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 니제르. 출처: Michel Isamuna, Unsplash
서아프리카는 대부분 프랑스의 식민 통치를 받았으며, 인도와 같은 형태의 탈식민화는 겪지 않았다. 우선,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국가들의 화폐는 프랑스 프랑화에 고정 환율로 연동되어 있었고, 이는 이들 국가가 독자적인 재정 및 통화 정책을 추진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들의 외환 보유고는 프랑스에 의해 보관되었는데, 이는 과거 식민지였던 인도의 금 보유고가 영국에 의해 런던에 보관된 것과 같았다. 프랑스는 형식적으로 탈식민화가 이루어진 후에도 이들 국가의 재정 및 통화 정책을 실질적으로 통제했다. 그들의 천연자원에 대한 통제권도 본국의 기업들 손에 남아 있었다. 더 나아가, 프랑스 군대는 탈식민화 이후에도 이들 국가에 남아 있었는데, 초기에는 프랑스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이후에는 이슬람 무장세력으로부터 이들 국가를 방어해야 한다는 이유로 주둔했다. 하지만 실제 목적은 새롭게 독립한 정부들이 프랑스의 명령에 따르도록 보장하기 위해서였다. 이러한 군대를 몰아내려는 어떤 시도든 프랑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부르키나파소 사례에서 보듯이 심지어 쿠데타로 이어질 수 있었다.
부르키나파소의 혁명적 마르크스주의 지도자이자 열렬한 범아프리카주의자였던 토마 상카라는 프랑스 군대의 철수를 원했으나, 결국 프랑스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같은 당 내 인사들이 일으킨 쿠데타로 암살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쿠데타까지는 필요하지 않았다. 본국에서 교육받은 지도자들이 이끄는 정치 정당들이 프랑스 군대의 지속적인 주둔 문제를 정치적 어젠다에서 배제하면서, 정상적인 선거 정치만으로도 체제가 유지되었고 민주적인 외관까지 부여되었다.
하지만 최근 서아프리카의 몇몇 국가들에서는 군 내부의 혁명적 요소들이 이처럼 무기력한 정부로부터 권력을 장악해 반제국주의 저항의 물결을 일으켰다. 제국주의 국가들은 이러한 권력 장악을 민주주의에 대한 타격으로 간주하며 비난하고 반대했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들 국가의 대중들은 자신들이 '민주적으로' 선출한 정부를 전복한 새로운 정권을 오히려 열렬히 지지했다.
이러한 상황은 현재의 선거 민주주의 체제에서의 중요한 결함을 폭로하고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선거 민주주의의 미화된 모습은 누구나 정당을 만들고 어떤 문제든 제기하며 선거에 참여할 수 있고, 선거 무대는 공정한 경쟁의 장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민중의 진정한 관심사가 반드시 선거 결과에 반영된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실제로는 재정 자원의 부족으로 인해 선거 무대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큰 '진입 장벽'이 된다. 따라서 겉으로는 잘 작동하는 선거 민주주의처럼 보이더라도 민중의 진정한 문제를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는 현재 서구의 민주주의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선거 제도가 겉으로는 순조롭게 운영되고 있지만, 대중의 압도적인 평화 염원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이는 서아프리카의 민주주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선거 제도가 작동했지만 외국 군대의 주둔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대중의 염원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최근 말리, 니제르, 부르키나파소의 군사 지도자들은 프랑스 군대의 철수를 요구했고, 이슬람 무장 세력과의 전투에 있어 말리의 경우 러시아 바그너 그룹에 의존하고 있다. 이들 세 나라는 2024년 7월 사헬 국가 동맹을 결성했고, 이들 정권은 토마 상카라가 그랬던 것처럼 범아프리카주의와 반제국주의에 헌신하고 있다.
부르키나파소는 최근 반제국주의를 한 단계 더 나아가 영국 엔데버 마이닝 회사가 소유했던 두 개의 금광을 국유화했다. 부르키나파소는 세계에서 13번째로 큰 금 생산국으로 연간 금 생산량이 100톤, 즉 현재 세계 시장 가격으로 약 60억 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금은 전적으로 유럽이나 북미 기업들이 생산하고 국외에서 정제되며, 생산 가치의 상당 부분이 그들에게 남는다. 이로 인해 연간 금 생산량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2022년 부르키나파소의 국내총생산(GNP)은 193억 7천만 달러에 불과했다. 이브라힘 트라오레 정부는 금 생산을 전면 국유화하고 처음으로 현지 금 제련소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20억 달러의 추가 가치만이라도 경제에 남는다면, 이는 국민 총생산의 10% 이상에 해당하며 교육, 의료, 기타 필수 서비스에 대한 정부 지출을 증가시키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여러 형태의 외국인 투자 중에서 한 국가의 광물 자원을 개발하기 위한 투자가 가장 나쁘다고 경제학자 존 로빈슨은 오래전에 강조한 바 있다. 한 나라는 반드시 자국의 광물 자원을 공공 부문을 통해 개발해야 한다. 광물 자원은 개별 국가에서 일시적으로만 존재하는 고갈 가능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광물 자원의 가치 대부분이 국가 재정으로 돌아와야 하고, 이를 통해 경제를 다각화하지 않으면 자원이 고갈될 때 그 국가는 큰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는 우리 주변에서도 실제로 발생한 일이다. 예를 들어 미얀마의 경우, 석유가 있었을 때 석유 추출로 인해 일시적인 호황을 누렸고 다국적 석유 기업들은 엄청난 이익을 챙겼다. 하지만 이 이익이 경제 다각화에 사용되지 않았고 (만약 석유 개발이 공공 부문에서 이루어졌다면 그랬을 것이다), 석유가 고갈되자 다국적 기업들이 떠났고 미얀마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오늘날 미얀마는 유엔이 지정한 '최빈국' 중 하나로 분류되고 있다.
따라서 한 나라는 반드시 자국의 광물 및 고갈 가능한 자원에 대한 소유권과 통제권을 가지고, 이를 공공 부문을 통해 개발해야 한다. 부르키나파소가 이러한 기본 원칙을 인식한 것은 큰 진전을 의미한다. 물론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제국주의가 가로놓을 엄청난 장애물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제3세계 국가들이 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획득하려고 시도할 때 제국주의는 오랜 역사를 통해 이들 정권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왔고, 이는 이란의 모사데크 정부 전복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제3세계의 광물 자원에 대한 독점적 통제가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서, 제국주의는 신자유주의 체제를 통해 공공 부문을 축소하고 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다국적 기업들이 다시 확보하려고 했다. 따라서 서아프리카에서 신자유주의 체제의 문제를 인식하고 자원에 대한 국가적 통제의 필요성을 깨달았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인도에서는 한때 자연 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얻기 위한 성공적인 투쟁, 즉 경제적 탈식민화를 이루었지만, 지금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수용하며 이 성과를 다시 포기하고 있다. 서아프리카의 노력은 우리 정부가 자원 분야에서의 공공 부문 축소 정책을 다시 고민해야 함을 시사한다.
이 분야에서 국내 민간 기업 역시 다국적 기업과 마찬가지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자원 개발에 있어 공공 부문만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공공 부문도 비효율이나 부패로 인해 큰 기여를 못할 수도 있지만, 공공 부문을 통한 자원 개발은 국가 발전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게다가 공공 부문에 헌신하는 정부라면 그 운영을 개선할 능력도 갖추고 있다.
[출처] West Africa’s Resistance against Imperialism | Peoples Democracy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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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바트 파트나익(Prabhat Patnaik)은 인도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이자 정치 평론가다. 1974년부터 2010년 은퇴할 때까지 뉴델리의 자와할랄네루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 연구 및 계획 센터에서 가르쳤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