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에어컨 끈다고 세상이 바뀌나요?”

녹색당 김유리 강서구의원 후보 인터뷰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된 21일, 여는 유세를 마친 김유리 후보에게서는 파스 냄새가 났다. 유세를 함께한 당원들을 배웅하고, 밤 9시부터 이어진 점검회의까지 마친 뒤였다.

선본원들도 모두 퇴근한 늦은 밤, 강서구 선거사무소에 남은 김 후보와 짧은 이야기를 나눴다.

녹색당 김유리 강서구의원 후보
녹색당 김유리 강서구의원 후보가 선거사무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참세상 박도형 기자.

간단한 인사와 출마하신 동네의 소개를 부탁드린다.

녹색당 강서구의원 후보이고, ‘생활비 걱정없게’라는 슬로건으로 열심히 선거 운동을 하고 있는 김유리다. 공항동, 방화1동, 방화2동이 있는 강서구 라선거구에서 출마했다. 서울이지만 논밭이 있는 동네부터, 마곡산업단지가 있는 도심까지 동시대의 역사가 펼쳐진 동네다. 

참세상 독자 분들께는 진보정치 라이어게임으로 먼저 인사드린 바 있다.

스포일러를 하자면, 사십 평생 해본 적 없는 라이어게임에서 1등을 먹었다.

다시 뵙게 되어 반갑다. SNS를 보다 보니 영상을 활용한 선거운동이 눈에 띄더라.

이번 선거에서는 영상으로 소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여러 플랫폼의 영향으로 모두가 미디어의 소비자이자 생산자이기도 하다보니, 영상 매체의 풀이 아주 커진 것 같다. 정치를 한다는 사람이 그 흐름에 부응하지 않으면, 주민들과도 소통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사전 선거운동 때부터 공약의 예고편처럼 1분 영상을 냈고, 공약 발표 영상 시리즈는 모두 주민들을 직접 만나서 인터뷰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했다. 사실 “안녕하세요, 녹색당 김유리입니다”라는 외침 외에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 애쓰다가, 직접 골목을 다니며 주민들을 인터뷰하게 된 것이기도 하다. 주민들이 실제로 어떤 생활비 부담을 느끼시는지, 김유리가 준비한 공약은 또 어떤 것이 있는지를 더 가까이에서 호흡하고자 했다.

그런 점에서 ‘생활비 걱정없게’ 슬로건을 발표한 영상을 한 번 봐주시면 좋겠다. 이 슬로건 영상에는 실제 떡볶이집 사장님과, 그 떡볶이집에 계란을 배달하러 온 청년 사장님이라는 생생한 주민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김유리 후보의 슬로건 발표 영상. 김유리 선거대책본부 제공.

‘생활비 걱정없게’라는 슬로건이 인상깊다. 익숙한 듯 하면서도, 진보정당 선거 구호로는 생경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녹색당에서 몇 년간 후보로 뛰기도 하고 선거를 기획해보기도 했는데, 선거를 함께 치른 당원들과 사후 평가를 할 때마다 나왔던 이야기가 있다. 기후위기 문제가 심각하고 이를 해결해야 된다는 시민들의 공감도 있지만, ‘기후위기’라는 말을 담은 슬로건이 정확히 어떤 정치적인 방향을 담고 있는지 모호한 개념적 구호일 수 있다는 말이었다. 진보정치가 그동안 윤리적이고 옳은 가치를 말해왔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경청하는 정치적 시공간에 대해서는 소원했던 부분이 분명 있지 않았나. 조금 더 시민들의 삶에 와닿는 구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생활비를 낮추겠다는 슬로건이 나왔다.

사실 생활비 절감은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서도 주요한 방향이기도 하다. 고물가·고유가 시대에 생활비에 부담을 느끼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거대양당은 민생을 나몰라라 하고 있다. 이에 반해 녹색당은 기후위기 문제에 있어 책임은 없지만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비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녹색당의 정치적 노선을 담은 구호라고 생각한다. 

녹색당 김유리 강서구의원 후보가 선거사무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참세상 박도형 기자.

녹색당이 고민하는 진보정치는 늘 색다른 느낌이다. 진보정치로서의 녹색정치를 현실로 만들어 온 정당인데, 앞으로의 녹색정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저의 이야기를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녹색정치로 시작했다가 진보정치까지 넓어지게 됐다. 예전에는 윤리적인 환경주의에 관심이 많았다. 환경을 위해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다거나, 부정의하게 생산된 에너지를 아껴 쓰는 일들 말이다. 하지만 그런 종류의 녹색정치 속에서는 누가, 누구와 함께, 어떤 대중을 바라보며 이 정치를 하고 싶은가에 대해 늘 모호한 지점이 있다고 느꼈다.

스스로 크게 변화하게 된 계기는, 2022년 8월 8일 관악구와 동작구에서 있었던 반지하 폭우 참사였다. 기후위기와 환경을 위해 개인의 노력과 올바름은 지지받아 마땅하지만, 기후위기 시대에 그냥 가난하다는 이유로 돌아가신 이들이 있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줄이라고, 핵발전소에서 부정의하게 생산되는 전기에 대해 알라고 강요해왔던 것은 아닌지 성찰하게 됐다.

여름철 에어컨, 겨울철 난방 온도에 대해 대기업과 정부에서 정말 많은 캠페인을 하지 않나. 그런데 사실 기후위기를 일으킨 책임은 대기업에 있고, 자원을 무한하게 사용하면서도 그 수익을 고르게 나누지 않는 자본을 방치한 책임은 정부에 있다. 이 책임을 가리고 개인이나 가난한 이들에게만 윤리적인 행위를 요구해 온 것이다. 기후위기를 일으킨 책임의 주체를 명확하게 호명하고, 기후위기의 당사자들과 연대해 그 책임을 물음으로써, 기후위기 시대 모두의 안전과 삶의 질을 보장하라는 요구를 모아내는 정치를 녹색정치와 녹색당이 해내야만 할 것이다. 


강서구 방화사거리에서 여는 유세를 하고 있는 김유리 후보와 지지자들. 김유리 선거대책본부 제공.

녹색당에 흔히 갖는 편견과 완전히 반대되는 내용의 성찰인 것 같다.

폭염이 찾아올 때면 뉴스에서 가장 많이 전해지는 사망 소식이 옥외 노동자나 이주 노동자들의 이야기 아닌가. 혹은 에너지 효율이 굉장히 떨어지는, 더위에 에어컨도 켜지 못하는 집에 사는 분들도 너무 많다. 이런 분들에게 에어컨 온도를 어떻게 해야 한다는 식의 요구는, 가장 불평등한 환경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완전히 배제한 이야기다. 녹색당은 누군가를 지우고 배제하는 정치가 아니라, 가장 소외되어 있는 사람들과 기후위기에 가장 피해를 입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응답하는 정치를 해야한다.

좋은 이야기 나누어 주셔서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참세상 독자 분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참세상 독자분들이라고 하면 사실 저도 약간의 편견이 있는데(웃음) 녹색당의 정치 노선은 분명히 진보정치의 길을 걷고 있고, 불평등과 노동의 문제도 아우르는 정당이니 녹색당과 김유리를 많이 애정해주시고 지지해주셨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말


태그

진보 진보정당 녹색당 진보정치 녹색 지방선거 김유리 녹색정치 강서구

의견 쓰기

댓글 0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