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세계는 자본주의 체제는 물론 사회주의 체제 역시 기름에 중독되어 있다. 제 1차 세계대전이 끝났을 때 영국의 외무장관 커존 경은 “연합국은 기름파도를 타고 둥둥 떠내려가 승리하게 되었다”고 기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름이 현대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폭넓게 살펴보는 입장을 ‘기름정치’라고 부른다. ‘기름정치’가 주목하는 쟁점으로는 여섯 가지로 탐욕스런 기업이 주도하는 세계화, 빈곤의 심화, 전쟁, 테러, 에너지원의 편중 그리고 지구온난화를 들 수 있다.
세계은행 - 제국주의의 국제기구 - 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석유수출국은 그렇지 않은 나라들 보다 내전에 휩싸일 가능성이 40배 이상 높다는 것이다. ‘작은 베트남 전쟁’, 이라크와 미 제국주의 사이의 전쟁과 내전은 이것이 사실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최근 ‘신강균의 사실은’ 이라는 방송프로에서 자이툰 부대에 전혀 보호기능을 할 수 없는 군모가 지급된 비리를 폭로한 것 역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중동 5개국의 기름 매장량이 세계 총 매장량의 약 2/3 이라는 사실 그리고 미국이 세계인구의 5% 미만임에도 매일 전 세계 기름소비량의 26%를 차지한다는 사실은 기름 전쟁의 인과관계를 인식하는 데 기본적인 것이다. 인과관계의 한 고리로서, 현재 이라크와 관련된 유전 서비스 회사 핼리버튼의 전직 부사장이 ‘악의 저주스런 콤비’인 미국의 부통령 체니라는 사실 역시 짚고 넘어가자.
‘테러’를 오히려 증폭시키고 불안감을 고조시키며 시민적 제반 자유를 축소시키는 주범은 과연 어느 쪽일까? 부시행정부는 2001년 출범하자마자 빈 라덴의 탈레반 세력과 우호적 타협정책을 다시 시작했다. 그 중대한 이유는 소련이 해체되면서 거대한 유전과 천연가스 매장지역이 있는 카스피 해로 접근 할 수 있는 전략요충지가 바로 아프가니스탄이었다는 점이다.
‘기름정치’는 지구온난화와 밀접한 인과관계에 있다. 즉 세계적인 미국의 5대 기름회사 -엑슨모빌, 쉐브론 텍사코, BP Amoco-아르코, 필립스-토스코, 마라톤 -는 소매시장에서 물량의 60% 이상을 통제하는데 이 5대회사의 납세 후 이익은 2000년의 경우 400억 달러가 넘었다. 그런데 ‘돈벼락’을 맞아 즐거운 이 5대회사는 지구온난화의 가장 주된 원인물질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0%에 책임이 있다.
UN이 후원하는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심사원단(IPCC)은 기후변화가 점진적일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다. 반면에 기후 변화가 급작스런 방식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입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2년 미 국립 과학아카데미의 “급작스런 기후변화 - 불가피하고 놀라운 사태” 그리고 2003년 미 국방성이 작성한 급작스런 기후변화 시나리오와 미 국가안보 관련 합의의 입장이 그렇다.
이 글에서는 후자, 이른바 ‘국방성 보고서’를 번개에 콩 볶듯 살펴보자 - 이 속담은 재치 있는 반면에 비과학적인 것이다. 번개는 전기현상으로 빛 에너지이다. 형광등 ‘불’빛으로 계란 프라이를 만들 수 있는가?. 전기현상의 빛 에너지를 열에너지로 전환해야 콩을 볶을 수 있다. - 이 보고서는 지구의 기후 변화의 역사, 특히 8200년 전 빙하기에 기초한 예상 시나리오이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이런 급작스런 변화가 수년 내 시작되어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천 년 지속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2010년~2020년 기간 예상되는 사태를 보면 아시아와 북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연간 평균기온이 최고 5°C 그리고 유럽에서는 최고 6°C까지 ‘떨어진다’. 지구온난화는 기본적으로 태양 빛 에너지가 수증기,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로 말미암아 지구 밖으로 재복사(방출) 되지 않음으로써 온실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인데 왜 기온이 떨어질까라는 의문이 드는 것은 경제성장률이 높고 수출도 잘 되는데 왜 민중의 살림살이는 점점 어려워질까라는 의문이 드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 기묘한 결과는 멕시코 만의 강력한 난류가 북대서양에서 염분이 높은 한류가 되는 현상, 온난화에 따라 북극의 빙하가 녹아 멕시코만류의 염도가 하락하는 현상 등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여하튼 이런 이변과 함께 중요 농업지역과 유럽 및 북미 동부의 인구밀집지역에는 10년간 가뭄이 지속될 것이며 겨울폭풍이 격화될 것이다. 이런 기상이변을 가정할 때 2010년경 버마방향으로 인구의 대량이동이 일어나면서 방글라데시, 인도 그리고 중국 사이에 국경분쟁이 우려되는 것은 일례에 불과하다.
2020년~2030년 기간에는 수분증발에 따르는 냉각효과가 감소하고, 춥고 긴 겨울과 무더운 여름이 와서 추위와 기근으로 중국은 에너지원을 찾아서 러시아와 서방으로 눈을 돌릴 것이다. 이런 기상이변을 가정할 때 2025년경 중국 내 상황악화로 내전과 국경충돌이 예상된다.
‘국방성 보고서’에서 지구온난화가 자연자원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부분 중 주목할 부분은 역시 농업생산고이다. 생장계절의 기간뿐만 아니라 기온과 수분스트레스의 영향을 받아 작황은 10~25% 감소할 것이다. 농업관련 질병들 중 일부는 소멸 하는 반면, 다른 것들이 건조함과 바람 덕분에 보다 쉽게 전파될 것이고 기존 살충제들과는 다른 것들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살충제의 사용에 따른 토양오염과 지하수오염 역시 연쇄 반응적으로 일어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지금도 마실 수 있는 물의 부족이 우려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은 더욱 긴박해질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약 10년 전부터 전염병학자들이 경고한 말라리아, 뎅기열병 및 황달 같은 전염병을 나르는 보균생물(모기 등)에 유리한 지대가 확대될 것이다.
지구온난화와 상호작용 하는 것이 ‘생물 다양성’이다. 남한에서 전개되는 ‘미친 짓’ 들 가운데 한 가지가 골프장이라는 독버섯의 건설이다. 골프장은 농경지의 상실과 함께 삼림의 파괴를 초래한다. 자연적 저수지의 일종인 나무가 제거됨으로서 수분과 기온이 변화하며 저장된 탄소가 대기로 방출되어 기후 변화에 악영향을 끼친다. 지구온난화는 해초의 밀집도에 악영향을 끼치며 이것은 대기와 물의 온도강하를 초래한다.
일상적으로 눈에 잘 띄지 않는 생명체의 감소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서 지적할 수 있는 것이 풍뎅이 종류의 감소이다. 풍뎅이는 동물의 배설물을 수집하여 묻음으로써 토양을 풍부하게 만들어 식물이 생장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들이 감소함으로서 관련 종들에 악영향을 끼치는 데 한 두 종류의 멸종은 이제까지 생각해온 것보다 더 큰 영향을 생태계에 미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미 10년 전 국제관계의 새로운 의제로서 중국의 급속한 공업화에 따른 환경오염문제를 지적한 바 있는데 이것은 오늘날 서울대나 아시아 개발은행의 계량적 연구로 규명되고 있는 중이다. 지구온난화의 ‘인위적’ 원인의 주범이랄 수 있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면 화석연료의 효율성에 대한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정하고 배출량의 거래기제가 필요하다.
이런 목표로 추진된 것이 1997년 12월 시작된 ‘교토 의정서’ 인데 부시행정부가 최소 10년간 이 과정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한 사실만 언급하자. 지구온난화의 완화책 중 다른 한 가지는 개도국으로 청정에너지 기술을 이전하기 위한 기금의 조성이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하나의 개혁적 제어장치로서 ‘토빈세’를 들 수 있다. 이것은 환투기 등과 같이 국제통화 거래를 행하는 은행 등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매일 이런 거래량은 1조 5천억 원 정도가 아닌 1조 5천억 달러이다.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기술의 개발과 그것에 대한 보조금 지급 대안은 너무도 당연하다. 문제는 역시 핵 발전이 과연 청정연료인가라는 것이다. 핵 발전의 경우에도 이산화탄소는 여전히 발생한다. 2003년 ‘부안사태’가 왜 일어났던가? 핵발전소 설비 1개당 핵폐기물 - 독성오염물질 - 은 매년 22~30톤 발생한다.
예전 노태우 정권 때 핵발전소 건설과정을 떠올릴 때 부안사태의 배후에는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이나 웨스팅하우스 같은 기업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캐나다의 수출 발전회사에 따르면 CANDU의 원자로를 한국, 중국, 루마니아에 건설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CANDU의 구식 원자로 7대가 캐나다에서는 안전이 문제되어 폐쇄했다는 사실에 유의하지 않을 수 없다.
지구온난화의 보다 근본적 해결책의 출발점은 자본주의 체제는 물론이거니와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 체제’의 ‘생산력주의’, ‘경제주의’ 적 가치관을 극복하는 일이 아닐까? 임화는 ‘세월’에서 “오오, 사랑하는 영원한 청춘 세월이여 / 너의 그 아름다운 커다란 푸른 빛 눈을 크게 뜨고 / 오, 대지의 세계를 둘러보라! / 누구가 정말 너의 계획의 계획자이며! / 누구가 정말 너의 의지의 실현자인가? 라고 울고 있다.
본지는 재야 인문학자 최형록 선생의 철학, 역사, 과학, 정치에 관한 세계관을 접할 수 있는 에세이를 매주 토요일 시리즈로 싣는다. 최 선생은 서울대 인문대학원에서 수학했으며 민중당 국제협력국장, 사민청 지도위원, 진보평론 편집위원을 지낸 바 있다. 저서: 이 야만의 세계에서 어린 시절의 꿈나무를 키워나간다, 영역: 모든 노동자의 건강할 권리를 위하여. [한국인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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