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대한문 농성장 강제철거 ‘불법’ 논란

노조-문화재청 ‘훼손 문화재 복원’ 합의해 철거 명분 잃어

서울 중구청의 쌍용차 대한문 농성장 강제 철거가 ‘불법’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중구청의 행정대집행 강행이 설득력을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 중구청은 행정대집행으로 직원 200여 명을 동원해 8일 오전 7시 50분부터 쌍용차 농성장을 강제 철거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연대 온 노동자, 시민 150여 명이 이를 막아 아침부터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전태일 열사 동생 전태삼 씨와 시민 김 모 씨가 부상을 당해 서울대병원과 녹색병원에 각각 후송된 상태다.

쌍용차 범국민대책위원회에 의하면 중구청은 도로법 제45조 및 국유재산법 제74조 위반을 들어 행정대집행을 강행했다. 도로법 제45조 및 국유재산법 제74조는 ‘정당한 사유 없이’ 도로에 장애물을 쌓아 놓아 도로의 교통에 지장을 끼치거나 국유재산에 시설물을 설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문 천막 농성장은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집회시위 물품으로 신고돼 합법적으로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상태였다. 경찰측은 이미 이를 수리했고, 따로 집회 금지 및 제한 통고 조치를 취한 바 없다.

또 중구청의 이번 행정대집행이 절차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진행됐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행정대집행 2조에 의하면 행정청이 ‘의무자의 의무 불이행 계속 뿐만 아니라 의무자의 의무 불이행이 심히 공익을 해할 것으로 인정이 될 때’에만 행정대집행을 할 수 있다.

김태욱 전국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농성장 철거 명령을 발령했다고 해서 무조건 철거할 수 없다. 쌍용차 농성장은 ‘심히 공익을 해하는 경우’가 아니다”며 “통행에 지장을 줄 수는 있겠지만 관련해 서울행정법원이 판결을 통해 명시적으로 확인한 사항이다”고 전했다.

앞서 작년 11월 8일 서울행정법원은 쌍용차 농성장 인근 집회에 대해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명백하게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남대문 경찰서장의 옥외집회금지통고처분이 위법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쌍용차지부가 대한문 옆 인도에 천막 2동을 설치해 집회를 열어도 ‘공공의 안녕질서’가 위협받지 않는다고 서울행정법원이 판단한 것이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대한문 농성장을 지키기 위해 8일 새벽부터 잠 못 이루고 있다. 중구청 직원들의 강제 철거에 2명이 부상당했다. [출처: 민주노총 노동과세계 변백선 기자]

[출처: 민주노총 노동과세계 변백선 기자]

[출처: 민주노총 노동과세계 변백선 기자]

[출처: 민주노총 노동과세계 변백선 기자]

때문에 쌍용차 범대위는 “서울 중구청이 위법한 행정대집행을 해 집회 참가자들에게 상해를 입히고, 집회 물품 손괴 등 범대위 및 쌍용차지부의 집회 진행을 방해했다”며 “이는 집시법 위반,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 등 중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범대위는 이어 “최창식 서울 중구청장을 비롯해 오늘 행정대집행을 강행한 서울 중구청 관계자들에게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취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창근 쌍용차지부 기획실장은 “이번 사건은 행정대집행이라는 이름으로 고통 받는 노동자 서민을 짓밟고 있는 박근혜정부의 태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후보 당시 사회 통합을 말하며 전태일 열사 동상 앞에 꽃다발을 놓으려던 행위의 본질이 무엇인지 우리는 오늘 똑똑히 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창근 기획실장은 이어 “이번 사태는 아침부터 대한문 분향소를 지키려 달려온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과 마음에 생채기를 냈고, 더욱이 쌍용차 해고자들에게 또 다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고 말했다.

한편 쌍용차 범대위와 문화재청이 8일 오후 1시경 ‘일부 문화재 훼손 복원 공사’에 적극 협조하기로 합의하면서 중구청의 행정대집행이 명분을 잃게 됐다. 쌍용차 범대위는 문화재청과 합의하면서 “농성장을 왼쪽으로 이동해 농성을 계속 이어간다”고 밝혔다.

앞서 중구청은 행정대집행의 근거로 농성장 유지가 공익에 해를 끼친다는 것과 더불어 지난 3일 발생한 농성장 방화로 덕수궁 담벼락이 훼손돼 문화재를 복원해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쌍용차 범대위는 8일 보도자료를 내고 “쌍용차지부는 그동안 문화재 복원 공사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에 문화재청 관계자와 책임 있는 결정을 하면서 다시 한 번 행정대집행의 근거가 사라졌다”며 “중구청이 행정대집행 계획 자체를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범대위는 “대한문 분향소가 그간 숱한 탄압에 짓밟힘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의 마음으로 지켜지는 이유는 이 사회 노동문제뿐만 아니라 아픔과 고통의 문제를 대변하고 상징하기 때문이다. 대한문 분향소가 고통의 물줄기가 흘러드는 마음의 우물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런 곳을 행정대집행의 이름으로 불법적으로 철거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못 박는다”고 경고했다.
태그

강제철거 , 행정대집행 , 대한문 , 쌍용차 , 쌍용차농성장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정재은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돌담

    역시 인민군이 내려오는 수밖에 없어 그러면 비정규직 노동자 이렇게 막대하지않지 드런것들 박근혜 내이럴줄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