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확인해야 했다.
트럼프 대통령직의 첫 7주 반을 거치면서 몇 가지 예비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1
트럼프 1.0은 명백히 서곡에 불과했다. 미국 내 급진 우익 세력에게는 놓쳐버린 기회이자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2016년 승리 후 자신조차도 충격을 받았던 트럼프는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가장 최소한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는 감세 정책을 즐겼고, 활황 경제가 그를 안전하게 재선으로 이끌어 줄 것이라고 믿었다.
#2
2020년 대선 패배의 충격, 트럼프를 겨냥한 법적 소송, 공화당 내 MAGA의 지배력, 그리고 급진 우익 그룹들이 추진한 사전 기획은 트럼프와 그의 진영을 급진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3
트럼프의 두 번째 행정부는 초반부터 극도로 역동적이다. 하지만 매우 혼란스럽기도 하다. 이전 바이든 행정부보다 훨씬 더 혼란스럽고, 심지어 트럼프 1.0보다도 더 무질서하다.
#4
마라라고 통화 합의(Mar-A-Lago currency accord)라는 기술관료적 구상을 지지하는 한 세력이 존재하는데, 이는 바이드노믹스, 제이크 설리번 등이 주도한 신(新) 워싱턴 컨센서스의 연장선이자 강화된 형태로 볼 수 있다. 이는 미국의 만성적 무역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자본 유입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주장한 마이클 페티스(Michael Pettis)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되었다. 질리안 테트(Gillian Tett, FT)는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페티스는 미국의 자본 유입을 단순히 무역 적자의 필연적이며 유익한 결과로 보지 않고, 오히려 미국 경제를 피폐하게 만드는 저주로 간주한다. 자본 유입이 달러 가치를 높이고 과도한 금융화를 촉진하며 미국 산업 기반을 잠식한다는 것이다. 결국 "자본이 무역을 좌우하는 꼴"이 되어 무역 적자를 부추긴다고 그는 주장한다. 따라서 페티스는 자본 유입을 제한하는 조치, 즉 세금 부과를 요구한다. 6년 전 민주당 상원의원 태미 볼드윈과 공화당 상원의원 조쉬 하울리는 <일자리와 번영을 위한 경쟁적 달러법>이라는 법안을 발의해 자본 유입에 세금을 부과하고 연방준비제도의 약달러 정책을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해당 법안은 폐기된 듯했으나, 지난달 보수 싱크탱크인 '아메리칸 컴퍼스'는 자본 유입에 대한 세금이 향후 10년 동안 2조 달러를 조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백악관은 '미국 우선 투자 정책'이라는 행정명령을 발표하면서, 1984년 체결된 조약(중국 자본 유입에 대한 30% 세금을 철폐한 조항 포함)의 유예 또는 종료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행정명령은 대대적인 주목을 받지 못했다. 트럼프가 관세 등 다른 이슈로 "전면 공세"를 펼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시아 금융권에서는 경계심을 불러일으켰고, 일부 투자자들이 미리 자금을 빼면서 최근 미국 증시 하락을 촉진했을 가능성이 크다.
테트는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페티스의 아이디어는 재무부 장관 스콧 베센트, 경제자문위원회 의장 스티븐 미란, 부통령 JD 밴스 등 일부 핵심 인사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글로벌 무역과 금융을 재편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으며, 이른바 '마라라고 합의'를 통해 이를 실현하려 한다. 이들의 구상은 1985년 플라자 합의보다 훨씬 야심차다. 플라자 합의는 단순히 협조적 통화 개입을 통해 달러 가치를 낮추는 것이었지만, 미란이 구상하는 마라라고 합의에는 미 국채 보유자들에게 국채를 영구채로 교환하도록 요구하는 미국 부채 재조정안까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나는 2024년 11월 <런던 리뷰 오브 북스>에서 이를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MAGA"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 흐름이 얼마나 영향력을 가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5
트럼프 진영을 둘러싼 주요 세력은 테트가 지적한 네 가지다. 트럼프 본인, 민족주의적 포퓰리스트(예: 스티브 배넌), 테크노-자유지상주의자(예: 일론 머스크), 친-MAGA 공화당 의원들. 이들 중 어느 집단이 주도권을 쥘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MAGA"라는 기술관료적 흐름은 강력한 세력 기반이 부족하며, 일부 그룹은 자본 유입에 대한 과세 아이디어를 반대할 수도 있다. 특히 주식 시장이 최근 몇 달 동안처럼 계속 약세를 보일 경우, 반발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6
트럼프 연합의 이념적 핵심을 단결시키는 것은 특정한 정책이 아니라, 현 체제의 파괴와 해방의 약속이다.
주디스 버틀러가 한 인터뷰에서 설명했듯이, 트럼프의 매력 중 핵심 요소는 그의 지지자들에게 "증오할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비이성적일 자유"를 보장하는 데 있다.
Cracking the Magafacists code
— Memento Mori (@mementomori4950.bsky.social) 2025년 3월 14일 오전 3:30
[image or embed]
비록 나는 버틀러가 트럼프주의적 수사의 근거 없음을 자신 있게 지적하는 이 해석이 마음에 들지만, 한편으로는 우려가 든다.
무엇보다도, "사실에 기반한 우리"와 "사실을 무시하는 그들"이라는 극명한 대비는 바이든 진영을 움직이는 철저히 비이성적인 동력을 과소평가하는데, 나는 지난 주말 차트북 뉴스레터에서 이를 분석하려 했다.
더욱이, 머스크, 배넌, 혹은 ‘마라라고 합의’ 진영의 급진성을 단순히 그들이 이성이나 증거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려 한다고 묘사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그와는 정반대로, 그들은 이성이 차트북 뉴스레터 독자들 같은 사람들, 주디스 버틀러 같은 인물들, 혹은 클린턴과 오바마 시대의 정통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에 의해 부당하게 독점되었다고 믿는다. 마이클 페티스의 제안에 경악하는 바로 그 부류의 사람들 말이다. 그들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터무니없다는 우리의 충격을 즐긴다. 그리고 그 충격을 자신들의 주장에 대한 진실성의 증거로 받아들인다.
#7
트럼프-MAGA 도전의 핵심 요소, 즉 그들의 ‘자유를 위한 투쟁’은 진실이나 이성 자체에 대한 공격이라기보다는, 최근 수십 년 동안 진실과 합리성의 독점을 주장해 온 전문 관리자 계급(Professional Managerial Class, PMC) 의 헤게모니에 대한 공격이다. PMC가 자신들에 대한 공격을 곧 진실과 이성 자체에 대한 공격으로 동일시한다는 사실은, 오히려 트럼프주의자들의 사명감을 더욱 확고히 하는 역할을 한다. 나는 차트북 359에서 주장했듯이, 민주당 지도부의 많은 인사들이 자신들의 프로젝트가 난파하는 과정을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는 2024년 11월, 대선 직후 반-PMC 주제를 처음 다루기 시작했다.
나는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 에 이 주제에 대한 더 긴 글을 썼다.
이번 주 팟캐스트에서 캠과 나는 다시 이 주제를 다루었다.
내가 팟캐스트에서 주장했듯이, 바이드노믹스는 전문 관리자 계급(PMC) 내부의 갈등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미국 엘리트 대학들의 실제 및 가상의 세미나실과 워싱턴 싱크탱크 네트워크(‘블롭(blob)’)의 사무실에서, "신(新) 워싱턴 컨센서스"의 조건을 둘러싼 논쟁으로 펼쳐진다. 반면, MAGA 2.0은 이를 더욱 급진화하여, PMC 자체의 역할, 그 헤게모니적 장치들, 그리고 그들이 공유하는 ‘상식’에 대한 전면적인 전투로 변모시켰다.
<이코노미스트>의 반응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코노미스트는 현실에서 작동하는 신자유주의의 대표적 저널 중 하나로, 바이든노믹스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이 트럼프 2.0에서 가장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약간 변형하자면) 이것이 "비이성적인 사람들에 의한, 비이성적인 사람들을 위한, 비이성적인 정부"라는 점이다.
"한때 존경했던 곳에서 영감을 받아, 유럽인들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즉, '이성적인 사람들에 의한, 이성적인 사람들을 위한, 이성적인 사람들의 정부'가 서구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DOGE가 해방(unleashed)되고 대학들에 대한 공격이 시작된 이후, 우리 중 많은 이들에게 이 문제는 더 이상 단순한 학문적이거나 지적 논쟁이 아니다. 공무원, 교사, 대학생으로서 우리는 직접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
#8
미국의 외교 정책과 관련하여, 트럼프는 오랫동안 예고된 균열을 가져왔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산층을 위한 외교 정책”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미국식 글로벌리즘을 지지할 새로운 다수를 형성하려 했으나, 이는 실패했다.
트럼프는 확실히 워싱턴 싱크탱크 네트워크(블롭)의 기존 관례를 파괴하는 데 착수했다. 그러나 이는 어떠한 비판적 성찰이나 개혁 프로젝트가 아니라, 가자 지구에서의 인종 청소 제안,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로의 급격한 방향 전환, 캐나다와 그린란드의 병합, 파나마 운하 “탈환” 등 터무니없는 정책들이 무차별적으로 난사되는 형국이다.
자유주의적 헤게모니가 동력을 상실한 가운데, 트럼프의 해답은 미국 여론을 대놓고 19세기 말 마지막으로 목격되었던 노골적인 제국주의 아래로 결집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지난 11월 ‘뉴 스쿨’(The New School)에서 열린 마에더 강연(Maeder lecture)에서 “과도기(interregnum)”라는 개념을 비판하며, 앞으로 권력과 정치적 커뮤니케이션이 어떻게 비정상적이고 통제 불가능한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탐구한 바 있다.
권력과 소통은 어떤 모습일까? 19세기와 20세기 사회 이론에서 유래한 기존의 역사적 관점을 버린다면 말이다. 나는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첫째, 초과행위—즉, 권력 행사의 극단적이고 탈선한 형태. 둘째, 허무주의—공허하고 모순된 언어로 전락하는 상황, 이를테면 트럼프와 바이든의 골프 경기를 둘러싼 대선 토론처럼 말이다.
지난 11월, 초과행위와 관련해 내가 떠올린 사례 중 하나는 2023년부터 떠돌던 가자 재건에 대한 초현실적인 구상들이었다.
그리고 그 뒤에 등장한 것이 “빛나는 트럼프-가자”라는 기괴한 AI 생성 이미지였고, 트럼프는 이를 그대로 재활용했다.
이것은 노골적인 자기 도취와 제국적 남성성을 찬미하며, 상상할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이는 “비참한 자들을 위한 웨스트 윙”이다. 대통령이 이를 좋아하는 것은 전혀 놀랍지 않다.
#9
나 역시 이 글을 어떻게 끝내야 할지 모른다. 그리고 이것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우리는 견제와 균형이 작동할지 알지 못한다. 민주당은 경기 침체가 찾아와 이를 계기로 하원 통제권을 되찾기를 기대하며 손을 모으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들은 의회를 이용해 어떤 방해 공작을 시도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반면, 공화당이었다면 분명 그렇게 했을 것이다.
반(反)트럼프 진영은 공포에 질린 채 무력한 분노 속에서 끊임없이 불길한 뉴스만 계속 찾아보는 행위을 하거나, 효과 없는 시위에 나서거나, 체념하고 철수하는 상황에 내몰려 있다. 후자의 선택지는 일정 수준의 안전을 보장받고 있는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일 뿐이다.
어쩌면 이렇게 말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이것이 우리가 알던 세계의 종말이라고? 하지만 과도기를 넘어선 세계란 원래 이런 것 아닌가? 이것이 바로 폴리크라이시스(polycrisis, 여러 개의 상호 연결된 위기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서로를 증폭시키는 상황)의 세계 아닌가?“
그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다만, 나는 덧붙이고 싶다. 그 개념들은 단순한 설명이나 편리한 요약이 아니라, 매일 새로운, 도전적인,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고통스럽다.
트럼프 시대를 따라잡는 것은 지적, 감정적, 신체적 에너지를 요구하는 일이다. 그것도 비교적 안정적인 종신 교수직에 있다면 그나마 견딜 수 있다. 하지만 해고된 공무원, 테러 혐의로 기소 위협을 받는 시위자, 강제 추방을 앞둔 이민자라면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이 상황을 직접 겪고 있지 않은 이들에게 이 감각을 전달하려 한다면, 내가 떠올리는 유사한 경험은 팬데믹 시절의 막연한 불확실성과 공포다.
나는 2020년을 떠올린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너져가던 때, 그리고 아직 백신이 나오기 전이었다. 그때도 암울했지만, 그것은 트럼프 1기 말기였고, 임상 시험이 진행 중이었다. 민주주의와 과학이 우리를 구해줄 것이라 믿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 트럼프 2기의 시작에 서 있는 우리는 다르다. 이번에는 그들이 문을 닫는 것이 실험실이기 때문이다.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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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