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지노조 재능교육지부 천막농성투쟁 2,000일!
굽힘없이 싸워나가겠습니다.
굽힘없이, 우리가 가야 했던 길을 헤쳐 온 날들
어느덧 학습지노조 재능교육지부 투쟁이 2,000일을 앞두고 있어 마음이 무겁습니다.
구사대의 무자비한 폭력, 농성물품 강탈․훼손, 수십 차례의 농성장 폭력철거, 업무방해금지․접근금지․집회금지 가처분, 임금 및 예금 가압류, 백 건을 훌쩍 넘는 형사 고소고발, 20억 손해배상 소송제기, 월급 100%․살림살이․노조물품․차량 압류, 용역깡패들의 성폭력․폭력․미행․차량훼손, 구속․벌금․수시로 반복되는 체포․편파적인 법 집행…….
2007년 12월 21일 시작해 이제 2,000일을 눈앞에 둔 천막농성투쟁 내내 우리는 말로 다 표현할 수조차 없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재능교육 자본․경찰․구청의 전방위적 탄압과 학습지노조 내부의 타협 세력의 배신 및 방해책동, 고비 때마다 노조 내부의 타협세력과 합세하여 양보안을 강요하는 상급단체와 쉼 없이 싸워야 했습니다. 이처럼 재능교육지부 투쟁은 자본과 권력 뿐만 아니라 내부의 타협세력과도 끝없이 싸워야 했습니다.
2,000일 투쟁의 발단이 된 이현숙 집행부의 임금삭감 안 잠정합의. 잠정합의안 총투표 과정에서의 대리투표, 찬성 강요 등의 부정행위. 임금삭감에 대한 투쟁을 촉구하며 소집 요구했던 재능교육지부 총회소집 거부, 집단퇴장으로 인한 학습지노조 대대 무산.
천막농성 돌입 8일 만에 벌어진 이현숙, 정순일 등 중앙위원 8인의 총사퇴, 이후 진행된 노조 선거 보이코트․사보타지. 개악된 위탁계약 거부였던 노조 지침을 어기며 해마다 반복하여 갱신계약 체결. 노조천막농성투쟁 1,000일이 경과하도록 수수방관…….
상급단체인 서비스연맹은 투쟁을 더 어렵게 했습니다.
임금삭감안을 강행처리한 이현숙 집행부 적극 옹호. 천막농성투쟁 외면. 유명자 지부장 삭발단식 상황에서의 양보안 제시. ‘선 복귀 후 단체협약 체결’안 강요. ‘재능교육지부 투쟁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철수. 총연맹 차원의 재능교육지부 투쟁지원 방해…….
그리고 다시 종탑농성 돌입과 함께 우리는 또 다른 상황에 맞닥뜨려야 했습니다. 지난했던 5년여의 투쟁과정에서 보여줬던 여러 모습과 종탑농성 돌입에 대한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어찌됐든 종탑농성에 돌입을 했기에 모든 힘을 모아 비정규직최장기투쟁사업장이 되기 전에 투쟁을 승리로 마무리하고자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적확한 투쟁계획과 해고자들의 결연한 투쟁의지 및 이에 따르는 실천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본 것은 지난 투쟁 과정과 별반 다르지 않거나 오히려 더욱 퇴행적으로 변한 모습들이었습니다.
오는 6월 11일, 시청 환구단 농성장에서 2,000일 투쟁결의대회를 합니다!
비정규직최장기투쟁사업장을 눈앞에 두고 있던 지난 2월초, 종탑농성 돌입과 함께 노동조합 내부의 갈등이 낱낱이 외부로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고 힘을 모아 재능교육지부 투쟁의 성과와 의의를 지켜내려는 많은 노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100여일이 지난 지금, 이러한 갈등이 해소되어 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커져만 가는 형국입니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이겠지만 우선, 지난 100여 일 동안 계속 지적한 것처럼 ‘비대위’와 ‘직무대행’이 지난 5년여의 투쟁과정에 제대로 결합하지 않았거나 오히려 방해를 일삼아온 내외부의 세력들과 야합하여 2,000일 투쟁과정을 희화화시키며 SNS, 학습지노조 홈페이지, 진보넷 속보게시판, 참세상 현장기자석 등을 통해 악의적인 왜곡과 거짓말을 일삼아 왔기 때문입니다. 또, 우리가 사태해결을 위해 공대위회의와 인터넷상에서 공개적으로 밝힌 입장에 대해 계속 거부하며 어떠한 대안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5년여의 투쟁과정에서 행한 온갖 배신과 타협, 오류에 대한 일말의 반성이나 사죄도 없이 공대위 회의에 자신들도 함께 참여해 만든 투쟁계획은 모조리 내팽개치고 ‘비대위’니 ‘직무대행’이니 ‘집행위원장’이니 해가며 자신들만의 ‘체계구축’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이러한 ‘비대위’의 패권적 행태로 인해 학습지노조의 타 지부 조합원과 간부들이 모두 재능교육지부 투쟁에 결합하지 않게 된 것도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힘들 때 함께 자리를 지킨 연대단위를 제치고, 투쟁을 방기하거나 방해하고도 아무런 반성도 하지 않는 서비스연맹과 재능교육지부 투쟁이 뉴스거리가 되거나 타결 기미가 보이면 나타났다가 투쟁이 수그러들면 어느새 소리 없이 사라지기를 반복했던 통진당에 대해서도 아무런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았고, 심지어 서비스연맹 위원장에게 공대위 공동대표를 맡기겠다는 입장까지 제출했습니다.
해고자 전원 원직복직 요구안을 걸고 싸워 왔기에, 복직 후 일정기간 내에 퇴사를 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함께 밝히자 라는 제안에 대해서는, “투쟁주체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강제 ‘서약서’는 쓸 수 없다. 개인적인 사정에 따라서 합의타결 후 복직을 못 할 수도 있는 것이고 당장 복직을 못하더라도 나중에 다시 복직하면 아무 문제없다.”라는 답변이 되돌아 왔습니다.
이에 더해 저들은 최근 들어 가장 지저분한 방법과 내용으로 “3억~5억에 달하는 노동조합 재정을 환구단 쪽에서 틀어쥐고 있다.”라고 선전해대면서 흙탕물을 끼얹고 있고, 이것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유득규, 오수영, 황창훈 등은 수수방관하며 이를 조장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재능교육지부 투쟁에 연대해 진정으로 함께하고자 하는 동지들은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길바닥과 고공, 현장에서 결연하게 투쟁하고 있는 다른 많은 동지들에게 혼란을 야기하고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바로 이러하기 때문에 이미 두 달 반 전에 우리가 제안한 내용들이 더 이상 설 자리를 잃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제 종탑과 별도로 우리의 계획을 갖고 우리의 길을 만들어 가기로 했고 그 첫 걸음이 6월 11일의 ‘2,000일 투쟁결의대회’입니다.
강종숙, 박경선, 유명자 3인은 지난 100여 일 동안의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되었음을 깨닫고, 투쟁 2,000일이 되는 오는 6월 11일, 종탑과 별도로 투쟁결의대회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3인’은 이것이 지금까지의 혼란과 갈등을 넘어 2,000일을 싸워 온 정신을 올곧게 세워내는 길이라 믿습니다. 동시에 비정규직최장기투쟁사업장인 재능교육지부 투쟁의 교훈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길이라 믿습니다.
변함없이, 올바른 우리의 길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첫 날
이러한 우리의 계획에 대해 우려와 비판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그리고 상당히 복잡해 보이고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사실도 인정합니다. 우리는 많은 고민 끝에 이것을 우회하는 방법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동지들께서는 딱 하나, 지난 2,000일을 누가 제대로 싸워 왔고 앞으로 누가 끝까지 제대로 싸우려고 하는 가를 기준으로 판단해 주십시오.
수수료제도에 대한 보충협약요구로 시작된 재능교육지부 투쟁이 재능교육지부 전임자해고. 단체협약 일방파기, 노조원 전원 해고로 이어지면서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문제로까지 확장되어 가는 동안 우리는 회피하거나 타협하지 않았습니다. 불가피하다면 운동 진영 내에서의 고립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종탑농성이 자본을 향한 무기가 아니라 노조 내부를 향한 무기로 변질될 때조차도, 우리는 재능교육 자본과의 싸움을 승리로 이끌어내기 위해 투쟁당사자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체계로 공대위를 확대․강화한 <재능교육지부 투쟁승리를 위한 공동투쟁위원회> 구성을 제안했고, 교섭타결 후 그 결과를 현장에서 올바로 구현해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해고자 전원이 복귀 후 최소한 1년 동안 퇴사를 하지 않고 현장활동을 하겠다는 결의를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연대 동지들이 지원해 주신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소중한 재정에 대해서도, 교섭타결 후 적정 수준의 노조 운영비를 제외하고 돈이 없어 투쟁을 하기 어려운 투쟁사업장에 환원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제안이 모두 거부된 지금 우리는 다시 길 그 끝에 서 있는 심정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회피하거나 타협하지 않으려 합니다. 올곧은 투쟁으로, 2,000일 재능교육지부 투쟁의 성과를 반드시 만들어 낼 것입니다. 그 일환으로 2,000일이 되는 6월 11일 투쟁결의대회를 시작으로 당당하게 우리의 길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지난 2,000일을 곁에서 함께 지켜준 동지들, 곁에 있지는 못했지만 애정과 관심을 갖고 지켜본 동지들, 뜨거운 마음으로 함께해 온 동지들, 길이 보이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먼저 간 동지들과 함께 우리의 길을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굽힘없이, 우리가 가야 했던 길을 헤쳐 온 날들을 돌이켜 보고 변함없이, 올바른 우리의 길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첫 날을 함께 할 동지 여러분들을 모십니다. 많은 발걸음과 마음들이 함께 해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투쟁!!!
2013. 6. 4.
학습지노조 재능교육지부 투쟁 2,000일에
강종숙, 박경선, 유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