 없다. 복지국가에 대해 또 다른 표현을 보면, 보편적 복지가 아니라 선별적 복지로 되돌아간 것 아닌가, 그런 느낌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의 복지 프레임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입장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안 후보는 “보편적 복지, 선별적 복지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지향해야 할 방향은 보편적 복지라는 덴 변함이 없다”면서도 “재원이 보편적 복지를 할 만큼 충분하지 않아 가능한 소외 계층, 사회적 약자 계층부터 선별적 복지를 하면서 중산층을 아우르는 보편적 복지를 하는 게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한 안”이라고 맞섰다.

그러자 문 후보는 “복지에서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부분이 보육, 교육, 의료”라며 “의료비 부담 100만 원 상한제 목표엔 동의하느냐”고 재차 물었다.

안 후보는 “동의하지만 당장 실현하기는 어렵다. 점진적으로 하자”며 “(문 후보가) 건강보험료는 5천 원 인상을 말했으나 저희는 재정에서 부담하고 집권 2년 내에 비급여 항목인 중증질환, 선택진료비, 간병은 급여로 전환하자”고 반론을 폈다.

안 후보는 “재정 투입을 통해 의료보험을 인상하지 않고 (보장률을) 높일 방법을 찾았다”며 “경제 상황이 심각하고 내년에도 서민의 삶이 나아지기 힘들어 의료보험료 인상은 가계부담을 가중시킨다. 형편이 나아지면 의료보험료 인상을 검토하고, 100만 원 상한은 그때 가서하자”고 사실상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남북관계에선 강하게 보수 성향 드러낸 안 후보

안 후보는 남북관계 문제나 제주해군기지 문제에선 보수적 성향을 더 드러냈다.

문 후보는 “금강산 관광, 남북공동어로구역 문재에서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을 말하는데, 이명박 정부처럼 전제조건을 달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5·24조치와 다를 바 없다. 전제조치를 다 풀고 북과 대화를 하면서 해소하는 게 올바른 접근 아니냐”고 공세를 폈다.

안 후보는 “저희도 어떤 조건을 걸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 5·24 조치는 잘못된 접근”이라면서도 “먼저 대화로 재발방지 약속받은 뒤에 관광을 재개해야 한다. 현정은 회장에게 김정은 위원장이이 구두약속으로 한 것으로 신변안전이 보장됐다고 보느냐”등의 전제조건이 있음을 드러냈다.

제주 해군기지 문제를 두고도 안 후보는 “해군기지가 필요한가는, 지금까지 4개 정부에서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면 우선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라며 필요성을 인정했다.

반면 문 후보도 제주 해군기지 문제를 반 이명박 프레임에서만 강조해 역시 한계를 드러냈다. 문 후보는 “해군기지는 원래 참여정부 때 계획해서 국회 예산 통과 때 민군복합항 이었다”며 “이명박 정부가 전체를 군항으로 건설하고 있고, 군항 방파제 안에 크루즈 접안을 허용한다 해서 민군복합이라고 한다. 이 방향이 잘못됐다”며 주민들의 건설 중단 요구는 비껴갔다.

단일화 협상 송곳 신경전... 새정치 공동선언, 이견도 드러내

단일화 협상과 정치개혁 관련 주제에선 문재인 후보가 주로 공세적이었다. 문재인 후보는 “단일화 협상과정에서 실무진들이 처음 주장한 것에서 전혀 달라지지 않아 절충이 필요하다. 안 후보가 동의해 주시면 안 되겠느냐”고 물었다.

안 후보는 “어떤 수단과 방법이 객관적이고 실행가능하고, 누가 박근혜 후보에 이길 수 있을지를 뽑는 방식을 택할 수 있으면 모든 것을 일임하겠다고 했다”며 가이드라인을 줬음을 인정했다.

문 후보는 “절충점을 찾아야 하는데, 처음 주장했던 것에서 조금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 물어보면 ‘재량이 없다’고 한다”며 “재량 없다면서 전혀 변동 없으니 갑갑하다. 우리도 노력하고, 협상팀도 함께 두 가지 트랙으로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안 후보는 “저희가 처음 제안에서 전혀 안 물러났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고 맞섰다.

문 후보는 재차 “안 후보의 단일화 의지와 진심을 믿지만 진심이 협상팀에 그대로 잘 반영되지 않는 것 같다. 승부에 집착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여론조사 방식을 두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문 후보는 “단일화의 목적이 누가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 있냐를 생각하는 게 단일화 과정”이라며 “그건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에게 누가 더 지지를 받느냐가 단일화 기준이 돼야 한다. 단일화 방식 협의가 그런 의견이 제대로 모이지 않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마지막 투표 순간에 박근혜 후보와 단일후보로 경쟁했을 때 누구에게 지지를 보낼 것인지가 현장 상황을 잘 반영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 후보는 새정치공동선언에서 의원정족수 조정 표현을 두고 양 캠프 사이에서 드러난 이견을 강하게 지적했다. 문 후보는 “우리는 지역구, 비례대표 조정이고 안 후보는 의원정수 축소라 양쪽을 모두 담는 표현으로 조정이라 표현한 것”이라며 “안 후보는 정수 조정을 축소라고 이해하고 있다. 그 이야기는 새정치공동선언 협상팀으로부터 협상 상황을 제대로 보고받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문구를 정확히 보면 비례대표를 확대하고 지역구를 줄이는 과정에서 의원정수를 조정하겠다고 돼있다”며 “현상유지는 조정이 아니다. 축소가 아니면 확대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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