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보안법 수사대상자 회사에 알려 ‘해고위기’

경찰 수사권남용 논란

경찰이 수사 중인 수사대상의 신원정보를 누설해 수사권 남용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6월부터 조사 중인 노동해방실천연대(해방연대)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수사과정에서 해방연대 활동가 김 모 씨의 회사에 찾아가 김 씨의 개인정보를 회사에 알렸다. 김 씨는 이로 인해 해고 가능성이 거론되고 사측의 사찰이 진행되는 등 심각한 경제적,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해방연대 활동가 4인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 중이다. 그런데 경찰은 같은해 11월에 같은 혐의로 김 씨를 포함한 3인을 추가로 조사하겠다며 소환장을 발부했다. 이들은 경찰 소환에 응했지만 조사를 받으며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또한 이들은 재판 중인 사건의 결과가 나온 후에 그를 토대로 조사가 진행되는 것이 적당하다며 앞으로 소환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이들에게 2차 소환을 요구했다. 김 씨에 따르면, 경찰은 김 씨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고, 소환에 응하지 않으면 경찰조사 사실을 회사에 알리겠다는 등의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지난 1월 30일에는 울산에 위치한 김 씨의 회사로 보안수사대 형사 5명이 찾아가 김 씨의 최종학력을 비롯해 수사과정에서 알게 된 김 씨의 개인정보를 회사에 넘겨주기도 했다고 한다.


형사소송법과 경찰청훈령에 따르면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알게 된 사건관계인의 비밀을 엄수해야 한다.(경찰청 훈령 제 699호 7조) 또한 수사에 있어 사건과계자의 인권을 존중하고 명예를 훼손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형사소송법 제 198조, 경찰청훈령 제 699호 3조) 경찰이 형사소송법과 경찰훈령까지 어겨가며 사건관계자의 명예와 인권을 침해한 꼴이다.

해방연대는 5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 보안수사대의 상식 이하, 반인권적 수사권 남용은 국가보안법 탄압 자체가 얼마나 어불성설인지 보여주는 방증”이라며 “해방연대에 대한 국가보안법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해방연대는 “기소도 되지 않은 김 씨의 조사과정에서 획득한 비밀을 보호하기는커녕 회사에 이를 알리고 이를 통해 김 씨에게 조사를 종용하는 경찰의 행태는 유아적이고 치졸하다”고 비판했다.

해방연대는 이어 “법률로 규정된 기본적인 수사의 원칙을 어겨가면서 개인의 생계를 짓밟을 수 있는 권한을 그 누구도 보안수사대에 부여하지 않았다”며 “보안수사대의 수사권 남용은 경찰 얼굴에 스스로 침을 뱉는 부끄러운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경찰의 추가조사 대상에 이름을 올린 이영수 해방연대 활동가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경찰과 검찰은 쓸데없는 짓을 하지 말고 재판에나 집중하라”고 말했다. 재판이 불리한 방향으로 진행되면서 조바심이 난 경찰이 수사대상을 무리하게 확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영수 활동가는 이어 “국민 혈세로 지급되는 수사비를 엉뚱한 곳에 사용하지 말고 해방연대의 위법사실 증거를 찾는 데나 집중하라”고 지적했다.

해방연대는 “해방연대를 향한 국가보안법 탄압과 수사권 남용을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공안기관을 상대로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며 경찰에 수사권 남용과 인권침해를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기소돼 재판 중인 해방연대 최재풍 대표 등 4인에 대한 5차 공판은 오는 7일 오전에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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