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플레어와 결합된 번개는 지구 상공을 떠도는 전자들을 교란시킬 수 있다. 출처: Niilo Isotalo, Unsplash
머리 위에는 언제나 수조 개의 전하를 띤 입자, 즉 양성자와 전자가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이 고에너지 입자들은 빛의 속도에 가까운 속도로 이동할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지구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머무른다. 이는 지구 자기장의 형태에 의해 갇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끔 이 입자들이 교란되는 사건이 발생해 전자들이 지구 대기로 쏟아져 내린다. 이러한 고에너지 입자들은 밴앨런 복사대(Van Allen radiation belts)를 형성하며, 이는 우주 시대 초기에 발견된 최초의 주요 과학적 성과 중 하나였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번개가 생성하는 전자기파가 이러한 전자 폭우를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밴앨런 복사대 발견의 역사
1950년대 우주 경쟁이 시작될 당시, 미국 아이오와대학교의 제임스 밴앨런(James Van Allen) 교수와 연구팀은 미국 최초의 인공위성인 익스플로러 1호(Explorer 1)에 탑재할 실험 장비를 개발하는 임무를 맡았다. 이들은 태양, 우리은하(Milky Way), 또는 그 너머에서 기원한 고에너지 입자들이 만들어내는 우주 방사선을 연구하기 위해 센서를 설계했다.
제임스 밴앨런(James Van Allen, 가운데)이 익스플로러 1호(Explorer 1) 위성 모형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 NASA
익스플로러 1호 발사 후, 연구팀은 예상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방사선이 탐지되고 있음을 발견했다. 연구팀이 측정한 방사선은 태양계 너머의 먼 우주에서 기원한 것이 아니라, 매우 강한 국소적인 방사선원이었다.
이 측정 결과는 밴앨런 복사대의 발견으로 이어졌다. 이는 고에너지 전자와 이온이 지구를 둘러싸며 형성한 도넛 모양의 두 개의 복사대다.
과학자들은 지구에서 약 1,000km(621마일) 떨어진 내부 복사대가 전자와 고에너지 양성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된다고 보고 있다. 반면, 약 3배 더 먼 거리에 위치한 외부 복사대는 주로 고에너지 전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매우 역동적인 특성을 보인다. 태양 활동에 따라 외부 복사대의 위치, 밀도, 에너지양이 시간 단위로 크게 변할 수 있다.
복사대 및 플라스마포즈
이러한 고방사선 지역의 발견은 단순히 우주 경쟁 초창기에 일어난 흥미로운 사건이 아니다. 이는 많은 과학적 발견이 예상치 못한 우연한 계기로 이루어졌음을 상기시켜 준다.
이는 실험 과학자들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중요한 교훈이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평가할 때는 항상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만약 측정된 데이터가 기존 이론이나 예상과 맞지 않는다면, 그 이론을 다시 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
예상치 못한 관측 결과
나는 콜로라도대학교 볼더 캠퍼스에서 우주 정책 과목을 가르치며 우주 경쟁의 역사를 다루지만, 정작 지구 복사대를 연구하는 내 연구와 이를 연결할 일은 거의 없었다. 적어도 최근까지는 말이다.
내 연구팀에서 학부생인 맥스 파인랜드(Max Feinland)가 주도한 연구에서 우리는 지구 복사대와 관련된 예상치 못한 관측 결과를 발견했다. 이 결과는 지구 내부 복사대에 대한 기존의 이해와 그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원래 우리는 외부 복사대에서 대기로 유입되는 고에너지 전자의 매우 짧은 폭발적 방출(1초 미만)을 탐색하는 것이 목표였다. 일반적으로 과학자들은 ‘코러스(chorus)’라고 불리는 특정 전자기파가 전자들을 교란해 대기로 방출되도록 만든다고 본다. 이 파동은 라디오 수신기로 들으면 특유의 짹짹거리는 소리를 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파인랜드는 SAMPEX 위성이 수십 년 동안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이러한 현상을 찾을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그런데 그가 탐지한 사건들의 위치를 그래프로 보여주었을 때, 일부 사건들이 예상과 다르게 내부 복사대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러한 결과가 흥미로운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코러스파는 일반적으로 내부 복사대에서 흔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메커니즘이 전자들을 교란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둘째, 내부 복사대에서 이처럼 높은 에너지를 가진 전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웠다. NASA의 밴앨런 탐사선(Van Allen Probes) 미션은 내부 복사대에 대한 연구를 새롭게 조명했는데, 2012년부터 2014년까지의 초기 관측에서는 내부 복사대에 고에너지 전자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연구 결과는 특정 시점에는 내부 복사대에도 고에너지 전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현상이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지, 그리고 어떤 조건에서 일어나는지는 여전히 연구가 필요한 미해결 과제다. 고에너지 입자는 우주선에 손상을 주고 우주 공간의 인간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이들이 언제, 어디에서 발생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더 안전한 우주선 설계를 할 수 있다.
원인 규명: 대기에서 시작된 교란
내부 복사대의 전자를 교란해켜 대기로 방출되게 하는 원인 중 하나는 역설적으로 대기에서 시작된다.
번개는 뇌우가 발생할 때 하늘을 밝히는 강력한 전자기 방전 현상이다. 이 과정에서 ‘번개 유도 휘슬러(lightning-generated whistlers)’로 알려진 전자기파가 생성될 수 있다.
번개가 발생하면 전자기파가 생성되며, 이는 지구 대기 위에 위치한 복사대로 전파될 수 있다. 출처: mdesigner125/iStock via Getty Images Plus
번개가 생성하는 전자기파는 대기를 통과해 우주로 이동한 뒤, 내부 복사대의 전자들과 상호작용을 한다. 이는 외부 복사대에서 코러스파가 전자들과 상호작용을 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내부 복사대에서 검출된 전자 폭발이 번개와 관련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번개 발생 시점과 전자 방출 사건을 비교 분석했다. 일부 번개 활동은 전자 방출과 상관관계를 보였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았다.
특히, 지자기 폭풍(geomagnetic storms)이 발생한 직후에만 번개가 전자 폭발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기 폭풍은 태양 표면에서 일어나는 대규모 폭발로 인해 발생하는, 지구 근처 우주 환경의 교란 현상이다. 태양에서 방출된 고에너지 입자가 지구로 향하면, 이는 ‘우주 날씨’라고 불리는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우주 날씨는 오로라 같은 장관을 연출할 수도 있지만, 위성 시스템과 전력망 운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지구의 날씨와 우주의 날씨가 결합해 우리가 관측한 독특한 전자 신호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태양 활동이 지구 복사대를 교란하면서 내부 복사대에 매우 높은 에너지를 가진 전자들을 공급하면, 번개가 이들과 상호작용을 해 급격한 전자 방출을 유발하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지구와 우주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또한 과학적 발견이 항상 선형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시켜 주었다.
[출처] Lightning strikes link weather on Earth and weather in space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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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 블룸(Lauren Blum)은 콜로라도대학교 볼더캠퍼스 대기우주물리학 조교수다. 연구 분야는 태양권 물리학과 행성 자기권 내 플라스마 집단의 상호연결성이다. 최근 연구는 파동-입자 상호작용, 태양풍과 자기권의 상호작용, 그리고 지구 밴앨런 복사대에서의 고에너지 입자 역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