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후보, 계산기는 뒀다 뭐에 쓰나

[대선기획/空約](3) 재정투여 없는 가계부채 해결? 돈은 어디에

[편집자주] 18대 대선에서 빅2로 불리는 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공약(公約)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이행이 불가능한 공약(空約)을 정리해 보았다. 정치, 외교안보, 경제민주화, 가계부채, 교육, 의료, 노동 분야를 중심으로 두 후보 진영의 공약을 검토했다.


문재인, 박근혜 두 후보의 경제 복지에 관한 대책들을 비교분석한 기사들이 넘쳐난다. 또한 TV 토론에서 두 후보 모두 상대방에게 재원마련에 대한 날선 질문을 던지며 공방을 벌인다. 그런데 유독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선 조용하다. 가계부채 1000조라는 구체적인 숫자가 나오다 보니 겁먹었나? 두 후보 모두 당장 파산위기에 몰린 대출자들에 대한 긴급 지원책만 있을 뿐이다.

가계부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이것이 아니다. 부실대출의 증가가 은행의 위기로 번져 심각한 경제문제로 전염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심각한 것이다. 두 후보의 대책을 살펴보고자 공약집을 펼쳤다. 박근혜 후보의 재원마련책과 하우스푸어, 전세대책이 나온다. 그런데 문재인 후보의 경우 재원마련에 관한 아무런 숫자도 없다. 미리 꺼냈다가 뭇매를 맞을까 두려웠나? 다소 아쉽지만 박근혜 후보 공약을 집중 해부해보자.

[출처: 박근혜 후보 홈페이지]

국민행복기금 18조, 턱도 없는 얘기

누구나 2013년 가계부채의 폭발이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한다. 그래서 다음 정부가 할 역할은 부채와의 전쟁뿐이라고 말할 정도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박근혜 후보가 가계부채 해법으로 들고 나온 국민행복기금 18조는 턱도 없는 얘기다.

먼저 가계부채의 종류에 무엇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LG경제연구소가 추정한 올해 지금 당장 한계상황에 몰린 ‘자영업 푸어’들의 부채만 해도 18조에 이른다. 누구의 어떤 부채를 18조의 기금으로 해결하겠다는 설명이 없으면 이렇게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만 만들뿐이다.

박근혜 후보가 말하는 가계부채는 주로 담보가 없는 저신용대출자들의 부채를 말한다. 공약집에 적힌 120만 명의 12조원의 연체채권 매입의 계산 결과는 한 명당 1,000만원으로 대략 추정하여 120만 명을 곱한 결과다. 120만 명의 신용정보를 모두 분석할 수는 없겠으나 일단 명당 1,000만원이라는 액수가 파산 직전까지 온 서민들의 빚이라곤 보기엔 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다.

학자금 대출을 받는 대학생들의 3학기 등록금에도 못 미친다. 당장 급한 처지에 몰린 사람에게 1,000만원이라는 액수는 적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나 이것을 가계부채 해법의 핵심공약이라고 말하기엔 초점이 제대로 맞지 않는다.

채권으로 모은 18조원, 이자 비용은?

이번엔 18조라는 돈은 어떻게 마련되는가를 따져보자. 공약집에선 부실채권정리기금 잉여금, 한국자산관리공사 차입금, 신용회복기금 잔액들로부터 1조8,700억 원을 모아, 이를 담보로 10배의 채권을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이것을 두고 정부재정은 투여되지 않기 때문에 국민세금이 소요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그럴싸해 보이는 이 계획은 정말 조삼모사식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은행 적금금리가 평균 3.7% 정도이니 대략 4% 정도는 되어야 채권이 팔릴 것이다. 계산기 두드려 보면 매년 7,200억 원의 이자를 물어야 한다. 다음 정부 5년 동안 3조 6,000억 원의 이자비용이 생긴다.

도대체 이 돈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단 말인가? 1조 8,700억 채권담보총액에 두 배나 되는 이런 막대한 이자를 물면서 가계부채를 해결한다는 발상은 정말 어리석을 뿐이다. 차라리 그냥 재정투여하면 깔끔하게 될 일이다.

손으로 태양을 가린, ‘하우스 푸어’ 대책

다음으로 ‘하우스 푸어’ 대책이라고 내놓은 ‘지분매각제도’를 따져보겠다. 공약집에 따르면, 대출자가 자신의 주택 지분의 일부를 주택금융공사와 같은 공적금융기관에 매각하여 그 돈으로 은행에 빚을 갚고, 매각지분을 갖게 된 공적금융기관이 하우스푸어에게 임대료를 받고 그들의 주거권을 보장해 주는 제도이다.

결론부터 말해서 이 대책은 집값이 추가 하락하지 않을 경우만 가능하다. 집값이 추가 하락하면 담보가치가 떨어져 은행대출금이 LTV(주택담보인정비율)의 위험수위인 60%를 다시 넘게 되고, 은행은 즉각적인 상환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이제 다시 공적금융기관은 나머지 지분을 또 사들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하우스푸어’는 그에 비례해서 임대료를 더 내야 한다. 결국 둘 다 돈을 더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주택금융공사는 부족한 매입자금을 끌어오기 위해 사들인 주택지분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한다. 그런데 집값이 계속 떨어지니 담보가치도 떨어져 발행하는 채권금리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더 큰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돈을 끌어오고 돌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자비용을 생각하면 원래보다 더 큰돈이 들어가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그렇지 않으려면 집값이 더 이상 내려가 않도록 막아줘야 하는데, 정부가 주택을 직접 매입해야 한다. 왜냐하면 현재 살 사람이 없어서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재정이 투여될 수밖에 없다. 국민 세금으로 메운다는 비판을 받기 싫어서 이래저래 꼼수를 써보지만 태양을 손으로 가릴 수 없는 노릇이다.

목돈 안드는 전세? 집주인 대출 이자 갚아주는 대책

[출처: 박근혜 후보 홈페이지]

다음으로 서민공약이라고 하는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에 대해 따져 보겠다. 이 제도는 지금처럼 세입자가 전세금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집주인이 금융기관에서 전세금을 대출하는 방안이다. 세입자는 집주인 대신 금융기관에 이자와 수수료를 지급하게 되고, 공적금융기관이 이를 보증한다.

먼저 드는 의문은 과연 어느 집주인이 세입자 대신 자기명의로 전세대출을 받겠냐는 것이다. 당장 목돈이 급한 집주인만 전세대출을 받을 것이다. 이자를 세입자가 대신 내주니 이자가 높은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를 찾아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급전이 필요한 집주인의 대출금 이자를 세입자가 대신 내주는 꼴이 된다.

이게 무슨 세입자를 위한 대책인가? 주객이 바뀐, 정말 황당하기 그지없는 대책이다. 만약 세입자가 부당한 이자지급을 거부하면 이자지급을 보증한 공적금융기관이 대신 내줘야 하는데 박근혜 후보가 강조하는 재정투여 없는 해법과 어떻게 맞아떨어질 수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그 돈은 땅에서 솟아나나?

마지막으로 임대주택 공약에 대해서 한마디 더 해보자. 박근혜 후보는 철도부지를 활용하여 낮은 임대료의 질 좋은 임대주택과 기숙사를 공급하겠고 말했다. 저렴하면서도 질 좋은 주택을 공급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높은 토지매입인데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라고 한다.

먼저 기차가 지나갈 때 발생하는 소음이 몇 데시벨인지 되묻고 싶다. 100 데시벨로서 큰 작업공장에서 기계가 두드리는 소리보다 크다. 완벽한 방음설비를 갖추지 않는 이상 어느 누구도 한 달을 채 살기 힘들다. 이 방법은 이미 현 정부에서도 계획했다가 현실성이 없어서 포기한 방안이다. 차라리 용산역세권 개발이 불투명한 사업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는데, 여기다 짓는다고 하면 대찬성이다. 용산역 뒤편 허허벌판에 엄청난 부지가 몇 년째 방치되어 있다.

정리해 보자. 박근혜 후보의 공약을 뜯어보니 재정투여 없는 방식으로도 해결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것이 본심인 것 같다. 하지만 어디선가 돈이 솟구치지 않는 이상, 부채 해결방법이라는 것이 누군가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든, 받아야 할 누군가가 손해 보든 둘 중 한 가지라는 사실을 박근혜 후보는 인정해야 한다. 문제는 돈이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꼭 계산기를 선물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