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의 수원지법 평택지원은 쌍용자동차(이하 쌍용차)와 경찰이 지난 2009년 파업 투쟁을 빌미로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 등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소송을 이유 있다고 보고 총 47억원에 가까운 금액(쌍용차에 33억원과 경찰에 14억원)을 배상하라고 지난 12월 29일 판결했다.
이번 민사지법의 판결은 당시 쌍용차가 2,646명의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한데 반발한 노조가 5월부터 77일간 벌인 파업 투쟁에서 회사와 경찰이 각각 입었다고 주장하는 피해에 대한 최초의 공식적인 배상인 셈이다. 이로써 당시 파업투쟁에 참여했던 전국금속노조, 쌍용차노조 등 소속 노동자 150명(1인당 3천여만원)이 부담해야할 배상 금액은 이미 가압류된 바 있는 임금과 퇴직금 30억원에 대해 우선 집행될 전망이다.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이번 민사지법의 판결에 대해 그것은 “노동자들의 영혼까지 갉아먹는” 가혹한 판결이라고 규정하고, 노동자들이 4년이 넘게 직장에서 거리로 내몰린 삶을 다시 파국으로 이끄는 처사라고 규탄하며 즉각 항고할 것임을 다짐했다.
이번 민사법원이 판결한 손해배상의 규모는 노동자와 회사나 경찰의 입장을 두루 반영한 ‘중립적’ 시각에서 내린 점은 있다. 그러나 노동자에게는 ‘민사상’ 손해배상 그 자체가 의문인 것이다. 여기에서 손해배상이란 정리해고를 당한 피해자인 노동자가 정당하게 벌인 파업투쟁에서 ‘거꾸로’ 노동자를 가해자인양 둔갑시킨 판결에 모순이 존재한다.
그것은 다시 말해 법원이 노동자가 부담하는 배상금액을 아무리 적게 조정하더라도, 손해배상이야말로 사법부가 법치주의로 사수코자하는 사회적 ‘정의의 추’가 자본과 권력에 일방적으로 기울어졌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번 민사지법의 법치주의가 ‘부정의 추’가 된 것은 법원이 당시 투쟁에 참가한 노동자들이 “목적과 수단에(서) 위법하고 파업에 폭력적인 방법으로 가담해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보는 점에서 알 수 있다. 민사지법이 자본과 권력에 기울어진 부정의 법치주의를 따른 것은 사실 사법부의 일관된 종래 입장을 반영한 점에서 과거의 다른 재판 사례와 어떤 차별도 발견할 수 없다.
그간 검찰이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의 노동쟁의나 파업행위를 형사상 업무방해죄로 기소한 것을 사법부는 무조건 처벌해 왔다. 또한 사법부는 그런 형사상 위법 행위에 대해 ‘자동적‘으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과 이에 따른 가압류(이하 손배가압류)처분 까지도 적용하는 ’종속적‘인 행태를 보여 왔다.
종래 사법부는 헌법상 노동자의 파업권을 무시하면서 사용자의 일방적인 고소와 검찰의 정치적 기소를 정당한 것으로 간주해 왔다. 이는 사법부가 법치주의를 ‘형식상’ 적용해 노동자만 시민권을 잃게 되어 피해를 보는 자본가정권의 시녀임을 말해 주고 있다. 한국의 정권들이 역사적으로 반노동자적이고 반인권적인 노동후진국이란 오명을 국제사회로부터 듣고 있는 것도 바로 사법권의 독립이 ‘완벽히’ 보장되지 않은 데 있다.
이번 판결에서 민사지법은 노조의 파업에 대해 그것이 노동자들의 인내의 한계를 넘은 분노로 인해 비록 무력적으로 수행되었다 하더라도 상대방인 사용자와 경찰의 무차별적 실력 행사에 대한 긴급피난이나 정당방위라는 객관적 사정을 감안한 ‘진정한’ 법치주의를 발휘한 흔적은 없다.
더구나 지난 2009년 쌍용차 노조의 파업 투쟁은 당시 회사의 기획부도 등 계획된 정리해고 라는 것이 이미 객관적으로 밝혀진 것만 보더라도 노조의 파업 투쟁은 위법이 아닌 ‘정당한’ 것으로 간주되는 만큼 이번 손배가압류는 취소되어야 마땅하다.
사법부는 쌍용차 손배가압류 소송에서 향후 항소심 나아가 상고심에서 자신의 권력분립상 독립적 기관으로서의 지위를 이제는 판결로서 확고히 회복해야 한다. 사법부가 정치검찰에 종속되어 반노동자적 ‘정치사법부’가 되지 않기 위해서도 노동자의 정당한 파업 투쟁에 대해 업무방해죄는 물론 손배가압류 적용을 부당하다고 보는 근본적인 입장변화가 요구된다.
그런 차원에서 사법부는 제 1심이 내린 쌍용차 노동자 150명에 가한 손배가압류를 취소할 것을 요구하는 원심파기 환송조치를 내려야 한다.
이로써 사법부는 다른 국가기관인 입법부와 행정부가 쌍용차 파업노동자들의 비극에 대해 눈감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 노동자가 정상적으로 삶에 복귀하고 노조가 자치적으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심판으로 쌍용차 사태의 범국민적 해결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어야 할 것이다. 지금 노동과 삶의 사슬에 묶여있다 하더라도 우리 사회의 주인인 노동자를 더 이상 죽이지 마라.
2013. 12. 2
전 국 좌 파 연 대 회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