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것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헤게모니 노트02: 그람시의 '인터레그넘'에 대해

"위기는 낡은 것이 사라지고 새로운 것이 태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며이 사이에서 다양한 병적 증상이 나타난다."

많은 논평가에게 이 말은 현재 세계 정치와 세계 권력의 위기를 요약하는 문구다놀랍게도 이탈리아 마르크스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Antonio Gramsci)의 대사는 21세기 초의 명언 중 하나가 되었다.

헤게모니에 대한 노트 2편에서 나는 현재의 위기에 대한 이 개념에 의문을 제기하고자 한다그람시의 인터레그넘(interregnum, 라틴어에서 비롯한 용어로 정부나 지도자의 부재로 생기는 공백기 또는 과도기를 의미)’ 개념은 그가 당면한 상황을 조명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지 모른다그러나 이것은 우리가 현재 어떻게 이르게 되었는지 불분명하게 만들며현재 직면한 도전과 기회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것을 방해한다.

그람시의 대사가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의미

우리가 안토니오 그람시를 역사적 사상가로서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그와 현재를 구분하는 거대한 차이도 인정해야 한다그는 세계 혁명의 대의에 헌신한 대가로 목숨을 잃은 공산주의자였다지금은 만찬 연설이나 싱크탱크 회의의 단골 소재가 된 인터레그넘에 관한 그의 대사는 1930년 11월 파시스트 감옥에서 작성되었다그람시는 서른아홉 살이었고가혹한 투옥으로 인해 건강이 망가져 46세에 사망했다.

그람시는 파시즘을 병적 증상으로 언급했을 수 있다또는 모스크바의 압력을 받아 이탈리아 공산당이 극좌로 돌아선 것을 비판했을 수도 있다그의 의학 용어는 레닌이 좌파 공산주의를 "소아"이라고 비난한 표현을 떠올리게 한다.

오늘날 그람시의 대사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위기탄생죽음휴식기 등 드라마틱한 요소와 안도감을 결합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깊은 역사적 아이러니다그람시는 마르크스주의적으로 세계사를 이해하면서 자신의 강인함과 신념을 만들었다그러나 오늘날 그의 말은 매우 다른 용도로 사용된다.

안심이란 무슨 뜻일까?

우선그람시의 인용문은 역사 여행의 명확한 방향을 암시한다우리는 무엇이 낡은 것인지 알고 있다우리는 무엇이 새로운 것인지 알고 있다현재 우리는 위기에 처해 있지만 결국 '새로운 것'이 도래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낡은 것에서 새로운 것으로의 전환은 중대한 변화를 의미할 수 있으며이는 우리에게 근본적으로 다른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좋은 소식일 수도 있지만 불안할 수도 있다그람시가 위기를 인터레그넘으로 정의한 것을 보면 다시 한 번 안심할 수 있다현재는 두 질서 사이의 기간이기 때문에 인터레그넘이다지금은 혼란스럽지만 새로운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런 역사적 사고는 그람시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예를 들어현대 경제사의 전통적인 연대기에는 이러한 사실이 잘 설명되어 있다.

레그넘(regnum)-인터레그넘-레그넘의 순서로 보면 현재는 그저 지나가는 순간에 불과하다이 순서를 생각하면 새로운 흰색 막대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는 것을 누가 의심할 수 있을까이 그래프에서 2008년에 시작된 간극의 회색 단계는 아직 종료점에 날짜가 붙어 있지 않더라도 이미 오른쪽에 경계가 있다.

그람시의 인터레그넘에서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병적인 것과 건강한 것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이는 진정한 위기의 순간에 우월한 위치에서 위험을 감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람시의 판단의 근거는 무엇일까?

그람시가 실제로 파시즘이 아니라 국제 공산주의 운동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병적이라는 라벨을 붙였다면문제는 더 심각해진다이것은 의학적인 진단이었을까아니면 레닌처럼 논쟁을 벌이고 이견을 낙인찍는 정치적 행위였을까어떤 경우에는 위기의 개념이 정치적 충돌을 감추고 있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가장 근본적으로 그람시의 진단은 현재의 위기를 삶과 죽음의 자연스러운 순환으로 상상하는 역사 속에서 찾는다.

'오래된 것'은 어떻게 되나? - 그것은 죽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새로운 것'에 도달할 수 있나? - 그것은 태어나는 것이다.

이 명백해 보이는 문구의 전환특히 후자의 문구는 의아한 의문을 제기한다죽음을 내부에서 비롯된 소진 과정으로 상상할 수 있다면탄생도 마찬가지다누가 또는 무엇이 새로운 것을 낳을까?

무언가가 발전하거나 돌연변이를 일으키거나 내부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탄생한다는 것은 그것을 낳는 주체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혼란불확실성잠재적 위기의 역사적 시기를 장기간에 걸친 출산의 진통으로 상상한다면근본적인 안심은 '새로운 시대'를 품고 있는 역사적 어머니새로운 것이 잉태되고 있으며 결국에는 반드시 출현할 양육 장소인 자궁을 가정하는 데 있다.

'새로운 것'은 태어날 때까지는 알 수 없다그러나 그람시의 대사가 암묵적으로 환기하는 역사의 자궁은 초역사적으로 주어진 것이다.

그람시에게 이 역사의 자궁은 아마도 마르크스주의 역사 변증법의 어떤 버전이었을 것이다오늘날 그람시를 호출하는 사람들에게는 이에 상응하는 것이 무엇일까적절한 대답은 없다.

이것이 바로 그람시의 공식이 위기좌절간극병적 상태에 대한 모든 주장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우리에게 위안을 준다는 말의 의미이다그람시의 마르크스주의 역사 철학의 먼 메아리는 우리를 안심시키는 역할을 한다.

명확한 규범적 기준이 있다(병적 대 건강한).

명확하고 필요한 역사의 방향이 있다(오래된 것 대 새로운 것).

우리는 혁신이 아닌 반복을 의미하는 레그넘-인터레그넘-레그넘의 순서에 있기 때문에 진정한 참신함의 위협이 없다.

그리고 그 과정을 지배하는 중요한 귀화 구조즉 새로운 것이 결국 태어나는 자궁이 있다.

우리는 헤게모니의 역사에 대한 또 다른 영향력 있는 설명에서도 같은 논리를 찾을 수 있다그것은 조반니 아리기가 제안한 헤게모니 시퀀스 개념이다.

아리기의 복잡한 역사적 내러티브는 이 순차적 다이어그램에 요약되어 있다.

이 그래프에서 눈에 띄는 점은 중세 시대와 21세기를 하나의 순서로 자신있게 연결한 것이다도식에는 일반적으로 점진적인 상승 추세가 있다이는 아마도 경제 성장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세로축은 지정되어 있지 않다기본 메시지는 혁신적인 발전이나 성장이 아니라 반복되는 패턴에 관한 것이다.

기본 구조인 아리기의 '자궁 메커니즘'은 별도의 그래프에 분석적으로 설명되어 있다.

이 시퀀스에는 시간적 차원이 있다그러나 그것은 반복된다고 상상되기 때문에 구체적인 역사적 기준이 없다제노바네덜란드영국미국 등 역사적 시대는 변형의 논리로 초역사적으로 작용하는 근본적인 메커니즘에서 비롯된다.

이를 '초역사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과장된 표현일 수 있다하지만 단지 그럴 뿐이다. 700년의 역사를 레그넘-인터레그넘-레그넘의 반복된 연속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시장특히 금융을 중심으로 하는 자본주의 개념이다이러한 가정을 통해 중세에서 시작하여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 농업공장 시스템화석 연료 혁명제국주의 시대세계대전국가 관리 자본주의의 출현이 큰 차이가 없는 서사를 전개할 수 있다중세부터 21세기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반복해서 보는 것은 M-C-M에 의한 축적이 순전히 금융적인 M-C-M'으로 이어지고다시 새로운 M-C-M'의 순환으로 대체되는 순서이다.

나는 이러한 도식적 분석이 분석 대상에 대한 배신이라고 생각한다이는 그람시의 대사처럼 위기를 선언하면서도 그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을 함께 가지고 있다.

아리기의 공식은 현대사를 시대를 초월하여 반복되는 순서로 축소한다이런 종류의 모델은 간극의 혼란과 공포에 대한 제스처를 취하는 동시에 그 무질서의 단계를 일시적이고 반복적이며 예측 가능한 것으로 축소한다이 모델은 역사적 발전즉 단계적 상승 단계에 대한 제스처를 취하지만 실제로는 급진적 변화를 반복으로 축소한다한 번의 헤게모니가 끝나면 또 다른 헤게모니를 기대할 뿐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단순하지 않으며현재로서는 매우 위험하다미국의 헤게모니가 약화되는 상황에서 다음에 누가 패권을 잡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더욱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이 질문은 헤게모니-인터레그넘-헤게모니라는 역사적 반복을 가정하고 있다현재로서는 중국 공산당이 주도하는 중국이 유일한 답으로 보인다이는 흔들리는 미국 엘리트들이 더 강력한 재건 행동을 취하게 만들고 있다그러나 왜 21세기에 20세기 미국의 권력을 계승하는 세력이 등장할 것이라고 가정하는 걸까?

현대 권력의 토대를 진지하게 살펴보면 이런 식의 순환적 또는 순차적 역사관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GDP를 권력 자원의 대리물로 삼아월러스타인과 아리기의 형식주의가 설명하는 순서로 GDP가 묘사하는 역사를 바꾸려면 어떤 논리적 비약이 필요한지 생각해 보라.

출처매디슨 프로젝트 데이터

장기적인 연속성의 경우, 19세기 이전의 세계 GDP는 너무 낮아서 20세기까지 이어지는 동일한 그래프에서 잘 묘사할 수 없다이는 경제 규모와 파괴력에서도 마찬가지다물론 17세기에도 매우 파괴적인 전쟁이 있었지만, 20세기의 전쟁과는 매우 다른 폭력이 전개되었다.

그리고 변화의 패턴에 있어서도우리가 보는 것은 한 헤게모니가 다른 헤게모니를 대체하는 깔끔한 대체의 순서가 아니라 '쌓아 올리는것에 더 가깝다이것은 반복이 아니라 마크 블라스(Mark Blyth)의 멋진 표현을 빌리자면 "미지의 세계로의 일방통행"과 같은 역사이다.

이러한 생각은 기후 변화와 같은 생태 위기에 대해 이야기할 때 더욱 자연스럽게 떠오른다세계 역사에서 지구 온도가 주기적으로 변한다는 환상에 빠져있는 사람들은 기후 위기 부정론자들이다그러나 지구 온난화는 GDP 그래프와 CO2 배출량 차트를 나란히 놓으면 알 수 있듯이 직접적인 대응 관계에 있다.

나의 기본 주장은 기후 위기에 대한 생각이 날카로워진 것처럼세계 권력의 역사에 대해서도 급진적인 변화를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정신에서 나는 20세기 글로벌 헤게모니의 구축이 익숙한 것의 반복이 아니라 그 자체로 미지의 세계로의 모험이라고 본다간단히 말해나는 글로벌 헤게모니를 20세기의 문제로 보고 있다.

20세기 미국의 힘을 '석유 파워'라고 생각할 수 있다여러 면에서 이는 상당히 오해의 소지가 있다이 모델은 영국의 석탄 제국부터 시작하여 미국의 석유중국과 재생 에너지로 이어지는 단순한 순서를 제시한다이 역시 잘못된 모델이다에너지 역사는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그러나 적어도 석탄석유재생에너지의 불연속적인 순서는 M-C-M, M-M, M-C-M의 끝없이 반복되는 논리라는 아리기의 덜 유용한 형식주의와 우리 사이에 거리를 두는 역할을 한다.

글로벌 헤게모니의 문제를 역사적 타원으로 생각하면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다이 문제는 19세기 후반 제국주의 경쟁의 힘이 대영제국의 경계를 무너뜨리면서 처음으로 제기되었다현재 G20/G30의 다극화 시대에는 그 수명이 다한 것이 분명하다.

물론 20세기의 독특한 글로벌 강대국 비전에는 선구자와 전제 조건이 있었다먼저 현대적 개념의 글로벌리티를 구성하는 요소가 필요했다이는 19세기 대영제국이 구축한 전력통신교통상업의 글로벌 시스템을 통해 이루어졌다마이클 가이어와 찰스 브라이트가 처음으로 "글로벌 조건"이라고 부른 것이 바로 이것이다이는 종종 영미식 서열의 관점에서 생각하도록 부추긴다하지만 이는 축적과 중첩의 힘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20세기 중반의 화려했던 미국의 힘에 비하면 대영제국은 그물망처럼 촘촘한 네트워크에 불과했다대영제국이 극도로 제한된 자원으로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대부분의 경쟁국들이 약했기 때문이다.

영국의 글로벌 파워의 약점은 홉슨룩셈부르크레닌부하린 등이 제국주의로 진단한 시대에 드러났다이들은 여러 면에서 세계주의의 최초 사상가들이며이들을 시대를 초월한 천년 제국주의와 동일시한다면 우리는 근본적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이 시기를 제국주의라고 부르며 잔인한 식민지 확장과 점령을 수반했지만이 시대의 기본 논리는 영국프랑스러시아 외에도 이탈리아독일일본미국 등 새로운 국가들이 발전하면서 각국이 '태양 아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주장을 내세웠다이 시대의 잔인한 논리는 제국주의 조정을 위한 집단적 노력특히 아프리카 분할과 중국을 종속시키기 위한 8개국 연합의 1884-85년 베를린 회의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났다.

20세기 패권 문제

20세기 패권 문제를 정의한 것은 1900년에 뚜렷하게 드러난 강대국 간의 다면적인 글로벌 경쟁이라는 새로운 구도였다.

이 질서 문제의 규모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었다.

글로벌 자본주의는 20세기 초에는 지금과 같은 규모로 운영된 적이 없었다.

강대국 간의 제국주의 경쟁이 이처럼 치열했던 적은 없었다1차 세계대전과 같은 대규모 대륙 간 폭력의 순간은 없었고남은 세기는 이러한 격화를 확인시켜 주었다.

1930년대의 군비 경쟁은 1914년 이전의 군비 경쟁과는 다른 양상이었다그리고 열핵 시대(수소폭탄을 개발한 시대)와 상호확증파괴의 위협은 그 위협을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위의 권력 곡선에서 이 두 가지 상승 경향을 모두 읽을 수 있다실제로 내가 통계학과 독일 국가(Statistics and the German State)‘에서 주장했듯이국가 경제 통계와 GNP 같은 개념으로 표현되는 정부의 대상으로서의 국민 경제의 구성은 이러한 과정의 결과이다현대 국가와 국민 경제는 쌍둥이이다.

게다가 20세기의 새로운 문제인 패권 문제는 단순히 강대국 정치나 경제 관리의 문제가 아니었다그것은 항상 깊은 정치적 문제였다통치 엘리트들은 20세기 초처럼 민주적 대중 운동의 정치적사회적문화적경제적 도전에 직면한 적이 없었다. 20세기 중반이 되면 식민지들의 통치는 불가능해질 것이다.

1차 세계대전은 결정적인 전환점이었다하지만 이미 1900년대 초에 혁명가들은 이 상황의 폭발적인 잠재력을 간파할 수 있었다이것이 바로 레닌의 혁명 개념이 칼 마르크스 같은 19세기 중반의 혁명가와 다른 점이다.

세상이 근본적으로 변했다는 깨달음은 파시스트들이 19세기 반동주의자들과 다른 점이기도 하다그들은 자신이 일종의 혁명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제국주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로 파시스트의 영토 확장 계획은 이전 시대의 전통적인 식민주의자들의 계획보다 더 인종 차별적이고 폭력적이었다.

대규모 인구 이동과 정리가 질서를 유지하는 한 방식으로 일반화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상 유지를 하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었다보수주의자와 자유주의자 역시 19세기의 도그마를 버리고 이데올로기적 측면에서 혁신해야 했다기독교 민주주의, '신자유주의', 개혁주의 사회민주주의와 같은 혼합된 표현이 당시의 특징이다.

영국 엘리트들은 이러한 극적으로 변화된 상황에서 현상 유지라는 새로운 문제를 가장 먼저 깨달았다.

1890년대부터 전 세계에 걸쳐 새로운 위협에 직면한 대영제국은 그 지위를 안정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했다대영제국은 제국방위위원회라는 조직을 만들어 전 세계를 아우르는 전략을 수행했다영국의 해군 계획은 전 세계를 아우르는 것이었다일본프랑스러시아와의 새로운 관습을 깨는 동맹은 안전을 약속했다그러나 1914년 대영제국은 식민지나 대규모 해전이 아닌 유럽 대륙을 중심으로 한 파멸적인 강대국 전쟁에 휘말리게 된다.

무솔리니와 히틀러가 자유주의 전시 총리 로이드 조지를 당대의 선구적인 정치인으로 우상화한 것은 괜한 일이 아니다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새로운 시대의 자유주의 정치와 경제의 핵심 사상가가 된 것은 단순히 그의 천재성 때문만은 아니다영국 은행은 1914년 이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주변부에 불과했던 월스트리트의 제이피 모건(JP Morgan)을 통해 엔텐트(20세기 초 유럽의 주요 국가들 간의 외교적 협정)의 전쟁 자금을 민관 합동으로 조달했다.

그러나 1916년에는 미국만이 새로운 전 세계 군대의 구성을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해졌다. 1차 세계대전의 첫 번째 단계에서 세계가 동원된 기이한 구조는 적어도 미국 정부의 승인 없이는 지속될 수 없었다이것이 내 책 <대홍수>의 이야기다.

새로운 국민소득 통계로 측정된 경제는 미국의 비장의 카드가 될 수 있다하지만 이는 분명하지 않다. 1916년은 중요한 순간이었다. 1915/1916년의 '굶주림의 겨울'에 이어 베르됭과 솜에서의 결정적 전투로 군사 작전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이는 전쟁 생산과 국내 전선의 안정이 전쟁의 진로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것을 의미한다전쟁은 새로운 형태의 총력전이 되었다또한 1916년은 미국에서 선거가 있었던 해로혁명이 아닌 최초의 공식적인 민주적 사건으로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 해였다확실히 전 세계 정치계급이 숨죽이며 지켜본 최초의 미국 선거였다.

1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적으로 구체적이고 재정적경제적 긴급 상황 속에서 미국 중심의 새로운 권력 네트워크가 등장했다이것은 당시의 긴급한 상황에 맞게 설계되고 구축된 새로운 무언가였다죽어가는 영국의 세계 질서를 대체하기 위해 미국의 힘이 탄생한 패권적 논리의 자궁은 없었다달러가 파운드화를 대체하게 된 것은 필연적인 통화 논리의 순서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그것은 전쟁과 전쟁 금융이었다. 20세기의 달러는 19세기 금본위제 하의 스털링(영국의 통화인 파운드 스털링(£, GBP))과는 전혀 다른 역할을 하게 된다.

게다가 미국은 영국의 글로벌 파워를 대체하지 못했다미국은 처음에는 1차 세계대전그다음에는 전간기마지막으로 2차 세계대전 동안 영국의 패권 유지 노력을 덮는 형태로 등장했다특히 중동의 유전과 같은 중요한 지역에서는 1960년대 후반이 되어서야 미국이 마침내 주도권을 잡았다.

우드로 윌슨(Woodrow Wilson)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자유주의 국제주의 전략가들은 미국을 안정된 질서 위에 올려놓기 위해 새로운 힘과 영향력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고군분투했다병적이든 아니든이 과정에서 이상한 구도가 만들어졌다보수적인 버크식 자유주의에 심취한 미국 남부의 헌신적인 아들인 윌슨은 유럽 사회주의자들의 유혹에 빠졌다.

윌슨의 프로젝트는 첫 번째 시도였다이것이 실패하자 1920년대에는 군축과 달러 외교로 대체되었다대공황의 폐허 속에서 등장한 것은 1940년대 미국의 세계주의 프로젝트였으며이는 국내 뉴딜 질서와 진보적 수출 지향 기업북부 노동계남부 짐 크로우의 이상한 권력 블록에 의해 지탱되었다.

이 프로젝트들은 각각 제국주의를 길들이고 민주주의적 상황에서 자본주의를 어떻게 통치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답을 제시했다이전에는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실험적이었다.

1945년 이후 미국이 마침내 냉전 블록을 통합하기 위해 힘을 모았을 때그것은 이전에 어떤 국가도 행사한 적이 없는 새로운 형태의 권력이었다이는 독특한 정점이 되었으며혁신을 위한 지속적이고 끊임없는 노력에 달려 있었다성공적인 미국 패권의 사례로 자주 인용되는 마셜 플랜은 전후 세계를 위한 플랜 A도 아니고플랜 C도 아니며플랜 D였다그리고 스탈린의 소련이라는 전례 없는 국가 권력 형태가 없었다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미국의 패권 시대는 단순히 인터레그넘의 해답이 아니었다그것은 정말로 새로운 것이었으며익숙한 형태의 권력의 최신 버전이 아니었다미국은 영국 제국을 대체하지 않았다대영제국도 20세기 초의 새로운 도전에 대응하여 스스로를 재창조하고 있었다영국은 미국에 추월당했고그 힘의 날개 아래 둥지를 틀었다이것은 자연스럽게 태어난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이다.

20세기 초에 이것이 사실이었다면, 21세기 글로벌 권력이 어떻게 조직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그리 열려 있다고 볼 수 없다현재 우리의 문제는 단순히 낡은 것이 죽어가는 것이 아니다상황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어떤 중요한 측면에서 '낡은 것'은 새로운 힘을 동원하기 위해 주위를 맴돌고 있으며 실제로 새로운 힘을 동원하려고 한다동시에 주요 도전자는 낯설다는 의미에서 '새로운존재일 수 있다그러나 중국 공산당 정권은 1세기에 걸친 성공적인 상승세에서 영감을 얻었으며고대 중국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그리고 그 근본적인 동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무엇이 낡은 것이고 무엇이 새로운 것인지무엇이 병적인 것이고 무엇이 활기찬 것인지역사의 근본적인 생성 논리가 실제로 무엇인지이 모든 것이 현재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질문들이다따라서 우리는 그람시의 인터레그넘이 의미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은 신뢰의 위기와 불확실성의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그러나 이것이 그람시의 삶을 단절시킨 시대보다 더 치명적이거나 더 비극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우리의 일상은 재앙적일지라도 관리 가능한 수준일 수 있다환경 시계는 똑딱거리고 있지만우리 대부분은 더 이상 가난하지 않다우리는 더 오래 살고 있다오늘날 그람시의 목숨은 아마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민주적이고 진보적인 위기 관리를 위한 거대한 기술 자원이 있다우리가 버려야 할 것은 이전 시대의 개념을 떠올리는 데 수반되는 자신감과 역사적 명확성이라는 잘못된 망토이다인터레그넘에 대한 이야기를 포기하는 것은 우리에게 확실성을 빼앗을 수 있다그러나 이것은 절망의 회의라기보다는 현실주의에 대한 요구일 뿐이다과거의 유령을 새로운 프로젝트와 교환하고 현재의 실제 가능성을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약속하는 것이다.

[출처Chartbook 298 Built not Born - against "interregnum"-talk (Hegemony Notes #2)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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