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야권, 차베스 취임선서 연기 합헌 불복

쿠데타 선동도...미국, 포스트 차베스 준비

차베스 대통령의 취임 선서 연기를 베네수엘라 야권이 인정하지 않으며 정치적 불안이 커지고 있다.

10일 <로이터>, <아메리카21> 등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야권과 가톨릭계는 대법원의 대통령 선서 연기 결정에 반발해 새로운 선거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10월 대선에서 차베스에게 패했던 야권 후보 카프릴레스는 10일이 “임기의 끝이자 새로운 시작” 시점이고 “대통령이 선서를 행하지 않으면 그는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니”라며 새로운 선거가 실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권은 헌법에 따라, 선출된 대통령이 선서하지 못할 경우 현 카베요 국회의장이 과도적으로 대통령직을 이양받아야 하며 30일 내 재선을 공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야권은 또한 마두로 부통령도 차베스 대통령의 임기가 끝났기 때문에 떠나야 한다고 밝혔다.

야권은 군사쿠데타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카프릴레스는 8일 저녁 기자회견에서 “군대는 헌법이 존중되도록 이를 방어하고 실행하는 의무를 가진다”고 밝히고 “정부가 헌법을 위배하고 적법한 범위를 이탈한다면, 이 과업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입장 아래 야권은 “국민파업” 등 공개적인 반 차베스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망명한 베네수엘라인 다수가 사는 미국 마이애미와 베네수엘라 야권 일부는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1월 10일 차베스에 반대하는 총파업을 제안하고 있다.

우파 정당인 ‘정의 우선(Primero Justicia)’ 국회의원 훌리오 보르게스는 6일 베네수엘라 민영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은 헌법 멸시에 저항하기 위해 거리로 나가는 것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군대에 “헌법 보호자”로서의 역할을 인지해야 한다고 호소하는 한편 “우리는 해외 주무관청, 지역, 외교관, 단체들에게 여당이 내부 문제로 인해 헌법을 멋대로 해석하고 있다는 것을 그들이 알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여권은 야권의 이러한 시도는 실패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마두로 부통령은 야권에 7일 “헌법 조작” 시도 중지를 촉구하는 한편 베네수엘라 민중과 노동자에게 국가 발전을 위해 단결하자고 호소했다.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9일 전날 국회의 차베스 취임식 취소 결정에 이어 차베스 취임선서 연기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부통령은 8일 서한을 통해 디오스다도 카베요 국회의장에게 대통령의 회복 과정 연장을 권유한 쿠바 의료진 의견에 따라 대법원에서의 선서로 연기해 달라고 제출한 바 있다.

대통령 취임선서 연기 정당

야권은 이에 대해 반발하고 있지만 여권은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베네수엘라 헌법은 특정 기간 대통령이 취임할 수 없을 경우 대법원이 이 기한을 연기할 수 있도록 할 뿐 아니라 심지어 병원에서도 선서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차베스는 암질환 치료를 위해 최대 90일 국외에 머물 수 있도록 국회로부터 동의를 얻었다는 점도 취임식 연기의 정당한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오스카 피게라 베네수엘라공산당(PCV) 사무총장은 야권 국회의원들이 2002년 4월의 쿠데타를 반복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그는 8일 의회 토론 중 의회 다수를 점하는 우익이 온두라스의 좌파 대통령 마누엘 셀라야와 파라과이의 페르난도 루고 대통령 탄핵을 승인한 최근 국가쿠데타에 주목하며, 베네수엘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선을 요구하고 있는 야권은 승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대선 야권 후보 카프릴레스는 6일 카라카스의 한 지역신문에서 “차베스 없는 차베스주의는 굴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위기 시 여권 후보로는 마두로 부통령이 출마할 것이며 이 경우 여권이 승리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되고 있다. 차베스는 조직된 야권에 맞서 10% 이상의 차이를 보이며 승리했고 병상에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감정을 끌어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마두로 부통령은 차베스가 지목한 후계자이며 대통령직 수행에 필요한 능력을 겸비했다는 평가다.

한편 미국 정부가 “포스트차베스”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알려진 가운데 미국 국무부 남미 담당자인 윌리엄 오스틱은 스페인 통신사 EFE에 대해 “민주적이며 합법적이고, 헌법에 일치하며 투명한 이양”을 요구하며 베네수엘라 여권을 압박했다.

이에 대해 베네수엘라 공산당의 카롤루스 빔머는 “우리는 미국이 사실은 차베스 없는 과거, 볼리바르의 능동적이고 의식적인 민중이 없는 이양, 제국주의에 지배되는 베네수엘라, 분열된 라틴아메리카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혁명적이며 반제국주의적인 세력은 10월 7일 나타난 민중의 의지를 방어하기 위해 이에 대해서 조직적이며 포괄적인 대답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10일 <아메리카21>에 기고한 이그나시오 라모네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전 편집장은 “베네수엘라에서 14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정치적 과정이 남미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매우 많은 주목”을 받지만 “이때 2월 에콰도르 대선에 다시 출마한 코레아 대통령이 고려돼야 한다”며 “두 대통령을 둘러싼 투쟁에 많은 이해관계가 작용하고 있고 수많은 행위자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암투병 중인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쿠바에서 네 번째 수술을 받았지만 심각한 병세로 인해 복귀가 지연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