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록 에세이] 지구 온난화는 ‘인위적’ 자연현상 (1)

최형록(인문학자)

"우리는 역사의 현실이 물결치는 대하 가운데서 썩어지며 무너져가는 그것을 물리칠 확고한 계획과 그것을 향하여 독수리와 같이 돌진할 만신의 용기를 가지고 이 너른 지상의 모든 곳에서 너의 품안으로 닥아선다."

일제시대에 태양처럼 열정을 품고 ‘청년의 삶’을 살다 간 임화의 ‘세월’의 한 구절이다. 시대의 모순을 극복해야 할 용기의 절실함이 오늘이라고 덜할까?

이 시의 첫 구절에서는 ‘노들강의 얼음이 두자 석자 두터워졌다.’라는 내용이 있는데 과연 오늘날에도 이렇게 두터운 얼음이 생길까? 부모님 세대는 요즘 겨울은 예전만큼 매섭지 않다고 느끼신다. 예전에 비해서 난방시설이 전반적으로 잘 갖춰지고 겨울옷의 공급이 원활해진 탓일까?

그런데 이런 탓만이 아님은 분명하다. 이런 ‘겨울의 이상난동’과 종류가 동일한 ‘자연’현상들이 있다. 게릴라성 호우, 동남아시아의 철새인 파랑새가 서울 상암동에 도래, 봄꽃이 피는 시기가 점점 빨라지며 활엽수들이 ‘북상’하는 현상. 그런데 이런 ‘자연’현상은 지구가 자전하면서 태양 주변을 공전하는 까닭에 눈에 보이는 현상으로서, 아침에 해가 뜨고 저녁에 해가 지는 종류의 자연현상과는 차이가 있다.

이런 ‘자연’현상은 인간의 활동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것을 ‘지구 온난화’라고 부르며 탐욕스런 자본주의적 기업 활동의 결과이다.

인간 활동이 관련된 현상을 보는 눈에는 두 가지 이상이 있기 마련이다. ‘지구 온난화’라는 ‘인위적 자연현상’ 자체를 부인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주장 가운데 중요한 점은 다음과 같다.

가) 지구의 기후는 1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 이래 꾸준히 ‘자연적’으로 온난화되어왔다. 그런 추세의 원인은 화산활동 그리고 ‘밀란코비치 사이클’, 지구 공전궤도의 점진적 변화와 지축의 변화이다. 따라서 ‘인간 활동에 기인한다.’는 견해는 ‘과학을 정치도구화’하는 입장이다.
나) 오히려 1.5° 정도의 온난화는 곡물생산을 증가시키고 기후의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에서 우선 분명히 짚어야 할 것은 ‘과학을 정치도구화’한다는 그들의 사고방식이다. 이런 ‘낫 놓고 기역자를 모르는’ 혹은 ‘낫 놓고 기역자를 모르는 척 하는’ 자들이 ‘경제문제에 정치논리를 개입시키지 말라.’라는 언행을 일삼는다. 모든 경제문제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동시에 정치문제이며 문화적 문제라는 명명백백한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인간이 나비처럼 팔랑팔랑 날지 못하는 것은 나비와는 다른  물리적 중력의 법칙에 종속되어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가압류의 부당성을 인식하고 그것을 제거하는 활동에는 포도당(C₆H12O₆)이 필요하다. 그런데 인간은 이 포도당을 포도나무처럼 이산화탄소와 물을 원료로 빛에너지를 이용해서 생성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다른 생명체들과 다른 방식으로 물리․화학적 과정에 종속되어있다고 해서 인간을 쿼크라든지 포도당이라는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언어도단이라면 경제문제에 정치논리를 배제시켜야 한다는 것 역시 허무맹랑한 사기다.

1960년 ‘4․19 의거’에 대한 1961년의 ‘5․16 군부쿠데타’라는 폭거는 군인들이 일으켰으니 군사문제일까? ‘과학을 정치도구화’하는 자들은 이 말을 먼저 입에 올리는, ‘지구 온난화’를 부인하는 자들이다. 이들은 ‘지구온난화’에 제동을 걸려는 ‘교토의정서’ 같은 국제조약이 발효되면 기업의 이익에 타격을 받을 것을 예상하고 ‘지구온난화’를 여론에 호소하는, ‘과학적 객관성’을 내팽개친 ‘사회 공학적’ 행위라고 비난한다.

              
△1997년 12월에 개최된COP3(지구 온난화 방지 교토회의) 의 본회의장. 이곳에서 교토의정서가 채택되었다

이런 주장에 게거품을 내는 단체가 세계기상연맹이다. 이 연맹의 회원들에는 전미 상림․제지협회, 전미 석유연구소, 쉘오일, 텍사코, 쉐브론, 크라이슬러, 엑슨, 제너럴모터스, 포드 자동차 그리고 미국의 상무성 등이 있다. 예컨대 석유업계와 자동차업계, 제지업계 그리고 국가권력기관이 결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회사들은 ‘지구온난화’가 앞의 가)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자연현상’임을 강변하기 위해서 선사시대로부터의 지구 기후의 변화와 그 조건을 연구하는 데 노력하고 있는데 바로 이 작업에 지구 기후의 역사에 관한 최고 전문가들 중 일부를 석유와 가스업계에서 고용하고 있다.

1998년의 ‘지구를 과열화하려는 PR의 음모’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1991년 전국석탄협회, 서부연료연합과 에디슨 전기연구소를 비롯한 기업연맹은 ‘환경을 위한 정보위원회’를 창설했다. 이 단체는 “지구온난화라는 것이 ‘사실’이 아니라 ‘이론’ ”이라고 선전하는데 50만 달러를 지출했다. 이 ‘강도귀족’들의 헛소리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이 ‘사실과 이론’의 관계이다.  이 ‘강도 귀족’들의 편에 선 경제학자들은 신자유주의의 ‘이론’적 토대인 밀턴 프리드먼의 입장을 ‘경제이론’이라고 말하고 있지 ‘경제사실’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어떤 ‘사실’이든 ‘이론’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지 않은 것은 없다. 태양은 지구 등과 태양계를 이루며 이 한정된 ‘계’의 범위 내에서 태양이 중심을 이루는 것이지 지구가 중심인 것은 아니라는 ‘태양 중심설’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이뤄지기 전 지구 중심설에서는 “객관적 사실”이 아니었던 사실(史.實)을 상기하자.

‘지구온난화’란 시간이 경과하면서 지구의 대기와 해양의 평균온도가 증가하는 현상이다. 이 ‘자연 현상’은 자본주의적 산업혁명이 가속화되고 전 세계적으로 파급되어나가던 19세기 말, 이른바 ‘제국주의’ 시대 이래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전 세계적 확산이라는 ‘인위적 원인’에 의해서 발생된 것이다.

이런 기온의 장기적 추세를 보면, 1만 2천 4백 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종료한 이래 기온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중세 시대에는 대체로 온난하였다가 17세기 중엽부터 1850년경까지는 ‘작은 빙하기’였다. 이것은 당대 사회에 비판적이었던 소(少) 피터 브뤼겔이 그린 농촌풍경화에 눈이 자주 등장하는 데에서 확인할 수 있다. 1880년대~1940년경 기간에는 온난하였으나 1940년경~1975년경 기간에는 약간 추웠다가 1975년 이래 다시 온난화가 가속되었다.

이런 ‘지구온난화’가 사실이 아니라 ‘이론’이라고 보는 편에 속하는 J. 크리스티 등은 1979년~1998년 기간에는 오히려 약간 추웠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의 반론을 지지해줄 수 있는 인공위성으로 관찰한 지역의 기온 기록만을 이용했음이 밝혀졌다.

우리는 이런 ‘개수작’으로부터 ‘사실’과 ‘이론’은 노동력을 품팔이하는 불안한 생존과 자본 축적의 관계처럼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누가 ‘과학을 정치도구화’하는 지 분명히 인식할 수 있다. 진정 문제 삼아야 할 것은 ‘과학의 정치도구화’ 그 자체가 아니라 “누가, ‘어떤 정치’를 하려는 것이냐.”이다.

본지는 재야 인문학자 최형록 선생의  철학, 역사, 과학, 정치에 관한 세계관을 접할 수 있는 에세이를 매주 토요일 시리즈로 싣는다. 최 선생은 서울대 인문대학원에서 수학했으며 민중당 국제협력국장, 사민청 지도위원, 진보평론 편집위원을 지낸 바 있다. ‘모든 노동자의 건강할 권리를 위하여’를 영역했다. [한국인권뉴스] 
  

[한국인권뉴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인권뉴스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