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평론] 야권연대·정권교체 실패가 변혁운동에 주는 의미

[인권뉴스 운동평론]
야권연대·정권교체 실패가 변혁운동에 주는 의미

2013년이다. 새해라고는 하지만, 곤궁한 삶에 처한 노동자민중들에게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의례적인 인사말조차 “부자 되세요”라는 말장난 같아 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함박눈이 내리는 아침, 그간 연대로 친해진 한 활동가로부터 “새해, 함께 복 많이 만들어요.”라는 새해인사가 문자로 날아왔다. 그렇다. ‘복’은 절로 오는 게 아니라 만들어야 한다.

18대 대선에서 많은 사람들은 ‘복’을 찾아 야권연대·정권교체에 집중했다. 그리고 1469만2632표 VS 1577만3128표로 멘붕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에서는 야권연대·정권교체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는 활동가들이 최초로 노동자대통령 후보를 출마시켜 1만6687표를, 또 다른 청소노동자 출신 후보는 4만6017표를 얻으며 새로운 주체의 새로운 시작을 암중모색 중이다.

야권연대·정권교체 실패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의 지점이 있을 수 있지만, 변혁운동의 측면에서는 다음 일곱 가지 종언(終焉)을 눈여겨봤으면 한다.

첫째, 87년 체제의 종언이다.
후보들 선거공약에서 보듯 비정규직, 한미FTA, 제주 해군기지 등 노무현 정권의 문제 많은 정책들은 그의 적자(嫡子)인 문재인 아닌 박근혜로 승계되고 있다. 따라서 대안이 부재하지만 오직 87년에 기댄 채 자기모순을 보여준 문의 자장(磁場)내 여타 세력들은 상당부분 입지를 잃고 말았다.

둘째, 특정지역 의존의 종언이다.
야권연대·정권교체의 지역적 기반으로 특정지역이 기정사실로 간주되곤 하지만 18대 대선에서 그 정치적 한계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DJ를 맹주로 모시던 이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반대편 배로 갈아탔음은 자본·권력이 지역과 필연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이다. 운동은 결코 특정지역에 갇혀선 안 되며 만약  갇힌다면 그건 운동이라고 할 수 없다.                

셋째, 노동관료들의 종언이다.
선거철이 되면 항상 그랬듯이 이번에도 노동관료 출신들은 이 후보 저 후보의 캠프를 저울질하며 정치권 진입에 바빴다. 이는 운동을 발전시키기는커녕 자신의 영달을 도모키 위해 운동을 정치에 팔아먹었다는 혐의를 받기에 충분하다. 운동은 관료들의 약탈을 저지하고 응징해야 할 의무가 있다.

넷째, 정규직 중심 운동의 종언이다.
최근 현대차지부가 좋은 사례. 대법원 판결에 따라 현대차비지회는 불법파견으로 인정된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 중이다. 그러나 현대차지부는 이를 신규채용으로 둔갑시켜 회사와 합의하려 지회가 정규직화를 막고 있다고 교섭결렬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이처럼 정규직이 무사안일 걸림돌로 작용하는가하면 상대적으로 비정규직이 새로운 노동운동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섯째, 급진·국가주의 페미니즘의 종언이다.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탄생했다고 모든 미디어가 난리인데, 여기서 ‘여성’은 ‘성 분리주의’인 급진적 페미니즘에 기반한 주류 여성계가 권력화 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만난 국가주의 페미니즘과 맞닿은 개념이다. 여성운동 1기는 이렇듯 ‘여성’인 박근혜로 완료되었다. 따라서 2기 여성운동에서는 성에서 ‘정체성’ 중심인 계급적 가치 개념으로 발전해야 한다. 따라서 용어 또한 재배열 되어야 한다. 예컨대 여성노동자가 아니라 ‘노동자여성’이다.

여섯째, 종파주의의 종언이다.
대안세력이 되어야 할 진보좌파진영은 노동자대통령 후보전술을 두고 분열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평가와 설명은 아직까지 공개적으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세적으로 노동자계급정당 건설과 같은 변혁운동은 급물살을 탈 듯하다. 따라서 종파주의를 벗어난 운동의 전면적인 재편성이 시급하다.  

일곱째, 안티운동의 종언이다.
그동안 운동은 투쟁구호를 외치는 목소리는 커도 실제로는  ‘역량의 한계’라며 안티 수준에 머무른 경우가 많았다. 노동자민중들의 주체 역량을 강화하려면 안티만 가지고는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충분한 학습과 소통으로, 준비된 대응논리와 가다듬은 전열로, 자본과 권력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이상에서 보듯 야권연대·정권교체 실패는 역설적으로 진보좌파진영에 많은 것을 선사했다.  이제 변혁운동 활동가들에게는 꾸준히 새해 복 많이 만들어 투쟁하는 노동자민중들에게 따뜻하게 화답해야 하는 순서가 기다리고 있다. 


글: 최덕효 (인권뉴스 대표)

[한국인권뉴스 20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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