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진보당 사태는 부정권력에 대한 국민저항을 위축시키기 위한 공안사건이다
최근 정부는 통합진보당(이하 진보당) 사태를 야기해 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은 지난 8월 말 진보당의 이석기의원 등에게 형법상 내란음모⦁선동죄,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죄 등을 적용해 일단 그를 구속하는 데 성공했다. 이석기의원에 대한 내란죄 관련 적용은 그가 혁명조직(RO)을 결성해 당원들이 전쟁을 준비하고 심지어 무장할 계획 까지 세우는 등 사실에 기초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번 진보당 사건과 관련해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었던 문제는 ‘정부가 국회에 회부한 이석기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에 제도 정당들이 어떤 입장을 보일 것인가’ 였다. 우선 진보당 사태를 몰고 간 집권 새누리당은 체포동의안 처리에 당의 사활을 거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정작, 정부와 집권 여당의 관심은 진보당과 선거에서 연대했던 민주당의 공조 여부와 과거에 진보당과 한 지붕 두 가족이었던 정의당의 동조 여부에 쏠려 있었다. 역시 진보당의 희망과는 달리 양 정당은 새누리당과 공조하거나 동조하여 결국 체포동의안 처리는 국회에서 압도적인 표차(찬성율 89%)로 무난히 통과 되었다.
진보당 사태는 우선 국정원이 주사파 종북주의자로 규정해 온 정당을 아예 ‘법리적’으로 혁명주의자로 각색하고자 한 정치공작의 냄새가 짙다. 그간 세상이 알고 있는 진보당은 당내 패권주의를 이용해 국가와 지방의 제도 정당으로 입성한 바 있는 합법 정당이다. 이를 위해 진보당은 매년 선거 때마다 거대 보수야당과 연대하는 전술을 구사하는 등 이른바 개량주의 노선을 철저히 걸었던 정당이다.
여기에서 개량주의를 정치적으로 정의하자면, 그것은 역사적으로 노동자민중의 해방을 위한 혁명전략을 포기하고 부르주아(자본가계급) 정치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선거에 의한 의회주의를 추종하는 노선을 가리킨다. 진보당이 그간 걸어 온 역사적 사실을 국정원이 결코 모를 리가 없기 때문에, 진보당 사건은 과거 긴급조치 위반죄와 같이 국정원의 공작사건으로 치부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국정원의 내란죄 관련 적용은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허위일 가능성이 높은 공작이며, 이로부터 국정원이 벌이는 어떤 수사나 탄압도 공안정치가 아니고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행태에서 보듯 대중이 이해할 수 없는 이유는 종북 진보(?)와 반북 공안 간 대결구도에서 후자가 벌이는 폭력보다는 이제 양자 간에 ‘비폭력’의 경쟁구도로 바뀔 것을 정부와 정치권에 요구한 것이 지난 해 총선과 대선의 결과라는 점에 있다.
지난 해 선거가 규정하는 민의를 존중한다면, 국정원은 진보당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고 그들에 대한 모든 범죄 혐의를 취소해야 한다. 나아가 정부는 국민에게 엄중히 사과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정부가 왜 하필이면 ‘지금’ 대결의 공안정국으로 몰아가는 의도가 무엇인지를 대중의 입장에서 짚고 넘어가야 한다. 국정원은 진보당의 정체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마치 혁명세력인양 포장해 내란죄로 몰아가고 최근에는 여적죄 까지 씌우려는 이면에는 분명 공안정치의 비밀이 감추어져 있다. 우리는 그것을 크게 두 가지 경로로만 요약코자 한다.
우선 국정원이 자신의 부정선거로 당선 시킨 박근혜 ‘부정권력’을 정당한 권력으로 환원시키기 위해 대국민 협박의 유신독재를 부활시킨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이것은 과거에 국가독점체제에서 정권이 위기에 몰리면 헌법과 법률도 무시하는 극우파쇼세력이 통치의 전면에 등장해 그 위기를 폭력과 기만과 착취로 해소하려던 역사에서 읽을 수 있다. 지금 한국에도 과거 독재파쇼정권에 봉사했던 일부 극우세력이 현 정권의 내외에 포진해 있다는 소식이 언론으로부터 들리고 있다. 그들이 만약 노동자민중의 수백일, 수천일 농성투쟁을 알고 있다면, 이제 정권에서 손을 떼고 자숙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것은 국민의 저항권에 기초한 명령이다.
또한 진보당 사태가 현 정권의 공안정치에 의한 희생이란 점에는 현 정권이 노리고 있는 비밀이 존재한다. 그것은 다시 말해 국정원이 국가보안법상 종북주의자로 낙인을 찍었다 하더라도 그 개인이 국회의원임에도 불구하고 구속하면서까지 현 정권이 지키고자하는 무언가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국정원이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절대적’ 가치로 재단하기 위해,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개인과 집단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아예 부정코자 하는 의도가 내재해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자유민주적 체제가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할 가치인 것으로 보지 않는다. 현 정권이 이처럼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부정코자 하는 것은 부정권력이라는 점을 부정하기 위한 ‘부정의 부정’ 논리를 국민의 여론에 작동시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부정의 부정이란 결국 지금의 부정권력의 정당화 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가 생활하는 민주공화국에서 국민을 대신 해 국정을 담당하는 국회의원은 ‘사실’ 누구보다도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거의 완벽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정부가 내란죄와 같은 과도한 범죄를 합법개량의 정치인에게 적용한다는 것은 아예 어떤 개인에게도 사상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파쇼독재체제의 부활과 다름없다. 진보당 스스로도 그것의 ‘강령’에서 의회주의를 통한 한국 사회의 변화를 기대하지 어떤 폭력적인 수단으로 국가를 전복할 그런 의도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확인 할 수 있다.
정부도 잘 알다시피 한국은 국가내의 어떤 단체나 정당도 감히 필적할 수 없는 엄청난 정보와 막강한 무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현대 민주주의 틀에서 민간이 국가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무력의 행사 보다는 양심, 사상, 표현, 집회. 시위 등의 자유로만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이것이야 말로 평화로운 정권 교체이다.
이제 우리는 이번 국정원이 야기한 진보당 사태는 지금의 박근혜 부정권력에 대한 국민의 저항을 위축시키거나 소멸시키기 위한 ‘단순한’ 공안 사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진보당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단할 것 △관련자들에 대한 모든 범죄 혐의를 취소할 것 △정부는 국민에게 엄중 사과할 것을 강력 촉구한다.
2013, 9. 10
전 국 좌 파 연 대 회 의 (임시의장 김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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