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평화박물관 사무처 활동가 6인은 「평화박물관 권고사직(부당해고) 사건에 대한 사무처 활동가들의 입장과 사퇴의 변」을 통해 “사무처 활동가들은 조은 활동가에 대한 평화박물관 이사회의 권고사직 결정이 매우 부당하다는 데 뜻을 같이 하며” 따라서 “사무처 총사퇴에 준하는 방법을 통해 이사회의 조은 활동가에 대한 권고사직 결정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사무처 활동가들이 시민사회에서 공론화를 요구하며 문제 삼은 대목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조직 내 민주주의’였으며 다른 하나는 ‘시민단체의 사유화’였다. 사실 이 두 가지 문제는 한 묶음으로 평화박물관 뿐만이 아니라 진보진영 전체와 유관한 얘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화박물관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활동가에 따르면, 최초 문제가 된 조은 활동가는 정규직으로 채용되었는데 그가 조직 내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자 심기가 불편해진 상임이사가 갑자기 해고하면서 "넌 1년짜리 계약직이었다"고 말한 게 발단이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감정 대립은, 단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사재를 터는 등 헌신한 설립자가 중심이 돼 의사결정이 상명하달식으로 전달되는 권력집중의 구조적 문제와 이러한 관성을 인정하지 않고 민주적으로 일하려는 활동가들 사이에서 종종 발생한다. 그리고 이 경우 대부분은 앙금을 풀지 못한 채 불행하게 종료되곤 한다.
이번 사태에서도 평화박물관 상임이사는 베트남 관련 사업 외에는 손을 떼겠다며 이미 일방적으로 사업 전면개편과 사무처 축소 계획을 밝히고 사무처 활동가 대부분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한 상태라고 하니 향후 전망이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기서 조직의 맹점이 드러난다. 공동대표, 이사, 감사, 고문, 자문위원 등 35명에 달하는 인사들이 의사결정 구조에서 대체 어떤 역할을 (안)했기에 이러한 파국에 이르게 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현재까지는 실질적인 권한을 상임이사가 갖고 나머지 인사들은 모양새에 그친 게 아니었나 하고 추론할 뿐이다.
따라서, 이번 일을 계기로 생각해 볼 점은 대체로 세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첫째, 진보진영은 준동하는 우익들에게 비난꺼리를 주어선 안 된다. 평화박물관은 안 그래도 지난해 한 우익단체에 의해 고발(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돼 압수수색까지 받은 바 있지 않은가. 문제 해결을 위한 이사회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둘째, 상임이사는 단체 설립초기 사재를 터는 등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어도 평화박물관이 공식 출범한 이후부터는 공공의 성격으로 전환된 만큼 이사회와 사무처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권한과 자원을 민주적으로 배분하고 겸허한 자세로 소통해야 한다.
셋째, 사무처 활동가들은 지난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점검해보고, 이번에 집단의지를 보인 만큼 좀 더 기다려보며 정상화까지 진지하게 소통을 이어 나감으로서 여타 진보운동에 본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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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덕효 (대표겸기자)
[한국인권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