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총장, 청소노동자가 밥 한 끼 먹자고 하니...

경희대 청소노동자, “저임금·고용불안 해소” 요구

경희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장님 밥 한 끼 먹읍시다’를 외치며 대학총장과의 식사 면담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26일 오후 경희대 서울캠퍼스 본관 건물 앞에서 이 대학 청소, 경비, 시설관리 노동자들이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어려운 현실을 알리고 근무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점심식사에 이 대학 총장을 초대해 직접 의사를 전달할 계획이었다.


박명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지부장 및 3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학생이 함께 참가한 이날 행사는 15일 대학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저임금, 근무환경 개선, 고용불안 해소 등에 관한 사항으로 노조가 대학과 2차 단체교섭을 가진 뒤 11일이 지난 후 열린 행사다.

이날 행사에서 박 지부장은 “밥에는 식량에 의미를 떠나서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고 상대를 배려하고 인정하는 의미가 있다”며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장님을 모시고 밥 한 끼 먹으려고 한 것은 서로 간에 인정하고 배려하고자 하는 의미의 행사”라고 의의를 밝혔다.

또 박 지부장은 행사에 참가하지 않은 총장에게 “우리를 가족으로 보지 않는 것 같다”며 “단지 우리 학교에 와서 쓸고, 닦고, 재산을 지키는 노예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규탄했다.


노조에 따르면 2차 교섭이 결렬된 뒤 ‘밥 한 끼’ 행사 진행을 위해 총장에게 초청장과 우편을 통해 참가를 요청했고, 관계부처에 총장과의 간담회까지 신청했지만 모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 지부장은 “연말만 되면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저임금 문제와 열악한 근무환경에 고생한다”며 “마땅한 휴게 공간이 없고, 그나마 있는 샤워실은 계단 밑에 위치하고 있는데다 식사를 할 곳조차 없다”고 대학비정규직 노동자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노조는 “용역회사들과 교섭을 진행했지만 회사 측은‘학교에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대학과 계약을 맺고 노동자를 파견해주는 고용주인 용역회사가 근무환경 개선에 관한 요구들을 학교 측에 떠넘기며 책임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 사용자인 대학 측도 ‘요구안에 공감하지만 우리는 교섭당사자가 아니라 협약을 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노조는 전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최근 대전지방법원의 수자원공사를 대상으로 한 청소용역업체 노동자들의 교섭 요구 소송에서 노동자의 손을 들어준 대법원 판결을 예로 들며 “대학 용역업체 노동자의 경우에도 노동조건 등에 관한 실질적 결정권이 있는 대학이 단체교섭의 당사자에 해당되어 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 마지막 순서로 총장실로 직접 찾아가 전달하려던 ‘전상서’는 대학 본관 내 1층 계단에서 대학 사무국 직원들에 막혀 사무국장에게 면담요청 요구와 함께 전한 뒤 끝이 났다.

한편 고려대, 연세대, 서울시립대, 이화여대, 한예종, 홍익대 등의 대학도 각 대학 본관 앞에서 27, 28, 29일 ‘총장님 밥 한 끼 먹읍시다’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