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페친이 이런 글을 올렸다. “마이클 무어 작 ‘자본주의: 러브스토리’를 보고 있다. 소름 쫙 돋는다. 하나. 대기업들 - 월마트, P&G, 씨티뱅크 ... 등등이 직원들 생명보험을 들고 수익자를 회사 대표로 직원이 죽으면 보험금은 회사가 받는다. 뭐 이런 돈놀이가 다 있지? 혹시 우리나라는?“
그래서 우리나라에도 이런 보험이 있다고 했다. 페친이 열받은 모양이다. 쌍용차도 이런 보험을 들었는지 알아보겠다고 한다. 여러분들 혹시 근로자재해보험이라고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아니면 직장인보장보험, 종합보장 직장인보험 이라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모두가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런 보험이 저런 보험이다. 물론 대기업 노동조합들은 대부분 단체협약으로 직장인보험을 허용하되 보험 수익자는 당해 노동자가 가져가도록 하고 있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 특히 제조업체 중 사고가 많이 발생하거나, 이주 노동자들을 주로 사용하는 업체에서는 보험수익자가 회사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노동자가 다치거나 죽거나 하면 그 보험금은 회사가 가져간다.
이런 것이 가능하냐고, 가능하다. 1991. 12. 31. 상법에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조문은 이렇다. “제735조의3 (단체보험) ① 단체가 규약에 따라 구성원의 전부 또는 일부를 피보험자로 하는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제731조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②제1항의 보험계약이 체결된 때에는 보험자는 보험계약자에 대하여서만 보험증권을 교부한다.”
여기서 제731조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타인이 죽는 것을 보험 사고로 할 경우 그 타인의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을 적용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법률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위헌이 아니라고 하였다.(98헌가6. 1999. 9. 16. 결정) 그런데 당시 3명의 헌법재판관은 위헌이라고 하였다. 그들의 논거는 “타인의 생명보험계약에 내재하는 살해 등 가해의 현실적 위험성도 더욱 커지게 되고, 법률상 미비점을 악용하는 예외적인 계약이 이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각종 산업 현장에서 재해방지대책이 소홀해질 가능성을 초래할 수가 있고, 사업주가 경우에 따라서는 손해액을 현저히 초과하는 보험금의 수령도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대법원도 별 문제가 없다고 하였다. (98다59613 판결, 다만 업무상 재해나 사망으로 국한시키지 않고 비업무적 다른 사고까지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보험계약에 있어서는 근로자의 동의를 면밀히 살피도록 하여야 한다고 했다.)
결국 어떤 사업장에 근로자재해보험으로 가입되어있고, 어떤 노동자가 산업재해를 당하였다면 그 노동자는 근로복지공단에서 받는 급여와 민사로서 별도로 사업주로부터 받는 금액 이외는 단 한푼도 보험회사로부터 받을 수 없게 된다. 보험사고는 분명 어떤 노동자가 다치거나 죽거나 하는 것인데 그로 인해 사업주는 이득을 보는 보험이다.
헌법재판소의 소수의견이 지적한 그 끔직한 가능성은 현재 널리 현실화되어 있다. 근로자재해보험이라는 명칭이 마치 근로자가 다치거나 죽으면 보험금을 탈 수 있는 것처럼 하고 있으니 이런 사정을 잘 모르는 노동자들에게 도장을 찍으라 한다. 이주노동자들은 더욱이나 그렇다. 그런 보험에 가입하였다는 사실 조차도 알려주지 않는다. 왜 저 상법 조문을 보라 보험증권은 보험계약자 즉 회사에게만 교부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어떤 자본가는 직원들이 죽거나 다치기만을 기다리며 보험금을 수령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게 옷? 같은 자본주의 사회의 맨 얼굴이다.
(그림: '자본주의 러브스토리' 중에서 한 장면)
▒ 박훈 페북 http://www.facebook.com/hun.park.50
[한국인권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