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전 세계적으로 28만 7천 명의 여성이 출산 중이거나 임신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20년 전인 2000년에는 이 수치가 44만 6천 명이었다.
이는 승리이자 비극이다.
2000년에서 2020년 사이, 전 세계 산모 사망자는 15만 9천 명 감소했다. 이 중 11만 8천 명(74%)은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 지역에서 감소했으며, 이 지역의 사망률은 같은 기간 동안 3분의 2로 줄어들었다. 동아시아 지역도 12%의 감소에 기여했다. 하지만 비극적인 점은 지난 20년 동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산모 사망률 감소 속도가 훨씬 더디다는 사실이다. 비율적으로는 아프리카에서도 사망률이 3분의 1 감소했지만, 출산 가능한 연령대 여성 인구의 급증으로 인해 2020년 아프리카에서 사망한 어머니는 20만 2천 명으로, 전 세계 총 사망자의 70%를 차지했다. 이는 2000년 대비 단 6% 감소한 수치다.
가난, 저개발, 불안정이 여성과 아이들에게 초래하는 고통과 피해를 이보다 더 잔혹하게 드러내는 지표는 없다.
출처: WHO
상대적으로 서아프리카의 산모 사망률은 가장 부유하고 성공적인 선진국들에 비해 거의 200배나 높다. 시간이 지나도 이러한 불리한 비율은 개선되지 않았다.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서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를 비교했을 때, 호주의 사망률은 2000년에서 2020년 사이 절반으로 줄어든 반면, 서아프리카의 사망률은 겨우 20% 감소했다. 이는 서아프리카의 상대적 불리함이 60% 이상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가장 충격적인 수치는 나이지리아에 관한 것으로, 이 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모 사망률을 기록한 국가 중 하나이다. 나이지리아는 인구 규모로 인해 전 세계 산모 사망의 28%를 차지한다. 2000년 이후 나이지리아의 산모 사망률은 고작 12.6% 감소했다. 이에 비해 가나는 46.5%의 개선을 이루었다. 가나의 산모 사망률도 여전히 세계 기준으로는 매우 높지만, 현재 가나의 사망률은 나이지리아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 기본적인 진보 지표에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공 사례는 탄자니아, 모잠비크, 앙골라, 에티오피아, 르완다다. 이들 국가는 산모 사망률을 69%에서 76%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으며, 이는 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발전 기록과 견줄 만하다.
여기에 시에라리온도 추가해야 한다. 2000년에 극도로 높은 사망률을 기록했던 시에라리온은 74%의 감소를 이루었고, 현재 산모 사망률은 나이지리아보다 60% 낮다.
평화라는 기본 전제조건이 갖춰진다면, 인간 개발의 가장 기초적인 영역에서도 가장 어려운 환경에서도 진보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출처] Chartbook 334 Triumph and tragedy: trends in maternal mortality worldwide.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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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