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신 행정명령 “미국 역사에 진실과 건전함 복원하기”는 모든 권위주의 정권들이 사용해 온 전술을 복제한 것이다. 편향에 맞선다는 명목으로, 그들은 국가의 역사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신화로 왜곡한다.
You're too late. 출처: Mr. fish
역사는 현재 지배 엘리트들의 권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과거의 지배 엘리트들을 신격화하는 방식으로 사용될 것이다. 역사는 집단 학살, 노예화, 차별, 제도적 인종차별의 희생자들이 겪은 고통을 사라지게 할 것이다. 노동 전쟁 기간 동안의 억압과 폭력-노조를 결성하려는 투쟁 속에서 수백 명의 노동자들이 총잡이, 기업 경비, 경찰, 주 방위군 부대의 군인들에게 살해당한-은 사라질 것이다. 우드로 윌슨(Woodrow Wilson)과 같은 역사적 인물들은 사회적 전형으로 자리 잡을 것이고, 그가 연방 정부를 다시 인종 분리시키기로 결정한 것과 미국 역사상 가장 공격적인 정치적 탄압 캠페인들 중 하나를 감독한 행위 같은 어두운 행동들은 무시될 것이다.
트럼프의 승인을 받은 우리의 역사 교과서들이 묘사하는 미국에서는-“기독교” 학교들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교과서들을 내가 직접 읽어봤기 때문에 이는 단순한 추측이 아니다-모두를 위한 기회의 평등이 존재해 왔고, 늘 존재해 왔던 것으로 그려진다. 미국은 인간 진보의 모범이며, 계몽되고 거의 예외 없이 백인 남성으로 구성된 통치자들의 지도 아래 끊임없이 스스로를 개선하고 완성해 온 나라다. 미국은 “서구 문명”의 선두에 선 국가로 그려진다.
과거의 위대한 지도자들은 용기와 지혜의 전형으로 묘사되며, 이들이 지구의 '하등한 종족들'에게 문명을 가져다주었다고 한다. 조지 워싱턴은 아내와 함께 300명이 넘는 노예를 소유하고 “대여”했으며, 원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잔혹한 군사 작전을 지휘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본받아야 할 영웅적 인물로 제시된다. 아프리카인들을 노예화하고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집단 학살한 배경에 있었던 정복과 부에 대한 어두운 욕망은 외면되고, 유럽인과 유럽계 미국인 개척자들이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벌인 고귀한 투쟁의 이야기만 전달된다. 자본주의는 가장 숭고한 자유의 형태로 신성화된다. ‘기회의 땅’에서 가난하고 억압받는 이들이 충분히 가지지 못했다면, 그것은 그들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났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불의에 맞서 싸운 이들은, 종종 자신의 생명을 대가로 하였음에도 사라지거나,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의 경우처럼, 평범한 진부함으로 정제되어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 연설과 함께 시간 속에 영원히 얼어붙는다. 우리 사회에서 민주적 공간을 확장시켰던 사회운동들-노예제 폐지론자들, 노동운동,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 사회주의자들과 공산주의자들, 시민권 운동과 반전운동들-은 사라지거나 조롱당하고, 민중운동들의 투쟁과 성과를 기록한 하워드 진과 에릭 포너 같은 작가들과 역사학자들 역시 함께 조롱당하거나 지워진다. 이 신화에 따르면, 과거에는 현 상태에 대한 도전이 없었으며, 현재에도 도전할 수 없다. 우리는 언제나 지도자들을 존경해왔고, 앞으로도 이 존경을 유지해야 한다. 시인 뮤리얼 루카이저(Muriel Rukeyser)는 예견하듯 경고했다.
“그들이 잊으라고 말하는 것을 주의 깊게 보라”(Pay attention to what they tell you to forget)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인들은 국가의 역사를 다시 쓰려는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노력을 목격해 왔다. 이 노력은 진실이 아니라 이데올로기에 의해 주도되는 왜곡된 서사를 통해 객관적 사실들을 대체하고 있다. 이러한 수정주의 운동은 미국의 건국 원칙과 역사적 이정표들을 부정적으로 조명함으로써, 미국의 놀라운 성취들을 약화시키려 한다. 이러한 역사적 수정 아래에서, 자유, 개인의 권리, 인간의 행복을 증진해 온 우리 국가의 비할 데 없는 유산은 본질적으로 인종차별적이고, 성차별적이며, 억압적이고, 또는 그 밖의 방식으로 도저히 회복할 수 없는 결함으로 재구성된다. 우리 공동의 과거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통합을 촉진하기보다는, 역사를 다시 쓰려는 이 광범위한 노력은 사회적 분열을 심화시키고, 미국이 이루어낸 진보와 전 세계 수백만 명에게 계속해서 영감을 주는 이상들을 무시한 채 국가적 수치심을 조장한다.
권위주의자들은 “객관적 진실”로 편향을 대체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그들의 “객관적 진실”은 우리의 시민 종교와 지도자 숭배를 성역화하는 것이다. 이 시민 종교는 고유한 성지들을 가지고 있다-러시모어 산, 플리머스 바위, 게티즈버그, 필라델피아의 독립 기념관, 그리고 연합군 지도자 제퍼슨 데이비스, 로버트 E. 리, 토머스 J. “스톤월” 잭슨을 묘사한 거대한 부조인 스톤 마운틴(Stone Mountain). 이 시민 종교는 고유한 의례들을 가진다-추수감사절, 독립기념일, 대통령의 날, 국기 게양일, 현충일. 이 종교는 가부장적이며 극도로 애국주의적이다. 이 종교는 국기, 기독교 십자가, 군대, 총기, 그리고 백인 우월주의를 암호처럼 숨긴 “서구 문명”에 집착한다. 이 종교는 우리의 예외주의와 세계 지배 권리를 정당화한다. 이 종교는 우리를 성경적 전통-우리가 선택받은 민족이며, 기독교 국가이고, 계몽주의의 진정한 상속자라는-에 연결시킨다. 이 종교는 강자와 부유한 자들이 신의 축복과 선택을 받은 자들이라고 말한다. 이 종교는 통제되지 않은 민족주의, 역사적 기억상실증, 의심 없는 복종이라는 어두운 묘약을 먹인다.
의회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은 입법안이 발의되어 있다.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에이브러햄 링컨, 시어도어 루스벨트와 함께 러시모어 산에 트럼프의 얼굴을 새기고, 트럼프의 생일을 연방 공휴일로 지정하며, 새 250달러 지폐에 트럼프의 얼굴을 넣고, 워싱턴 댈러스 국제공항의 이름을 도널드 J. 트럼프 국제공항으로 바꾸며, 트럼프가 3선까지 가능하도록 수정헌법 제22조를 개정하자는 내용이다.
제이슨 스탠리(Jason Stanley)는 ⟪역사 지우기: 파시스트들이 과거를 다시 써서 미래를 지배하는 방식⟫(Erasing History: How Fascists Rewrite the Past to Control the Future)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교육 제도는 정치 문화를 구축하는 토대이다. 권위주의자들은 정치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교육을 장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오래전부터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이어서 이렇게 썼다. “교육 제도를 장악하는 목적은 단지 국민들을 국가의 역사와 문제에 대해 무지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을 상호 이해가 불가능한 다양한 집단들로 분열시켜 집단적 통일 행동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다. 그 결과로, 반(反)교육은 국민들을 무관심하게 만들어, 국가 운영을 독재자든, 금권주의자든, 신정주의자든 다른 자들에게 맡기게 만든다.”
동시에 독재자들은 피해를 입었다고 여겨지는 집단-우리의 경우는 백인 미국인들-을 동원하여, 지도자와 국가를 지지하고 보복을 가하는 협박과 폭력 행위를 수행하게 만든다. 이 반(反)교육 캠페인의 두 가지 목표는, 지배받는 이들 사이에서는 마비 상태를, 열성적 신봉자들 사이에서는 광신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조지 플로이드, 브리오나 테일러, 아마드 아버리가 경찰에게 살해당한 사건들로 촉발되어 전국을 휩쓴 봉기들은, 제도적 인종차별과 경찰 폭력을 비판했을 뿐만 아니라, 백인우월주의를 기념하는 동상, 기념비, 건물들을 겨냥했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는 조지 워싱턴의 동상에 “집단학살 식민주의자”라는 낙서가 칠해지고 철거되었다.
20세기 초, 리치먼드에서 남부연합 지도자들을 기리는 기념비 설립을 주도했던 조직 ‘남부연합의 딸들 연합(United Daughters of the Confederacy)’의 본부는 방화되었다. 린치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흑인 언론인 아이다 B. 웰스가 린치 실태를 조사한 데 대한 보복으로 백인들이 그를 죽여야 한다고 선동했던 신문 편집자 에드워드 카막의 동상은 철거되었다. 보스턴에서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동상이 참수되었고, 남부연합 장군이었던 로버트 E. 리와 스톤월 잭슨의 동상, 그리고 필라델피아에서 인종차별적 행적으로 악명 높았던 전직 시장이자 경찰서장이었던 프랭크 리조의 동상도 함께 철거되었다. 극심한 인종차별주의로 인해 오랫동안 공공정책대학원에서 우드로 윌슨의 이름을 제거하라는 요구를 거부해왔던 프린스턴 대학교 역시 결국 그 요구를 받아들였다.
기념비들은 역사 수업이 아니다. 그것들은 충성 서약이며, 백인 조상 숭배에 대한 우상들이다.
그것들은 과거의 범죄를 세탁함으로써 현재의 범죄를 세탁한다. 비판적 인종 이론의 목표인, 우리 과거에 대한 인정은, 백인우월주의자들이 퍼뜨려온 신화-백인들이 우월한 지능, 재능, 문명을 타고났기 때문에 능력주의의 자연스러운 결과로 인종 위계가 형성되었다는 신화-를 깨뜨린다. 그 신화는, 흑인들이 이러한 인종 위계 속에서 사회의 최하층에 있어야 하는 이유가 그들의 타고난 특성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불의들을 이름 붙이고 문서화하며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이, 사회가 민주주의를 유지하고 더 큰 평등, 포용, 정의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다.
이러한 진실과 역사적 책임을 향한 모든 진전은 되돌려질 예정이다. 트럼프는 스미소니언(Smithsonian Institution), 아프리카계 미국인 역사 문화 국립박물관, 필라델피아의 독립 국립역사공원에서 전시되고 있는 일부 전시들을 명시적으로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그는 “기존의 기념비, 추모비, 동상, 표지판 또는 이와 유사한 자산들을 복원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미국인들, 과거 혹은 현재의 인물들(식민지 시대에 살았던 인물들을 포함해)”을 부당하게 폄훼하는 기념비나 전시물을 철거하고, 국가가 “미국 국민들의 위대한 성취와 진보의 위대함에 집중할 것”을 요구한다.
행정명령은 다음과 같이 계속된다.
내 행정부의 정책은, 역사에 헌정된 연방 부지들-공원과 박물관을 포함하여-을, 미국인들에게 우리의 비범한 유산, 더 완전한 연방이 되기 위한 지속적인 진보, 자유·번영·인간 번영을 위한 비할 데 없는 기록을 상기시키는 장엄하고 고양적인 공공 기념물로 복원하는 것이다. 우리 국가의 수도에 위치한 박물관들은 개인들이 배우기 위해 가는 장소이어야 하며, 이데올로기적 세뇌나 우리의 공유된 역사를 왜곡하는 분열적 서사에 노출되는 장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제이슨 스탠리(Jason Stanley)가 지적하듯, 비판적 인종 이론이나 다양성·형평성·포용성 프로그램에 대한 공격은 “이 프로그램들을 의도적으로 왜곡하여, 마침내 포용되기 시작한 이들-예컨대 흑인 미국인들-이 어떤 불법적인 혜택이나 부당한 이점을 받고 있는 듯한 인상을 심어준다.” 그래서 이들은 권력과 영향력 있는 지위에 오른 흑인 미국인들을 겨냥해, 그들이 그 자리에 합당하지 않다고 여기게 만든다. 궁극적인 목표는, 제도들을 장악하고 그것들을 다인종 민주주의라는 개념 자체에 맞선 전쟁에서의 무기로 변환시키는 것이다.
스탠리와 또 다른 권위주의 연구자이자 ⟪폭정에 대하여⟫(On Tyranny)와 ⟪자유 없는 길⟫(The Road to Unfreedom)의 저자인 예일대학교 학자 티머시 스나이더(Timothy Snyder)는, 캐나다로 이주하여 토론토 대학교에서 강의할 예정이다.
목표는 대중에게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생각할 것인가”를 가르치는 것이다. 학생들은 권력을 뒷받침하는 무감각한 슬로건들과 진부한 표현들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게 된다. 이 과정은 교육으로부터 자율성, 지적 탐구, 자기비판을 제거한다. 학교와 대학은 세뇌 기계로 전환된다. 세뇌당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배제된다.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전체주의의 기원⟫(The Origins of Totalitarianism)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권력을 장악한 전체주의는 언제나 모든 일류 인재들을, 그들의 정치적 공감과 무관하게, 충성심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멍청이들과 괴짜들로 대체한다.”
억압자들은 언제나 피억압자의 역사를 지운다. 그들은 역사를 두려워한다. 과거에는 노예들에게 읽기를 가르치는 것이 범죄였다.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인류 역사상 유일하게 성공한 노예 봉기인 아이티 혁명의 소식을 접할 수도 있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넷 터너와 존 브라운이 이끈 노예 봉기에 대해 알게 될 수도 있었다. 그들은 남쪽으로 12차례 이상 비밀리에 여행하여 노예들을 해방시켰고, 남북전쟁 기간 동안 연합군의 정찰병으로도 활동했던 불굴의 폐지론자 해리엇 터브먼의 용기에서 영감을 받을 수도 있었다. 그들은 프레더릭 더글라스와 폐지론자들의 저작에 접근할 수도 있었다.
유색인, 가난한 자들, 노동계급이 평등을 쟁취하고, 그들을 착취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법률과 규제를 요구해 온 조직적 투쟁의 역사는 완전히 암흑 속에 묻힐 예정이다. 과거에 대한 새로운 조사는 없을 것이다. 새로운 역사적 증거는 없을 것이다. 새로운 시각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로서의 우리의 정체성을 발굴하는 것이 금지될 것이다. 이러한 경직화는, 우리의 통치자들을 신격화하고, 다원적 민주사회를 파괴하며, 개인적·정치적 수면상태를 주입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출처] Restoring Lies and Insanity to American History
[번역] 이꽃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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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헤지스(Chris Hedges)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널리스트로, 15년 동안 뉴욕타임스의 해외 특파원으로 근무하며 중동 지국장과 발칸 지국장을 역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