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에세이] 고 윤주형 동지 가는 길 & 아무도 모른다




동지들이 죽어나간다. 이젠 집회에서 사람들 얼굴 보는 일도 겁난다. 저 대오 속 누군가에게 또 무슨 험한 일이 벌어지지나 않을까 그런 두려움이다.

윤주형 동지처럼 간 2011년 숲홍 이상현 동지의 장례식장에서 활동가긴급구조시스템 '레프트119'를 제안한 며칠 후 그 곳에서 참여를 약속했던 한 동지로부터 어색한 전화 한 통이 날아들었다.

민노총 간부인 그는 다짜고짜 "왜 명칭이 '레프트'인가" "그럼 엔엘은 같이 못하겠네.."라면서 또 "조직활동가는 조직에서 책임지는 거 아닌가"(조직외 활동가는 별로 없을테고 따라서 레프트119가 별 필요 없다는 얘기로 들림).. 라고 거칠게 말했다.

명칭은 가칭이니 중지를 모아 만들면 될 터이고, 극심한 트라우마의 많은 원인을 차지하는 번아웃(소진) 치유를 위해서는 조직(노조가 대부분)과 정파를 넘어서는게 좋지 않겠나라고 설명했지만 소통불능이었다.

그 민노총 간부 말처럼 정규직 쪽 활동가야 일하다 뭔 변고가 생겨도 변호사 비용부터 활동비/생계비까지 보장되니 별 문제가 없는 게 사실이다. 그는 자신이 속한 정규직 영역의 얘기를 있는 그대로 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 땅에서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비정규직이거나 비공식부문 노동자들인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 별로 문제의식이 없었던지 이 쪽에 대해서는 전혀 노코멘트였다.

비정규/비공식노동 활동가들은 아무리 조직이 있어도 재정이 열악해 서로를 보듬어 줄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아 그만큼 위험도 또한 높다는 걸 몰랐던 모양이다. '아무도 모르게' 가는 이 무서운 번아웃 증상을 말이다.

운동기조의 부재에서부터 심연에 갇힌 노노갈등까지 몸도 마음도 영 움직이기 어려운 시간들이다.

아마도 고 윤주형 동지가 마지막이 된 해복투 동영상을 재능농성장 거리강연에서 코뮌영상이 찍은 것 같다. 촬영하고 편집하면서 윤 동지의 선한 눈빛과 맑은 목소리가 유난히 기억에 남았었다. 잠을 설친 후 새벽에 화성으로 발길을 향했다. 동지의 마지막 가는 길을 노제까지 함께 했다.


[한국인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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