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뮌영상] 고 윤주형 동지 49재 - 한 노동자의 절규 "망자를 모욕한 자는 술 올리지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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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윤주형 동지 49재

일시 및 장소: 2013.3.17 12시 마석 모란공원



고 윤주형 동지 49재에서, 동지들의 내부 모순을 비판하는 한 노동자의 절규
"무슨 자격으로 거기에 술을 올려, 망자 모욕한 자는 거기 술 올리지마, 니들 양심이 그걸 알 거야, 양심의 울림으로 살아가.. 알았어?"


[윤주형 동지가 남긴 유서]

무엇을 받아도 기쁘지 않았습니다.
내 마음이 그런 것을 어쩔 수 없었답니다.
아무도 내 이름을 기억하지 않았으면 하고 구구절절을 남깁니다. 용서를 구합니다.

혹여, 다만, 어울리지 않는 열사의 칭호를 던지지 마세요.
잊혀지겠다는 사람의 이름으로 장사하는 일은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요.

아마도 저는 평생 엄마를 찾아 헤맸나 봅니다. 조직도 노조도 친구도 동지도 차갑더라구요. 허기진 마음을 채울 수가 없어 너무 힘이 들었지요. 버티는 일조차 힘이 들더라.

세상에 낳는 건 누구나 평등해도 사는 일은 그렇지 않았는데, 참 다행인 것은, 그 누구나 죽음을 자신의 의지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네요. 다행, 참 다행.

나에 대한 원망도 함께 사라졌으면, 주지 못한 뜨거운 내 마음은 남지 않고 조용히 사라졌으면

그럴 수 있다면
가난한 내 삶과 영혼을 모두



네!

그랬으면 좋겠다. 살다가 지친 사람들
가끔씩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계절이 달아나지 않고 시간이 흐르지 않아
오랫동안 늙지 않고 배고픔과 실직
잠시라도 잊거나
그늘 아래 휴식한 만큼 아픈 인생이
아물어진다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굵직굵직한 나무등걸 아래 앉아
억만 시름 접어 날리고
결국 끊지 못했던 흡연의 사슬
끝내 떨칠 수 있을 때
그늘 아래 앉은 그것이 그대로
하나의 뿌리가 되어
나는 지층 가장 깊은 곳에 내려앉은
물맛을 보고
수액이 체관 타고 흐르는 그대로 한됫박 녹말이 되어
나뭇가지 흔드는 어깨짓으로 지친
새들의 날개와
부르튼 구름의 발바닥 쉬게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사철나무 그늘 아래 또 내가 앉아
아무 것도, 되지 못하고
내가 나밖에 될 수 없을 때
이제는 홀로 있음이 만물 자유케 하며
스물 두 살 앞에 쌓인 술병
먼 길 돌아서 가고
공장들과 공장들 숱한 대장간과 국경의 거미줄로부터
그대 걸어나와 서로의 팔목 야윈
슬픔 잡아 준다면
좋을 것이다 그제서야 조금씩
시간의 얼레도 풀어져
초록의 대지는 저녁 타는 그림으로
어둑하고
형제들은 출근에 가위 눌리지 않는
단잠의 베개 밸 것인데
한켠에서선 되게 낮잠 자 버린 사람들이 나즈막히 노래 불러
유행 지난 시편의 몇 구절을 기억하겠지

바빌론 강가에 앉아
사철나무 그늘을 생각하며 우리는
눈물 흘렸지요



고 윤주형 동지 약력

1977년 출생
2007년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도장공장 비정규직 입사
2008년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화성지회 대의원
2009년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화성지회 대의원
2010년 4월 징계해고, '기아차 해고자복직 투쟁위원회' 결성
2011년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참가
2012년 희망뚜벅이, 희망광장, 공동투쟁단 참여, 쌍용차 대한문 농성 연대
2013년 1월 28일 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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