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유예자 선거권박탈’ 공직선거법에 헌법소원

천주교인권위원회, “선거권 제한 공직선거법은 입법목적과 달라”

집행유예로 선거권을 박탈당한 이들이 헌법소원을 냈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18일 집행유예 선고를 이유로 선거권을 제한하는 공직선거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일 현재)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자”의 선거권을 박탈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형이 확정되어 교도소에 수용된 수형자, 집행유예자, 가석방자 등은 선거에 참여할 수 없다.

[출처: 한국관광공사]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선거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공정히 행해지도록 하고 선거의 부정을 방지하고 이를 통해 민주정치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공직선거법의 목적”이라며 “집행유예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공직선거법은 입법목적에 합당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한 선거권 제한의 입법목적으로 ‘범죄 예방과 준법의식의 함양’을 거론하지만 “선거권 박탈이 마치 범죄 억지력이 있다는 식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헌법소원에는 지난 해 12월 대통령선거에서 ‘집행유예자’라는 이유로 선거권을 박탈당한 이들이 참여했다. 제주해군기지 반대활동으로 집행유예를 받은 강동균 강정마을회장과 홍기룡 범도민대책위 집행위원장,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의 박래군 집행위원장과 이종회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 등 7명이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수형자의 선거권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영국의 국민대표법에 대해 유럽인권협약에 위반된다”고 판단한 유럽인권위원회의 결정을 언급하며 “집행유예자 뿐만 아니라 수형자도 선거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 역시 공직선거법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2004년 기각 7인, 위헌 1인으로, 2009년 위헌 5인, 기각 3인, 각하 1인으로 거듭 합헌결정을 내놨지만 2009년 결정에서는 과반수인 5명의 재판관이 위헌 의견을 낸 바 있다.

  지난해 4월, 수형자 선거권 박탈하는 공직선거법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 [출처: 비마이너]

이들은 “선거권 박탈은 이들을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배제함으로써 사회적 낙인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고 밝히며 “집행유예자는 물론이고 수형자도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지니고 한 시민으로서 주권자로서 기본권의 주체로 대우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를 비롯한 10개 인권사회단체들은 지난해 4월 총선 직후에도 위 공직선거법 해당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한 바 있다. 당시 헌법소원에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수감된 수형자 2명과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장애운동 활동가 1명이 참여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의견없음’이라는 공문 한 장만을 헌재에 제출했을 뿐 법무부는 현재까지 의견서조차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집행유예자 뿐만 아니라 수형자 및 가석방자 등 부당하게 선거권을 박탈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선거권을 되찾을 수 있도록 헌법재판소가 공직선거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릴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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