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이마트-노동부 유착 의혹

장하나,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 미리 언질"...‘유대관계 유지’하며 선물 오가

신세계 이마트의 불법파견이 사실이 확인되면서 노동자 1만여 명의 정규직 전환이 결정됐지만 고용노동부와 신세계 이마트의 유착관계에 대한 의혹은 여전하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1년과 2012년에 이미 9개 이마트 매장에 대한 실태점검을 진행했지만 당시에는 단 한 건도 파견법 위반사례를 찾아내지 못했다.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은 4일 열린 고용노동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신세계가 고용노동부 차관을 비롯한 각료들에게 명절선물을 보내며 유착관계를 형성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5일에는 국회도서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신세계와 고용노동부의 유착관계 정황이 드러난 내부문건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문건에는 신세계는 고용노동부의 사내하도급 점검에 5개월이나 앞서 은폐를 시도하는 정황이 기록돼 있다. 신세계는 ‘2011 사내하도급 노무점검 대응안’이라는 대외비 문건에서 “당사의 운영형태는 운영상 불법파견 형태 혼재”라며 불법파견을 인지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또한 같은 문서는 고용노동부의 사내하도급 점검항목 Q&A를 작성하고 인사파트에 교육을 진행할 것을 지시하며 노무점검 철저대비를 강조했다.

이에 따라 작성된 노무점검 Q&A를 살피면 신세계 본사는 “하도급사의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거나 “업무지시를 하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사내하도급 의혹을 완전히 부정하도록 교육한다. 장하나 의원은 “신세계 이마트가 이 정도로 준비한 후에나 고용노동부는 실태점검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마트 사내하도급 노무점검 대응 대외비 문건 [출처: 장하나 의원실]

신세계가 각 지방 노동청에서 계획하고 있는 사내하도급 실태점검 계획서도 미리 입수해 공유하며 대응방침을 세운 정황도 포착됐다. 또한 근로감독관이 신세계측에 점검일정을 미리 알려주거나 담당 감독관 정보를 유출한 사실도 확인됐다. 더욱이 신세계 인사담당자들의 이메일에는 “어느 정도 유대관계를 형성했다”거나 “시청, 노동부, 경찰서, 기자 등에게 선물을 전달할 계획”이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장하나 의원은 “이마트가 담당지청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왔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2011년과 2012년에 걸쳐 9개 이마트 매장의 사내하도급 실태를 점검한 고용노동부는 이마트에 불법파견이 전혀 없다는 감독결과를 내놨다. 장하나 의원은 고용노동부의 실태점검에 대해 “시험문제를 미리 주고, 선생님이 모범답안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교육시켜서 하는 테스트”라며 “5개월을 준비한 이마트에 하루 이틀 준비한 서류와 사전에 알려준 질문내용, 이마트가 골라서 교육시킨 직원들을 통해 실태점검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마트 인사담당자간 보고 이메일 [출처: 장하나 의원실]

  주요 대형유통업체 사내하도급 실태점검 현황 [출처: 고용노동부 2013.02.18 제출]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신세계 이마트의 불법파견이 더욱 광범위하게 존재할 것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마트 공대위 법률지원단의 권영국 변호사는 ‘판매용역 사원’, ‘협력사원’ 개인 사업자로 분류되는 ‘판매전문 사원’ 등 이마트의 모든 사내하도급 노동자가 모두 4만여 명에 이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대위 법률지원팀은 특히 2만2천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협력사원’의 실태에 대해 강조하며 이마트의 불법파견을 지적했다. 협력사원이란 이마트에 상품을 납품하는 업체에 소속된 직원으로 이마트에 파견돼 자사 제품의 진열, 관리, 판촉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지칭한다.

그러나 협력사원은 자신이 속한 납품업체의 상품판촉뿐 아니라 타업체의 상품을 포함해 이마트의 모든 상품에 대해 이마트 직영사원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다. 권영국 변호사는 “이마트가 자신의 상품판매를 위해 다른 업체 소속의 직원을 이용하는 행위로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마트가 “약탈적 형태의 신종 불법파견을 일삼는다”고 주장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도 이마트의 불법파견 형태가 이번 특별근로감독에서 드러난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퍼져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이마트 뿐 아니라 여타 대형 유통업체들에도 불법파견이나 관과의 유착관계 등이 관행처럼 만연해 있음을 지적했다.

강규혁 위원장은 대형 유통업체들의 부당노동 행위 사례를 언급하면서 “새 정부에서 대형매장들의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유통 노동자들의 실태를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신세계 이마트가 불법파견 노동자 1만 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지만 장하나 의원은 온전한 의미의 정규직 전환이 이루어질지 여부에 의문을 표했다. 이마트 측이 불법파견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권영국 변호사도 “불법파견으로 일해온 노동자들은 오랫동안 같은 업무를 하면서 적은 임금을 받아 왔는데 이들의 근속을 인정하지 않고 신규로 채용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규혁 위원장도 “새로운 직군을 신설하거나 현재 존재하는 가장 하위 직군에 이들을 포함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하나 의원은 “이마트가 새로운 직군을 만들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노동자들을 배치한다면 탈법수단으로 법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마트는 내부문서에서 또다른 대형유통 업체인 ‘코스트코’의 노무관리 매뉴얼을 벤치마킹 하겠다 밝히고 있다. 코스트코는 대부분의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으나 노동시간을 풀타임으로 명시하지 않아 업무량에 따라 근무시간을 사측이 자의적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하는 변칙적인 노무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장 의원은 “사측의 부당행위나 안정된 고용을 위해서는 노동조합의 존재가 필수적”이라며 “이마트 노조의 존폐가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