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랫동안 자본주의 생산과 축적에서의 장기 순환 개념에 공감해 왔다. 이는 자본주의 생산이 단지 8-10년 정도의 호황과 불황의 주기뿐만 아니라, 대체로 더 빠른 축적과 산출 성장이 이루어지는 상대적 번영의 시기와 더 많은 경기침체와 함께 축적과 성장이 비교적 느려지는 시기가 존재하는 더 긴 주기로 움직인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장기 순환 또는 파동은 상승 국면과 하강 국면을 포함하여 약 50-60년 지속된다.
이러한 순환이 존재하고 실증적 증거로 뒷받침될 수 있다면, 이는 세계 자본주의 경제의 상태를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자본주의 경제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60년대 말까지처럼 생산, 투자, 수익성이 장기적으로 상승하는 국면에 있다면, 급진적이거나 혁명적인 변화의 전망은 낮을 것이다. 자본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세계 경제가 생산, 축적, 수익성이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면, 이는 새로운 계급 갈등을 만들어내어 급진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예: 196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까지 남유럽 전역의 군사 독재 정권 전복).
가장 유명한 장기 순환 분석은 20세기 초 러시아 경제학자인 니콜라이 콘드라티예프(Nikolai Kondratiev)에게서 비롯되었다. 그는 이러한 장기 순환이 '확률적으로' 존재한다고 주장했으며, 이를 실증적으로 밝혀내고자 했는데, 주로 상품 가격의 변동에 의존했다. 이는 인프라와 시장에 대한 장기적 투자에 의해 좌우되었다. 콘드라티예프는 이러한 순환이 '내생적'이며, 즉 자본주의 내부의 경제적 힘에 의해 움직인다고 주장했다.
콘드라티예프는 그의 '기계적' 접근법으로 인해 강한 비판을 받았다. 가장 유명한 비판자는 레온 트로츠키(Leon Trotsky)였는데, 그는 콘드라티예프의 주장에서 설득력 있는 특징들을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순환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것들이 경제적으로 내생적이라는 점을 거부했다. 트로츠키는 전쟁과 혁명 같은 정치적, 사회적 힘이 자본주의 발전 방향의 중요한 변화에 기여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트로츠키의 가까운 추종자인 벨기에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에르네스트 만델(Ernest Mandel)도 장기 순환 또는 파동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흥미롭게도 장기 순환의 상승 국면과 하강 국면이 경제적 변화(즉, 내생적)로 인해 발생한다고 주장하면서도, 하강 국면은 경제적 변화가 아니라 정치적 사건(전쟁, 혁명 등)으로 인해 끝난다고 보았다.
내가 이 모든 말을 하는 이유는, 최근에 장기 순환과 경제 성장을 최신 데이터를 통해 살펴보고 자본주의에서 이러한 장기 순환을 식별하려는 새로운 책이 출간되었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뉴욕의 뉴스쿨 사회연구소(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의 그리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니콜라오스 하차라키스(Nikolaos Chatzarakis), 테살로니키 아리스토텔레스 대학교의 페르세포니 찰리키(Persefoni Tsaliki), 마케도니아 대학교의 레프테리스 츠울피디스(Lefteris Tsoulfidis)이다.
저자들은 책 ⟪경제성장과 장기파동⟫(Economic Growth and Long Cycles)에서 기존의 주류 성장 모델을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이른바 고전적 정치경제학이라고 부르는 접근, 사실상 마르크스주의 접근에 기반한 경제성장 이론의 대안을 제시한다. 이들은 자본주의 발전이 “가속적인 성장률로 특징지어지는 장기간의 확장과, 비슷한 기간 동안 성장률이 둔화되고 때로는 음수로 전환되는 다른 시기로 구성된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모델은 “경제성장은 난폭하지만 비체계적이지 않고 불확정적인 과정”이며, 여기에서 두 가지 뚜렷한 양상이 드러난다고 설명한다. 하나는 자본주의가 장기적으로 성장하려는 경향이고, 다른 하나는 이러한 성장의 순환적 특성이다. 장기 순환의 원인은 궁극적으로 “자본주의적 성장의 순환적 특성을 야기하는” 이윤율의 장기적인 하락 경향에 달려 있다. 이들은 잉여가치와 잉여가치율의 발전이 자본주의 경제의 진화를 결정적으로 형성한다고 주장하며, 이는 투자, 소비, 생산성에 기반한 주류 이론과 대조된다.
그들의 성장 모델은 마르크스 경제 이론의 세 가지 기본 법칙을 결합한다. 가치법칙, 축적의 일반법칙(확장 재생산 도식 포함), 그리고 이윤율 법칙이다. 이 세 가지 법칙의 결합은 내가 위기론 작업에서 강조했던 것이기도 하다(Marx 200 참조). 이 법칙들을 결합하면 실증적 결과가 자본주의 경제의 장기 순환 진화를 실제와 매우 가깝게 따르게 된다. 이를 기반으로, 저자들은 경제 성장과 장기 순환의 모델을 구축했으며, 이는 이윤율의 발전, 고정자본과 가변자본 모두에 대한 투자, 기술 변화, 그리고 자본 평가절하 등 다섯 가지 미분방정식으로 구성된다.
저자들은 미국과 영국에서 1834년부터 2021년까지 자본주의 발전의 187년 동안 다섯 개의 장기 파동 또는 K-순환이 존재한다고 발견했다.
이러한 파동은 안와르 샤이크(Anwar Shaikh)의 작업과 일치한다.(Capitalism. 2016, p.66 및 1992년 초기 연구) 나 또한 ⟪장기불황⟫(The Long Depression)의 217-234쪽에서 장기 파동 또는 순환 모델을 구성했으나, 순환의 시기는 저자들과 다르다. 이들은 1970년대 이윤율 하락 시기를 네 번째 K-순환의 하강 국면으로 보고, 1982년부터 현재까지를 다섯 번째 K-순환으로 간주한다. 나와 저자들 간의 관점 차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참조하라.
저자들은 실증적 증거를 통해 장기 순환이 이윤율 변화의 장기적 추세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장기 순환의 상승 국면에서는 이윤율이 상승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이미 양호한 성과를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성을 느끼지 않아 급진적인 혁신을 도입할 이유가 없다. 반면, 장기 순환의 하강 국면에서는 이윤율이 정체하거나 하락하며, 전망이 암울해지고 기업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혁신 압박은 최고조에 달하며, 자본가들은 한편으로는 파산의 위기를 맞닥뜨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혁신 경로를 선택하며 혁신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위험을 감수한다.”
따라서 저자들은 자신들의 장기 순환 분석이 슘페터(Joseph Schumpeter)의 혁신 이론과 축적의 사회구조(SSA) 이론을 하나의 통합된 이론으로 결합했다고 주장한다. 이 통합된 이론에서 ‘원인의 원인’은 이윤율의 변화이다. 이윤율이 투자와 실질 순이익량에 미치는 장기적인 누적 효과가 일정 시점 이후 경제 위기를 촉발하고 경제 활동 국면의 변화를 가져오는 조건을 만들어낸다.
저자들은 “마르크스에게 자본주의의 위기는 내재적 원인을 가지며, 따라서 우발적인 것이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그것들은 필연적이다”라고 주장한다. 미국 경제의 발전은 콘드라티예프의 이론적 틀을 따랐으며, 이윤율의 움직임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시기에 걸쳐 경제를 불가피하게 형성했다.
모델의 기술적 측면은 자본주의 발전에서의 세속적 패턴과 순환적 패턴을 모두 전달하는 장에서 상세히 다루어진다. 여기서 이윤율이 자본가들의 확장 또는 축소 결정을 지배하며, 시스템의 경향적 및 순환적 행동 패턴을 형성한다고 설명된다.
저자들은 잉여가치율의 성장률이 이윤율의 상승과 하강을 설명하는 핵심 변수가 된다고 흥미롭게 주장한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잉여가치율은 소비와 투자 부문 간 불균형의 정도와 수준을 형성하고, 둘째, 축적 과정의 각 단계에서 충분한 새로운 잉여가치를 생성할 수 있는 시스템의 능력을 정의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잉여가치율은 자본 축적률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되며, 우리가 알고 있는 문헌에서는 이 특정한 역할이 충분히 탐구되지 않았다.” 이는 새로운 통찰이다.
저자들이 옳게 강조하듯이, 이윤율의 하락이 그것 자체만으로는 위기를 초래할 수 없다. 실제로 이윤율의 하락이 충분히 느리다면, 경제는 수년간 계속 확장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가능성’을 ‘현실성’으로 전환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이다(내 논문 Tendencies, Triggers and Tulips 참조). 마르크스는 실현된 잉여가치(이윤)의 총량 추세를 통해 이러한 원인을 제공한다. 이윤율이 하락함에 따라, 실질 순이익 또는 이윤의 총량이 정체하고 이후 하락하는 지점에 도달한다. 이를 ‘마르크스의 순간’ 또는 ‘과잉축적’의 지점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 임계점에서 자본가들은 투자를 중단하며, 시스템은 위기로 빠져들게 된다.
저자들은 장기 순환의 존재에 대한 새로운 증거를 제공하며, 이를 통해 21세기 자본주의의 장기적 ‘건강’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를 제시한다. 저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다섯 번째 K-순환은 이번 10년이 끝날 무렵에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위 표 참조).
[출처] Long cycles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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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