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칼럼] 성노동자 혹은 섹스 테라피스트

최덕효 (인권뉴스 대표)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2004년 말부터 이에 저항하는 성노동운동 활동가 일을 하면서 추가로 관심 지닌 분야가 있었다. 하지만 진보좌파의 운동 여건이 워낙 열악해 아직까지 손도 대지 못한 분야가 있다.

현재까지 운동진영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이론화 1단계는 성매매(강제적, 인신매매)여성 아닌 성노동자(자발적, 여성) 개념으로 현재 진행형인데, 이는 여성과 빈곤 문제가 결합된, 친 성노동적 여성주의 성향이 강한 운동이다. 여기서는 관변용어인 성매매와 운동용어인 성노동이 혼용되는 양태를 보인다.


    
△ 2008년 6월 29일 민주성노동자연대(민성노련)에서 주최한 성노동자의 날 3주년 행사에 연대한 여성문화이론연구소 고정갑희(한신대) 김경미(이대) 교수와 노동가수 박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성노동운동 2단계는 여성, 남성, 트랜스젠더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성노동자(자발적) 개념이다. 여기에는 공황기 자본주의가 더 이상의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지 못해 발생한 사회적 현상의 하나로 해석하며, 그럼에도 시대착오적으로 '노동'을 물질노동이나 어떤 가치?에 가두려는(집착하는) 노동신성성(노동주의/노동자주의)을 전복하려는 반자본주의적인 성격을 지닌다.

또 다른 하나는 '섹스 테라피스트' 개념으로 심각한 성적 문제에 직면한 사람들을 치유해주는 이타적인 운동이다. 실화에 기반한 미국영화 세션The Sessions :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 (벤 레윈 감독, 2013 골든글로브 노미네이트)에 등장하는 중증장애인과 섹스 테라피스트와의 이야기가 좋은 예에 해당한다. 국내 영화로는 장애인 성문제를 그린 핑크 팰리스(서동일 감독, 2005)와 섹스 볼란티어(조경덕 감독, 2009)가 있는데 이 영화가 성매매특별법(금지주의)에 반한다는, 특히 장애여성을 모욕한다는, 온갖 마타도어로 감독들이 생고생을 했다.

              

사실 '섹스 테라피스트'에 대한 요구는 비단 드러난 장애인에만 국한하지는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몸과 정신의 장애가 얼마든지 있다. 국내 성인인구 중 절반 가량이 비혼인구이라는 점, 또한 기혼미혼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이유로 성불구(발기불능, 불감증 등)이거나 성불구 가능성이 현저하게 높은 위험군들이 도처에 존재한다. 따라서 이들의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위해서는 몸과 마음의 생물학적/심리학적 흐름이 선순환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이 지점에서는 '섹스 테라피스트'와 '성노동자'의 경계선이 모호해진다. 영화 세션The Sessions에서 섹스 테라피스트(역 Helen Hunt)가 그 차이점에 대해 말한다.
"그녀들은 단골을 찾지만, 우리는 당신 미래의 성생활이 잘 되도록 안내합니다."

진보좌파를 돌아보면 운동진영의 성은 더욱 척박한 편이다. 기본적으로는 활동가들의 척박한 물적 토대와 유관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운동을 옥죄고 있는(자본가권력의 금지주의를 받아들일 정도로) 성적 근엄주의 영향도 적지 않아 보인다.
몇 년전 극도의 빈곤 속에서 스스로 삶을 정리한 한 활동가가 어느 날 집회 뒤풀이에서 필자에게 이렇게 토로한 적이 있다(그 동지는 쪽방에서도 밀려나 이곳저곳을 전전했으며, 필자가 성노동운동 활동가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동지의 한탄을 들었을 때 밀려온 그 절망감이란.
“형!.. 고백인데.. 내겐.. 그녀들(성노동자) 만날 돈도.. 자위할 공간조차 없어..”

[한국인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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