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박근혜정권은 부정선거로 얻은 권력을 포기하고 다시 대선에 임하라

지난해 대통령선거(이하 대선)가 국가기관의 개입에 의해 불법으로 치뤄진 것임이 검찰의 6.11조사 결과 밝혀졌다. 지난 해 불법 대선이 던지는 사태의 중대성은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개입한 ‘여론공작’에 있다. 국가기관을 이용한 불법선거가 과거에는 특정 유권자 집단을 직접 상대로 한 이른바 ‘아날로그’ 공작이라면, 이번 제 18대 대선에서는 발전된 ‘디지털’ 수법으로 광범위한 불특정 유권자를 상대로 여권 후보 박근혜에게 유리하게 여론을 조작한 점이다. 당시 원세훈 국정원장은 지난해 8월부터 산하 심리정보국 직원들을 동원해 인터넷 사이트에 수 천 건의 정치댓글과 선거댓글을 달도록 지시했다.

지금 대부분의 정치 선진국에선 보수양당체제가 굳어져 대선 투표에선 여야 간 몇%의 격차로 당락이 결정된다. 한국도 지난 대선에서 겨우 3.6%의 표 차가 있었다. 이에 현대 선거에서는 인터넷에 의한 여론의 조작과 주도가 당락을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변수가 되어 있는 실정이다. 향후 인터넷을 체계적으로 잘 이용하는 후보야 말로 선거승리에서부터 심지어 영구집권까지도 가능한 사이버 세상이 되었다. 바로 이점을 겨냥해 지난 대선은 이명박정권하 국정원이 여론조작을 감행했고 이를 받아 경찰청은 축소⦁은폐함으로써 결정적으로 정권의 연장이 이루어진 셈이다.

이제 박근혜정권은 국가기관인 국정원과 경찰청이 지난 대선에 불법 개입한 사실이 밝혀진 ‘부정선거’로 인해 대통령 당선이 무효로 규정될 처지에 있다. 현대 국가의 권력은 그것의 형식적인 민주적 절차인 선거에 의해 정당화되는 일반원칙에 따르고 있다. 지난해 한국처럼선거 자체가 불법으로 치루어졌다면 절차의 하자로 인해 당선이 무효가 되어 권력도 부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지금 중앙선관위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또한 청와대나 국회는 물론 진보⦁보수정당들은 현 정권이 당연히 사퇴하고 다시 대선을 치루어야 한다는 선거민주주의의 원칙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각계각급 시민⦁사회단체는 물론이고 민주노총을 비롯한 수많은 노동운동진영, 심지어 일부 좌파진영에서도 지난 대선의 무효 및 재선거라는 입장을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표명한 바가 없다. 지금 유권소(유권자의 권리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라는 사이버 공개단체만이 대선이 부정선거라고 규탄하지만 감히 재선거 실시까지는 엄두를 못내는 입장이다.

이 점은 한국에서 국민 모두가 ‘국가’의 권력이 자신과는 상당히 무관한 존재로 간주하는 세계에 탐닉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자아낸다. 그런 일부 무정부주의적 세계는 보수 정권이 선거에 의해 바뀐들 국민 개개인의 생활이 결코 개선되지 않는다는 ‘허무주의’에 서 비롯될 수도 있다.

그러나 서구 민주주의자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국가는 국민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소극적 기능에서, 나아가 시장과 사회에 개입하여 규제해야 한다는 적극적 기능까지를 담당하고 있다. 특히 국가가 수행하는 ‘적극적인’ 기능이야 말로 선진적인 국가사회에서 권력을 결정하는 선거제도가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이기도 하다. 이에 서구 선진국들의 경우 이명박정권 같은 기존 권력이 저지른 부정선거를 아예 무효로 선언하거나 혹은 당선자가 미리 사퇴해서는, 비록 국가사회적 비용이 높다 하더라도, 다시 선거를 치뤄 선거민주주의에 걸맞는 ‘정당한’ 권력을 선출하는 일이 이미 상식으로 되어 있다.

우리는 선진국의 상식이 한국에서도 통용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제 한국사회의 발전을 위해 선거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믿는 국민은 지금부터 제 19대 대선 무효, 정권 사퇴, 대선 재실시 등을 주장하는 정치적⦁ 법률적⦁사회적 행동으로 나서야 한다. 국민의 이러한 합헌적이고 민주적인 실천을 방해하기 위해, 국정원이 또다시 사이버 테러를 하거나 경찰청이 또다시 집회와 시위를 폭력으로 진압하는 행동에 나서서는 결코 안된다.

그러나 문제는 현대 국가에서 국민의 생명, 재산, 권리 등의 안전을 책임지는 ‘보호적’ 임무(국가의 이 임무와 ‘생산적 임무’에 추가하여 좌파는 ‘착취적’ 임무도 추가하고 있다)를 주로 수행하는 국가기관인 법무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국가정보원, 검찰청, 경찰청 등이 국가권력의 남용과 오용을 개의치 않는 ‘관료주의적’ 성향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국가의 무력을 보유한 실체로서, 그것의 현실적 행사는 간혹 폭력으로 변해 국민의 인권을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이른바 ‘국가폭력기관’으로 돌변한다는 사실이다. 그것들은 통합적 상부기관인 대통령과 청와대의 지시를 조건반사적으로 추종하여 상호 연대해 부정선거를 저지르는 반민주적 관료주의 세력으로 전화된다는 사실이 이번에 드러난 것이다.

향후 국민이 이명박의 구속 수사와 박근혜정권의 권력 포기라는 국민저항권을 관철하는데 역시 가장 큰 걸림돌은 그들 국가폭력기관이다. 여기에 언론도 빠질세라 이에 합세하여 보수반동의 이른바 ‘국가선전기구’로 타락해 동원되는 것이다. 이에 관민기구들은 한국이 이제 성숙된 선진국을 지향하는 길에 결코 장애물이 되어서는 안된다.

박근혜정권은 이제 국민의 저항권에 기초한 사퇴 요구를 즉각 수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박정권이 국가의 공식기관과 민간기구를 동원해 반국민적이고 반민주적인 폭력과 선동과 협박을 자행하면 박정권은 결코 돌이킬수 없는 희생과 그에 따른 책임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또한 권력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기회주의적인 진보⦁보수정당들은 국민의 저항에 국정조사 정도로 대응해 결국 부정선거에 면죄부를 줄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지금 자본과 그것의 대리인 권력이 저지른 부정선거를 진정 무효화시키고 정권을 사퇴시킬 세력은 결국 노동자민중 진영 밖에 없을 것으로 우리는 확신한다.

그런데 민중권력을 창출하기위해 그간 투쟁을 벌여온 노동운동진영의 일부는 자본과 권력이 쳐놓은 개량주의와 분열주의의 ‘그물’에 갇혀 근로대중에게 거부당한 실패의 역사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인류의 역사를 바꾼 맑스를 자신들 운동의 ‘상표’ 쯤으로 달고는 반체제 혹은 반정부 노동운동에서 ‘갑’으로 행세하는 패권주의적 악습을 과감히 버리고 노동자민중의 해방투쟁에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다.


2013.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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