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담론은 지금은 비록 실종되었지만 경제민주화 복지담론이었다. 그것은 신자유주의가 전면화되면서 누구에게나 ‘먹는 문제’가 체제나 이념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시 ‘문제는 경제다’. 하지만 제대로 된 경제정책과 복지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결국 정치개혁이 핵심이기 때문에 ‘문제는 정치’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12월 4일 진행된 제1차 대통령 후보자 토론회에서도 정치외교안보통일 분야를 먼저 다룬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 현상에서 나타났듯이 한국정치는 근본적으로 대중으로부터 외면을 받을 정도로 후진적이며 낙후돼 있다. 그것은 중앙집권적인 권력구조, 안보이데올로기, 지역주의, 학벌주의 등 연고주의, 이념정당의 부재 등등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의 높은 정치적 불신 못지않게 정치에 대한 관심도 대단히 높은 편이다. 그것은 정치가 경제를 규정한다고 믿기 때문이며, 정치개혁이 제1의 가치이자 과제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 현실은 ‘정치의 과잉화와 대표의 과소화’라는 표현에서 나타나듯이 대중의 욕망과 비교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대중은 대통령 후보자들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아마 유권자들은 자신들이 꾸던 꿈을 이들이 어느 정도 실현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들이 내건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 이들은 정말 자신이 내건 공약을 실천할 의지가 있는가? 아니 의지만으로 모든 정책이 실현될 것인가.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이 정말 자신의 공약을 올바로 이해하고 있고 실현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하는가이다. 중요한 것은 올바른 법이나 제도를 만드는 것도, 운영하는 것도, 지키는 것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위가 축적되어 그 사회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결국 사람은 행위자가 사회구조를 만들고 그 사회구조가 그 사회 구성원의 인식, 가치관, 이념 등을 형성하는 순환구조 속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정치인들이 어떠한 생각을 하고 무슨 정책을 추진하는지 주목할 수밖에 없다.
1차 대선 TV토론회에서 후보들은 첫 번째 주제인 정치쇄신 방안부터 격론을 벌였다. 박근혜 후보는 “약속을 지키는 정치, 국민통합의 정치, 깨끗한 정치, 기득권을 버리는 정치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자신은 정치생명을 걸고 약속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약속을 하느냐가 관건이다. 문재인 후보는 “대립정치를 청산하기 위해 여.야.정 정책협의회를 상설화하고, 책임총리제를 도입해 제왕적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겠다”며 “국회의 대정부 견제권을 강화하고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지역주의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 |
▲ 박근혜와 문재인 후보의 정치개혁 공약 차이 |
두 후보가 내세운 정치개혁은 각 부문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전체적인 평가를 하자면 박 후보는 정치권의 부패와 특권 축소에 방점을 두고 있다. 반면, 문 후보는 정치권의 기득권 타파와 대의제 민주주의 강화, 그리고 입법청원제도 강화 등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도입해서 보완하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런데 그동안은 대통령 후보들의 정책적 차이를 떠나서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에 대해 방점을 두어왔다. 그러다 보니 선심성 공약에 대한 유권자들의 판단에 오류가 발생하곤 했다. 오히려 이와 반대로 실천 불가능한 정책이 무엇인가를 짚어보는 것이 유권자들의 판단과 정치개혁의 미래를 위해서도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후보자들이 처해 있는 주객관적인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태생적 한계 속에서 짚어보고자 한다.
먼저, 검찰개혁이다. 문재인 후보는 대검중수부 폐지와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신설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박근혜 후보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이는 문후보가 대통령이 되어도 국회에서의 치열한 공방전 속에서 절충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국회의원의 특권폐지의 경우 박 후보는 불체포특권 폐지와 면책특권 축소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문 후보는 국회의원 연금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 정책의 경우 선행되어야 할 문제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다. 한국의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는 것은 하늘에서 별을 따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실천가능성이 낮다. 또한 국회의원 연금폐지는 그 합리성을 떠나 국회의원들의 직접적 이해관계이기 때문에 실현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다만 불체포 특권은 부정부패 등 특정한 범죄에 한해서만 제한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논쟁적인 부분은 정당과 국회 부분이다. 특히 이중에서도 국회의원 수와 선거제도이다. 문 후보는 비례대표의 확대를 주장하고 있고 박 후보는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비례대표제 문제를 건드리기로 한다면 문제의 핵심은 어떠한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것이냐가 쟁점일 것이다. 그렇지만 정동영 전 의원이나 시민사회 일각에서 주장하는 독일식 소선거구형 비례대표제는 불가능할 것이다.
이와 함께 전체적인 국회의원 수를 줄이는 것은 가능성이 매우 적다. 박근혜 후보가 안철수 지지자들을 흔들기 위해 국회의원 정수 축소를 민주통합당에 전격 제안하기도 했지만, 여야 국회의원들의 이해관계 문제로 합의를 볼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리고 한국정치가 후진적인 것은 미흡한 제도의 문제라기보다는 사람의 행위가 문제기 때문에 숫자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그 외 중앙당 폐지, 국고보조금 축소 등의 정책 역시 정치인들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이기 때문에 그 실현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래서 박 후보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못하는 것이고 문 후보의 안이 절충적 입장이지만 현실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아마 중앙당 권한을 축소하는 수준에서 정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 나온 후보자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청와대를 자기 집이라 생각해서 아버지를 이어받아 대를 이어 집을 사수하겠다는 신념일까? 아니면 자신이 모시던 주군의 뜻을 길이길이 받들어 보전하려는 소망일까? 유권자들은 이들의 욕망에 대해서 매우 궁금해 한다. 아마 이들이 내세운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겉으로 드러난 슬로건과 구호를 더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착각이라는 것은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고 몇 달 지나면 드러나게 된다. 동일한 오류를 선거 때마다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