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절감이 가능할까?

[대선기획/空約](5) 사태의 본질을 외면하는 헛 껍데기 교육공약

들어가며

며칠 후면 18대 대선 투표일이다. 선거판이 늘 그러했듯이 선거 막판이 되자 추잡하기 짝이 없는 네거티브 공방이 연일 방송뉴스를 도배하고 있다. 하지만 체감온도 영하 30도 극한의 추위 속에서 철탑농성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절규, 날로 커져만 카는 빈부격차 속에 신음하는 빈민들의 고통은 방송, 라디오 등 대중매체 그 어디에서도 제대로 보도되지 않는다.

그도 그럴 법하다. 왜냐하면 그동안 노동자 민중운동, 진보운동의 지도부를 자임했던 혹은 지금도 자임하는 자들이 내놓는 대선전술이 기껏 ‘새누리당의 재집권만큼은 막아야 하기에 꼭 투표를 하자! 혹은 민주통합당 문재인을 지지해야 한다!’는 옹색하기 짝이 없으며 노동자 민중운동의 수준을 그야말로 20년 뒤로 돌리는 저열한 행태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안타까운 현실은 노동자 민중의 상당수는 과거에도 그러했고 지금도 그러하듯 부르주아정당 그것도 보수정당에게 표를 던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원인이야 매우 복합적이지만 그중에서도 하나를 꼽으라면 이들 정치인들의 약속 즉 공약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가 분명히 존재하고 그것이 이들에 대한 지지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과연 이들의 공약이 이행가능한가이다. 어떤 이들은 공약을 이행하는 것은 권력의 의지라고 주장할지 모르나, 그 공약 자체가 자가당착식의 모순을 안고 있어 도저히 실현이 불가능한 것도 존재한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교육 분야의 공약이며, 수다한 논의도 필요 없이 노동자 민중들이 고통 받는 것 중 하나인 사교육비 관련 공약 하나만 봐도 확연히 그 한계가 드러난다.

사교육비 절감은 가능한가?

박근혜, 문재인 후보 공통으로 강조하는 내용은 사교육비 절감이다.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등록된 공약에 따르면 박근혜 후보는 사교육 절감방안으로 1) 학원 도움 필요 없는 ‘교과서 완결 학습 체제’ 구축과 2)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시험을 금지하고, 각종 입시에서 이전교과과정을 뛰어넘는 문제의 출제를 금지하여 사교육비 부담을 완화하고, 학교교육을 정상화를 공약으로 제출하고 있다.

한편 문재인 후보의 경우 성장 단계별 맞춤형 학교로 공교육 강화로 사교육비 경감하는 방안을 제출하였다. 즉 초등학교는 ‘생애 처음 만나는 행복한 학교’로, 중학교는 ‘진로 적성 찾기’로, 고등학교는 ‘고교학점제로 학습선택권’ 확대로 사교육비를 줄인다는 것이다.

우선 박근혜 후보 측의 안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이들은 사교육비를 곧 학원비로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학원도움 필요 없는 교과서 완결체제’를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성립하려면 모든 시험문제가 반드시 교과서 안에서만 나와야 한다. 실제로 이들은 두 번째로 ‘교과과정을 뛰어 넘는 문제출제 금지’를 공약으로 제출하여 자신들 나름대로 논리적 구조의 앞뒤를 맞추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주관적 바람과는 달리 이 ‘금지’는 실현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이미 현실에서 이른바 모든 주요한 선발시험 특히 대입시험은 교과서의 범위를 벗어 난지 오래이며 이것이 대학서열체제를 유지하는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일예로 서울대 수시에서 제출되는 논술 문제는 대학원생도 풀기 어렵다고 한다. 그리고 다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른바 대학서열체제의 상위권에 있는 대학을 진학하기 위해서는 선행학습과 이를 위한 학원과외는 필수적이고, 이는 일정한 사교육비 지불능력이 있는 계층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만일 ‘금지’가 의미를 가지려면 이는 바로 ‘교과과정을 뛰어 넘는’그 대표적인 선발시험인 현행 입시제도를 금지하는 것. 즉 입시폐지와 대학평준화를 자신의 공약으로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어디에서 입시폐지- 대학평준화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또 현재의 입시구조 하에서는 수능시험을 아무리 교과서 수준에서 내도록 강제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 등장과 함께 대입 선발의 업무가 교과부가 아닌 ‘대교협’ 즉 대학당국의 손으로 넘어가면서, 고대, 연대 등에서 특목고 학생 우대선발 논란이 터져 나왔고, 실제로 최근 통계는 서울대, 연대, 고대를 포함한 서울소재 상위권 대학생들의 상당수는 특목고, 자사고 출신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입시제도가 매우 복잡하고, 수시전형의 비율이 커지고 이 수시에서 대학별 본고사에 다름 아닌 선발 즉 교과서 수준 밖에서 문제가 제출되고 있다.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재의 선발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예를 들어 대학통합네트워크를 통해 대입시를 자격고사로 하여 공동선발을 하는 방식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의 안은 그저 ‘금지’라는 공약, 그것도 국가권력에 의한 강제, 과거 철권통치의 냄새가 풀풀나는 ‘금지’라는 단어가 반복되고 있을 뿐이다.

다음으로 문재인 후보 측의 안이다. 이들은 사교육비 발생의 원인을 ‘개별대학 중심의 대학서열화, 학벌주의로 대입경쟁의 심화’라고 정확히 지적하고 있음에도, 대안으로는 엉뚱하게도 ‘성장 단계별 맞춤형 학교’를 제시하고 있다. 이들은 초등, 중등, 고등 각 급별로 초등학교는 ‘생애 처음 만나는 행복한 학교’로, 중학교는 ‘진로 적성 찾기’로, 고등학교는 ‘고교학점제로 학습선택권’ 확대를 내걸었다.

왜 이런 발상을 하였을까 하고 곰곰 생각해보니 아마도 이들은 사교육비 발생의 원인 대학서열체제와 입시경쟁이라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그것이 파생시킨 현상인 어마어마한 학습의 양을 요구하고 동시에 사교육이 아니면 해결 할 수 없는 높은 난이도의 교육과정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실제로 교육학계 일부에서는 공교육이 정상화되려면 아동의 발달단계에 맞는 교육과정이 제공되어야 하는데, 한국은 발달수준을 고려하지 않는 교과서와 교육과정으로 아동들이 지나친 학습노동에 시달린다고 주장하였다. 물론 현상 그 자체만 보면 이 또한 틀린 말은 아니다. 문제는 교육학자를 비롯한 교사와 학생들의 절규에도 왜 많은 교육 양과 높은 난이도의 교육과정이 강요되는가에 있다.

점수 몇 점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시험, 특히 한국과 같이 수능점수 몇 점, 내신 몇 점에 따라 등급이 갈리고 그에 따라 갈 수 있는 대학이 결정되고, 다시 그에 따라 직업과 소득수준, 사회적 지위가 결정되는 현대판 신분제도인 대학서열체제가 엄존하는 현실에서는 모든 선발시험은 의도적으로 변별력을 갖기 위해 난이도를 높인다. 이때 난이도를 주는 요인은 몇 가지 있다. 우선 제한된 시간 안에 문제를 다 풀지 못하게 지문의 양을 늘리거나, 다음 교육과정 밖에서 제출하여 난이도를 높이거나 마지막으로 의도적으로 함정을 만들어 오답을 유도하는 경우이다.

결국 현재의 입시경쟁교육은 학생들에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를 제한된 시간 안에 뇌에 입력시키고, 일정한 패턴을 갖는 시험문제를 다시 극히 제한된 시간 안에 풀어내어 출력하는 능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는 반복적인 훈련을 요구하는데, 현재의 학교교육 시간과 열악한 교육여건으로 불가능하다. 때문에 학원 등의 사교육을 통해 이런 훈련을 해야 하고, 결국 이 사교육비를 지불할 능력이 있는 계층을 위한 것이 된다. 이미 중산층 이상은 초등 3학년부터 특목고 준비를 시키고 있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행복한 초등학교’, ‘진로를 찾는 중학교’ 등은 모두 다 수식어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고교학점제로 학습선택권’을 도입한다는 고등학교 교육과정 또한 한계적이다. 이들은 현재 고등학교 과정이 입시경쟁교육을 왜곡되었으니 현행 고등학교 교과 이수단위 중, 입시 주요과목으로 불리는 국어, 영어, 수학의 비율을 줄이고 사회, 과학, 체육, 예술, 생활·교양 등은 늘리는 방향 하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선택에 따라 자유롭게 수강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재와 같이 대학서열체제와 입시경쟁구조 하에서는 그들 스스로 인정하듯이 “현실적으로 대부분 국 영 수 중심의 ‘진학과정’으로 편성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 현실이고 그렇게 귀결될 수밖에 없다. 또 과목별 학생들의 선택의 유동성에 따라 수업이 존폐 되거나, 수업만 담당하는 시간 강사가 대폭 증가하거나, 생활지도나 상담 등이 기능은 상대적으로 약화되면서 학교가 또 다른 입시학원처럼 변질 왜곡될 가능성이 더 높다.

나오며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이들은 교육공약의 현황 부분에서 모두 공히 사교육 유발의 요인으로 대학서열체제와 입시경쟁구조를 지적한다. 하지만 결코 대학평준화와 입시폐지를 말하지 않는다. 또 이들은 높은 교육비용을 지적하며 대학등록금 반값 실현을 공약하나, 실제로 등록금 인상의 핵심요인인 대학의 사적 소유 및 지배구조의 변화 즉 사립대학의 문제, 특히 학생과 학부모들의 돈으로 땅을 사고 건물을 짓고 천문학적 규모의 적립금을 쌓아두며 부를 축적하는 반사회적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하지 않거나 기껏 사학 운영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법률개정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교육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그것은 생산은 사회적으로 이루어지는데 반해, 생산수단의 소유구조는 사적인 그래서 모순을 끊임없이 잉태하는 자본주의 경제시스템과 다르지 않다. 즉 교육은 사회적으로 권리이자 사회적 필요에 의해 그 연한과 범위는 확대되어 왔는데, 교육기관은 여전히 사적인 소유 지배구조에 머물고, 교육비용 또한 사적으로 전가되며, 교육과정 또한 사회의 특정집단의 이해에 의해 강요받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 문제를 건드리지 못하는 한 그 어떤 공약도 헛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

또 그것을 언급했다고 할지라고 실상 이를 현실 속에서 바꾸어내기 위한 노동자 민중의 직접행동 없다면 심지어 그것을 진보정치라는 미명으로 대중의 정치를 표를 던지는 투표행위로 제한하는 한 그 어떤 정치세력에 의한 약속도 모두 공염불일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노동자 민중이 정치의 주체로 나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