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인도적 재앙
오늘(2월 24일)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3년째를 맞았다. 3년간의 전쟁 동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우크라이나 국민과 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다. 우크라이나 민간인과 군인 사상자(사망자 및 부상자) 수에 대한 다양한 추정이 있으며, 민간인은 4만 6천 명, 군인은 최대 50만 명으로 추산된다. 러시아 군대의 사상자 수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수백만 명이 해외로 피신했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우크라이나 내에서 집을 떠나야 했다. 2024년 초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우크라이나의 기밀 평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의 손실은 전사자 8만 명, 부상자 40만 명으로 집계되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동안 우크라이나에서 출생아 수의 세 배에 달하는 사람이 사망했으며,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우크라이나군의 손실이 러시아보다 다섯 배 더 많았고, 키이우가 매달 최소 5만 명의 병력을 잃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의 GDP는 25% 감소했으며, 추가로 710만 명의 우크라이나인이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우크라이나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가해진 피해는 막대하다. 특히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의 학습 손실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전쟁(그리고 그 이전에는 코로나19)에 따른 학습 과정의 중단으로 인해, 우크라이나는 결국 노동력의 질이 낮아지는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손실은 90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며, 이는 현재까지 발생한 물적 자본 손실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연구에 따르면, 유년기 첫 5년 동안 전쟁을 경험한 사람들은 60~70대가 되었을 때 정신 건강 점수가 약 10%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전쟁 사상자나 경제적 피해에 그치지 않고, 우크라이나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장기적인 손상에도 있다.
그럼에도 지난 1년 동안 일부 경제 회복이 이루어졌다. 에너지 수출이 급증했다. 흑해 연안의 우크라이나 항구들은 여전히 운영 중이며, 무역은 다뉴브강을 따라 서쪽으로, 그리고 일부는 철도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농업 부문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철강 및 철강 제조업은 여전히 전쟁 전 수준의 일부에 불과하며, 전쟁 이전 월 150만 톤이었던 생산량이 현재는 월 60만 톤으로 줄어든 상태다.
우크라이나는 생산과 전쟁 수행을 위한 건강한 노동력의 심각한 부족을 겪고 있다. 1월 기준 우크라이나의 실업률은 16.8%였지만, 여전히 노동력 부족이 심각하다. 숙련 노동자들이 해외로 떠났고, 대부분의 남은 노동력이 군대에 동원되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워낙 심각해 현재 면제 대상인 18~25세 남성을 징집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이는 대중적으로 극도로 비인기 있는 조치이며, 민간 부문의 고용을 더욱 감소시킬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서방의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정부 서비스를 유지하고, 국민을 지원하며, 생산을 지속하기 위해 매년 최소 400억 달러가 필요하다. 우크라이나는 민간 부문 자금 조달을 EU에 의존하는 한편, 군사 자금은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일종의 ‘노동 분업’ 형태를 띠고 있다. IMF과 세계은행도 금융 지원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 경우 우크라이나는 ‘지속 가능성’, 즉 일정 시점에서 대출을 상환할 능력이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따라서 미국과 EU 국가들로부터 양자 간 대출(주로 무상 지원이 아니라 대출)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IMF도 대출 프로그램을 연장할 수 없다.
이제 러시아와의 전쟁이 끝날 경우, 혹은 끝날 시점에 우크라이나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지로 논의가 돌아간다. 세계은행의 최신 추정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전쟁이 올해 끝난다고 가정할 때, 향후 10년간 재건을 위해 4,860억 달러가 필요하다. 이는 현재 우크라이나 GDP의 거의 세 배에 해당한다. 전쟁으로 인한 직접적 피해는 현재까지 거의 1,520억 달러에 달하며, 약 200만 개의 주택이 파손되거나 파괴되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체 주택 재고의 약 10%에 해당한다. 또한, 8,400km(5,220마일)에 달하는 고속도로, 국도 및 기타 국가 도로가 파손되었으며, 거의 300개의 다리가 파괴되었다. 약 590만 명의 우크라이나인이 해외에 머물며, 국내 실향민은 약 370만 명에 이른다.
러시아가 병합하지 않은 우크라이나의 남은 자원들은 서방 기업들에 매각되었다. 현재 우크라이나의 경작 가능한 농지의 28%가 우크라이나 재벌, 유럽 및 북미 기업,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소유하고 있다. 네슬레(Nestlé)는 서부 볼린(Volyn) 지역에 새로운 시설을 건설하는 데 4,600만 달러를 투자했으며, 독일의 의약 및 농약 대기업 바이엘(Bayer)은 중부 지토미르(Zhytomyr) 지역에서 옥수수 종자 생산에 6천만 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다. 우크라이나 최대 가금류 기업인 MHP는 우크라이나 전 대통령 포로셴코의 전직 고문이 소유하고 있으며, 최근 2년 동안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에서 제공한 모든 대출의 5분의 1 이상을 받아왔다. MHP는 2만 8천 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36만 헥타르의 농지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EU 회원국 룩셈부르크보다 큰 면적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후 경제를 ‘자유 시장’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계획에는 EU의 최저 노동 기준 이하로 노동 시장을 더욱 자유화하는 조치(즉, 저임금 노동 환경의 확산), 법인세 및 소득세의 대폭 감축, 남아 있는 국영 자산의 완전한 민영화가 포함된다. 그러나 전시 경제의 압박으로 인해, 현재 정부는 이러한 정책을 뒤로 미루고 군사적 요구를 우선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 EU, 미국 정부, 다자간 금융 기관, 그리고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고 배분하는 미국 금융 기관들의 목표는 우크라이나 경제를 특별 경제구역(SEZ) 형태로 복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공 자금이 서방 자본의 손실을 보전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노동조합을 배제하고, 기업에 불리한 조세 체계와 규제를 철폐하며, 서방 자본과 우크라이나의 전 재벌들이 협력하여 투자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으로 조성될 것이다.
우크라이나 소식통들은 인프라 복구 비용, 전쟁 수행 자금(탄약, 무기 등), 주택 및 상업 부동산 피해 보상, 사망 및 부상 보상, 재정착 비용, 소득 지원, 그리고 현재 및 미래의 소득 손실 등을 포함한 총 비용이 1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연간 GDP의 6년 치에 해당하며, 연간 EU GDP의 2.0% 또는 G7 GDP의 1.5%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번 10년이 끝날 무렵, 설령 재건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전쟁 이전의 모든 자원이 복구된다고 가정해도(즉, 동부 우크라이나의 산업과 광물이 러시아 손에 남아 있더라도), 경제는 여전히 전쟁 이전 수준보다 15%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이러한 자원이 복구되지 않는다면, 회복은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러시아: 전쟁 경제
러시아가 2022년 초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동부 돈바스 지역의 네 개 러시아어 사용 주를 점령하려 한 것은 역설적으로 러시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2023년 러시아의 실질 GDP 성장률은 3.6%였으며, 2024년에도 3% 이상을 기록했다. 러시아의 전쟁 경제는 유지되고 있다.
지난 3년간의 전쟁 동안 러시아는 제재를 견뎌내면서 국방비에 예산의 거의 3분의 1을 투자하는 데 성공했다. 동시에 중국과의 무역을 확대하고, 새로운 시장에 원유를 판매할 수 있었다.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의 전쟁 자금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가격 상한제를 우회하기 위해, 러시아는 이른바 ‘그림자 선단’을 활용해 원유를 수출했다. 2023년 러시아는 원유와 석유 제품의 절반을 중국으로 수출했으며, 중국의 최대 원유 공급국이 되었다. 전쟁 발발 이후 중국의 대러시아 수출은 60% 이상 증가했다. 중국은 자동차와 전자기기를 포함한 다양한 제품을 러시아에 지속적으로 공급하며, 서방 제품 수입이 중단된 공백을 메우고 있다. 2023년 러시아와 중국 간 교역 규모는 2,400억 달러에 달했으며, 이는 전쟁 이전인 2021년과 비교해 64% 이상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전쟁은 심각한 노동력 부족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러시아 역시 노동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다만 그 원인은 다르다. 전쟁 이전부터 러시아는 자연적 인구 감소로 인해 노동력이 줄어들고 있었다. 2022년 전쟁이 시작되면서 IT, 금융, 경영 부문의 중산층 노동자 약 75만 명(러시아인과 외국인 포함)이 러시아를 떠났다. 동시에 러시아군은 수만 명의 경제활동 가능 연령대 남성을 징집하고 있다. 매월 1만~3만 명의 노동자가 군에 입대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노동력의 약 0.5%에 해당한다. 그 결과, 기업들은 인력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으며, 노동자들은 해고 위험 없이 고용 안정성을 확보하게 되었다.
임금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빈곤율과 실업률은 사상 최저 수준이다. 특히 저소득층의 임금 상승이 두드러졌으며, 최근 3분기 동안 이들의 임금은 연간 약 20%의 성장률을 보이며 사회 내 다른 소득 계층보다 더 빠르게 증가했다. 정부는 가족 지원, 연금 인상, 주택담보대출 보조금, 그리고 군 복무자의 유가족에 대한 보상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급등했고, 루블화는 달러 대비 상당히 평가절하되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중앙은행은 금리를 20% 이상으로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
전쟁 경제란 국가가 전쟁 수행을 위해 자본주의 부문의 의사 결정을 개입하고 심지어 무력화하는 체제를 의미한다. 국가 투자가 민간 투자를 대체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러시아의 경우, 이는 서방 기업들의 러시아 시장 철수와 제재로 인해 더욱 가속화되었다. 러시아 정부는 외국 기업들을 인수하거나 이를 전쟁 수행에 헌신하는 러시아 자본가들에게 재매각했다.
새로운 건설, 첨단 장비 및 군사 장비에 대한 지출은 12년 만에 최고치인 14조 4천억 루블(1,364억 달러)에 도달했으며,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모스크바 소재 ‘거시경제 분석 및 단기 예측 센터’에 따르면, 투자 증가율은 지난 15년 동안 어느 때보다도 GDP 성장률을 큰 폭으로 초과했다.
현재 러시아의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부문은 수입 대체, 동쪽을 향한 인프라 개발, 군수 생산이다. 특히 기계공학 부문(완성 금속 제품(무기), 컴퓨터, 광학 및 전자기기, 전기 장비 제조 포함)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투자 분야 중 하나다.
많은 서방 경제학자들은 지난 3년 동안 러시아 경제의 붕괴를 예측해 왔다. 그들은 심각한 노동력 부족, 급증하는 군사비 지출로 인한 지속적이고 상승하는 인플레이션, 그리고 점점 강화되는 제재가 결국 경제 위기를 초래하여 모스크바가 우크라이나에서의 목표를 포기하고, 키이우와 그 동맹국들에게 더 유리한 조건으로 전쟁을 끝내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러 분석가들은 이러한 과열 징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높은 지출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고 있다. 2024년 러시아의 군사비 지출은 GDP의 7%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며, 올해 국방 예산이 거의 25% 증가하여 연방 정부 지출의 약 40%를 차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높은 인플레이션과 저성장을 동시에 겪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1945년 이후 유럽에서 가장 격렬한 전쟁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모스크바는 2022년 이후 GDP 대비 1.5~2.9% 수준의 비교적 적은 재정 적자로 전쟁을 지속적으로 자금 조달해왔다. 그 결과, 크렘린은 전쟁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거의 차입할 필요가 없었다. 국내 경제 활동에서 발생한 세수는 전쟁 시작 이후 급증했다. 러시아의 국가 부채 비율은 GDP 대비 약 15%로, G20 국가들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외부 자본 공급원이 차단된 상황에서도, 러시아는 자체 자원만으로 국내 투자와 정부 지출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러시아는 GDP 대비 약 2.5%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러시아가 대규모 원유 수출을 계속할 수 있는 한, 이 상황은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 정부 관계자의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2023년 러시아의 석유 및 가스 수익은 26% 증가하여 1,080억 달러에 도달했으며, 2024년에는 원유 및 가스 응축액 일일 생산량이 2.8%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익을 유지했다. 러시아는 2024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제재를 받은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기록적인 3,360만 톤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출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4% 증가한 수치다.
‘국제금융연구소’(IIF)는 2025년 러시아의 재정 균형 원유 가격(정부 지출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배럴당 유가)이 77달러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원유 및 가스 수익의 회복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동시에, 경상수지를 균형 상태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대외 균형 원유 가격은 배럴당 41달러로, 주요 탄화수소 수출국들 중 두 번째로 낮다. 이는 현재의 우랄(Urals) 원유 가격이 이러한 균형점을 충분히 충족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쟁 경제’ 투자 중 어느 것도 러시아의 장기적인 생산성 성장을 지원하지 못할 것이다.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의 전쟁 경제는 다시 자본주의적 축적으로 회귀할 것이다. 러시아 경제는 근본적으로 천연자원에 기반하고 있으며, 제조업보다는 자원 채굴에 의존하고 있다. 전쟁 생산은 장기적으로 자본 축적에 비생산적이다. 러시아는 여전히 기술적으로 낙후되어 있으며, 첨단 기술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막대한 재정 부양책에도 러시아는 무기와 원자력 산업을 제외하면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수출 시장을 위한 기술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으며, 무기 산업은 이미 제재를 받고 있고, 원자력 산업도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는 인공지능 부터 생명공학까지 어떤 최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인구 감소, 대학 교육의 질 하락, 국제 학술 기관과의 단절, 두뇌 유출 문제가 이러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기술 격차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러시아는 점점 더 중국산 수입품과 역설계(복제 기술)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러시아의 잠재적 실질 GDP 성장률은 연간 1.5%를 넘지 못할 가능성이 크며, 이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 낮은 투자율과 생산성 증가율로 인해 제한될 것이다.
러시아의 전쟁 경제는 필요한 경우 앞으로 몇 년간 전쟁을 지속할 충분한 여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면 푸틴은 생산과 고용에서 상당한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근본적인 문제는 러시아 자본의 투자, 생산성, 수익성이 취약하다는 점이며, 이는 제재를 제외하더라도 이번 10년 동안 러시아 경제가 계속 약세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한다.
평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직접 협상을 통해 평화 협정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미국의 대(對)우크라이나 재정 및 군사 지원이 중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우크라이나 지도부는 영토 상실이나 NATO 가입에 대한 거부권이 포함된 어떤 합의도 반대하고 있다. 유럽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전쟁 자금을 계속 제공하며 군사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지금까지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사용한 자금을 회수하고, 향후 경제 재건을 위한 추가 지출에 대한 담보를 요구하고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로 흘러간 막대한 자금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정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배정한 자금의 대부분은 국내 방위 산업 기반을 지원하고, 미국의 군수품 재고를 보충하는 데 사용되었다. 미국의 방위 산업 기업들은 이 전쟁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다.
이제 트럼프는 전후 재건을 위한 5,000억 달러를 제공하는 대가로, 우크라이나가 자국의 ‘희토류’ 광물 권리의 50%를 미국에 넘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는 “우리가 제공한 모든 돈에 대해 뭔가를 돌려받길 원한다. 나는 전쟁을 끝내고, 모든 죽음을 멈추게 하려 한다. 우리는 희토류와 석유,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 상원의원 린지 그레이엄은 “이 전쟁은 돈과 관련된 것이다. 유럽에서 희토류 광물이 가장 풍부한 나라는 우크라이나이며, 그 가치는 2조7조 달러에 이른다. 도널드 트럼프는 우리의 돈을 회수하고, 희토류 광물로 부유해질 거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광물 매장량의 절반가량(약 1012조 달러 상당)이 현재 러시아가 통제하는 지역에 있다는 점이다.
이 모든 것은 우크라이나의 자산이 서방 열강에 의해 분할될 것임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신호다. 지난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국가 소유 은행의 민영화를 확대하는 새로운 법안에 서명했다. 이는 2024년 7월 우크라이나 정부가 발표한 ‘대규모 민영화 2024’ 프로그램의 연장선으로, 해외 투자를 유치하고 재정난에 처한 우크라이나의 국가 예산을 충당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민영화가 예정된 주요 자산에는 우크라이나 최대 티타늄 광석 생산업체, 주요 콘크리트 제품 제조업체, 광업 및 가공 플랜트 등이 포함된다. 우크라이나는 2018년 법을 통해 약 3,500개의 국영 기업을 민영화할 계획을 세웠으며, 외국인과 외국 기업도 이를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지난 2년 동안 수백 개의 중소기업이 민영화되었으며, 이를 통해 96억 흐리우냐(약 1억 8,100만 파운드)의 수익이 발생했다. 이러한 과정은 미국 국제개발처(USAID)가 자금을 지원하고 영국 외무부가 보조하는 7년짜리 하위 프로그램 ‘SOERA(State-Owned Enterprises Reform Activity in Ukraine, 우크라이나 국영 기업 개혁 활동)’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SOERA는 “선택된 국영 기업의 민영화를 촉진하고, 국영 기업 중 정부 소유로 남아 있는 기업에 대한 전략적 경영 모델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국 자본도 이 기회를 노리고 있다. 최근 공개된 영국 외무부 문서는 전쟁이 우크라이나에 “매우 중요한 개혁을 실현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올해 초 영국 대외원조감시기구(ICAI)가 발표한 보고서는 “영국은 우크라이나 재건을 통해 영국 기업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푸틴의 침공은 우크라이나 국민을 친자유시장적이고 반(反)노동적인 정부의 손아귀에 몰아넣었으며, 그 결과 서방 자본이 우크라이나의 자산을 장악하고, 전쟁으로 줄어든 노동력을 착취할 길이 열렸다. 어쩌면 이는 불가피한 일이었을 수도 있다. 전쟁 전에는 친러시아 재벌과 친서방 재벌이 대립했다면, 이제는 서방 자본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전쟁은 단순히 우크라이나만 파괴한 것이 아니다. 값싼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이 중단되면서 생산 비용이 폭등해 유럽 경제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유럽 지도자들은 트럼프가 전쟁에서 손을 떼더라도 전쟁을 지속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들은 필사적으로 자금을 모아 전쟁을 계속하고, 군사 지원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일부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에 직접 병력을 파견하는 방안까지 제안하고 있다. 즉, ‘평화가 아닌 전쟁’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NATO와 유럽의 주류 정치 지도자들은 푸틴이 올해 전쟁에서 유리한 평화 조건을 얻는 경우, 러시아의 추가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국방비를 현재 GDP 대비 평균 1.9% 수준에서 10년 말까지 두 배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는 전쟁 지출이 “가장 위대한 공공 혜택”이라는 황당한 논리를 기반으로 정당화되고 있다. 국제관계 싱크탱크 ‘채텀하우스’(Chatham House)의 소장 브론웬 매독스는 “영국은 국방비 지출을 위해 추가 차입이 필요할 수도 있다. 내년과 그 이후에는 정치인들이 병가 수당, 연금, 의료 예산을 삭감해 국방비를 충당할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결국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에게 복지 혜택을 포기하고 국방비를 지불해야 한다고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독일 총선에서 승리한 정당 지도자도 같은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시급히 필요한 공공 서비스와 복지 지출, 그리고 기술 투자를 군사비로 돌리는 대규모 전환을 의미한다. 그 결과, 유럽이 이번 10년과 그 이후에도 경제 강국으로 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게 되었다.
[출처] Russia-Ukraine war: three years on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
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