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5일 저녁, 서울 영풍빌딩 남측 인도 앞에서 다섯 번째 '윤석열 퇴진! 평등으로 가는 수요일' 집회가 열렸다. ‘페미-퀴어와 함께! 혐오는 퇴진, 평등은 전진’이라는 제목을 단 이 집회는 민주주의 구하는 페미-퀴어-네트워크가 주관했다. 민주주의 구하는 페미-퀴어-네트워크는 비상계엄을 페미니즘의 렌즈로 해석한 사람들이 모여 만든 연대체이다.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하던 날,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시민들이 국회로 향했고, 그중에는 페미니스트들도 많았다. 인권을 침해하는 조항으로 가득한 계엄 포고령은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했던 후보 시절의 윤석열을 떠올리게 했다. 그렇기에 페미니스트들은 매주 이어지는 퇴진 광장에서 혐오와 차별의 대통령도 원하지 않고, 나아가 혐오와 차별의 정치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왔다.
이번 집회에서도 혐오를 넘어 평등으로 향하는 구체적인 발언들이 터져나왔다. FDSC 김소미 님은 “아름다움이란 군더더기 없이 매끈한 것이 아니라, 사회가 규정한 정상성의 바깥에 있는 시끄러운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의 발언자는 “윤석열 당선은 차별과 부정의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며, “폭주하는 유해한 남성성의 시대를 끝장내자”고 외쳤다. 성폭력 상담 현장에서 일하는 강아지 반려인, 여성 노동권을 이야기하는 집회 매니아, 모두가 “순수한 시민”이 아니라 “불순한 시민이자 활동가”가 되는 사회를 꿈꾸는 디자이너 등 다채로운 이야기가 “세상을 바꾸자”는 하나의 목소리로 모였다.
한파 경보 속에서도 연대의 열기는 뜨거웠다. 훌라 공연팀 모두의 훌라는 “밤은 춥고 외롭지만 함께 모여 사랑을 노래하고 춤추자”며, 맨발의 춤으로 온기를 전해주었다. 싱어송라이터 신승은 님도 다양한 소수자의 삶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노래하며 연대의 기운에 “너무 덥다”고 코멘트했다.
행진 중에도 발언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성적 재생산 권리 보장을 외쳤고, 트랜스젠더 인권 보장과 성평등 사회 실현을 함께 외쳤다.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 활동가인 현빈 님의 발언처럼 우리는 “차이에 기반한 연대의 힘으로 윤석열 퇴진과 평등한 사회까지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다. 퇴진에서 평등으로, 평등에서 퇴진으로!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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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는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이다. 이 글은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가 발행하는 <평등으로>에 실린 글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