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차별받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인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계속하여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를 외치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상시근로자 수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의 핵심조항을 적용하지 않는다. 예컨대 해고 사유 제한, 해고 서면통지, 부당해고 구제신청,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 연차 유급휴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등 최소한의 노동기본권이 배제되어 있다.
한편, 불과 며칠 전(2024. 9. 27.)에 나온 통계청 전국사업체조사(2023년 기준)에 따르면 전국 사업체 624만 개 중 86.3%인 538만 개가 5인 미만 사업장이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전체 사업체 수가 98,681개 증가하였는데, 이 중 73.3%인 72,302개가 상시 근로자 수 5인 미만인 사업장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5인 미만 사업장에 종사하는 노동자 역시 767만 명으로 10명 중 3명이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적용받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종사자 규모별 사업체수 및 종사자수(전국사업체조사, 2023년)
문제는, 이렇게 전국사업체조사 자료를 통해 사업장 규모로 차별받는, 나아가 근로기준법의 핵심조항조차 적용받지 못하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규모를 추정하더라도 현실과 괴리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전국사업체조사는 사업장 분리를 통한 5인 미만 사업장 위장을 밝혀낼 수 없다. 또한, 종사자 규모별로는 5명~99명에 들어가더라도 대부분이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근로계약을 체결한 종사자를 5명 미만으로 유지하는 ‘상시근로자 수 축소형’에 해당하는 경우 현실에서 근로기준법의 핵심조항을 적용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한 뒤, 조직형태별 사업체 수 통계를 본다면 증가한 사업체 수 98,681개 중 82.9%인 81,801개가 개인사업체라는 것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조직형태별 사업체수 및 종사자수(전국사업체조사, 2023년)
5인 미만 사업장은 모두 영세한가?
한편,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은 모든 사업장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을 원칙적으로 전면 적용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하였다(의안번호 2869, 2024. 8. 16. 발의). 해당 법안은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 본문 중 “5명 이상의 근로자를”을 “근로자를”로 바꿔 전면적용 원칙을 명시하되, 제2항의 “적용할”을 “적용하지 아니할”로 변경하여 시행령으로 일부 규정을 적용 제외할 수 있도록 하고, 제3항을 신설하여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규정을 마련하였다(시행령으로 적용 제외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은 다음 기회에 논하도록 한다).
여기서 던져야 할 질문은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주는 반드시 영세한가?’이다. 병의원, 스타트업, 쇼핑몰 등 수많은 반례가 떠오를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사업장 규모로만 지원 여부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매출이나 소득 등 지원 기준을 세분화하면 되지 않겠냐고 묻는다. 그러나 필자는 개인사업체 수가 81,801개 증가했지만, 개인사업체에 소속된 종사자 수는 고작 1,282명 증가한 것에 그친 이유에 주목하고 싶다. 즉, 사업장 분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매출이나 소득으로 지원 기준을 정한다면, 사업주는 사업장을 분리해서라도 지원 기준을 맞출 것이다.
5인 미만 사업장 위장이 횡행하는 이유
사업장을 분리하거나, 노동자를 사업소득자로 위장하는 방식을 통한 5인 미만 사업장 위장이 횡행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되고, 잘 걸리지 않으며, 가사 걸리더라도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사업주 입장에서는 현행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하면 범죄자가 되는 것도 피하면서 손쉽게 소득을 늘릴 수 있다. “상시 직원 5인 미만으로 만들어서 노동법 위반을 벗어납시다.” 소규모 모텔을 주 대상으로 하는 모 컨설팅 업체의 유인물 제목이다. 이 유인물의 ‘가상 임금 산출표’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운영할 때 1인당 최대 140만 원을 절감할 수 있다. 연락처까지 적힌 유인물을 배부할 수 있는 것은 전술한 위장 방식들과 달리 ‘간접고용’을 이용한 것이기 때문에 현행법상 ‘합법’ 컨설팅이기 때문이다.
간접고용을 통한 5인 미만 사업장 축소를 유도하는 모 컨설팅 전문 업체의 홍보 유인물
게다가 2019년에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 2021년 제정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법률, 2022년 제정된 공휴일 법까지 추가로 입법되는 법률들이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을 근거로 사업주의 부담을 우려해 5인 미만 사업장을 적용 범위에서 제외함으로써,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할 유인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현행 근로기준법은 사업장을 분리하거나 상시근로자 수를 축소하여 온전한 근로기준법 적용을 회피한 것에 대하여 별도의 처벌조항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업주는 위장행위가 적발되더라도 페널티가 크지 않으며, 이마저도 진정 당사자와 합의를 통해 행정종결로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처벌을 피해 간다.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는 이유이다.
상시근로자 수 축소를 유도하는 모 기업 및 병의원 전문 컨설팅 업체의 칼럼(2024.4.19.)
국가는 사업주에게 책임을 지워야지, 사업주의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된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를 대표적인 노동약자로 호명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노동약자지원법의 제정 필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약자보호법은 이미 존재하는 사업주의 책임을 지우고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정책들을 제공하면서 국가가 생색내는 법에 불과하다. 자신을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고용한 사업주는 당연히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결국 노동약자보호법은 노동법의 기본 원리조차 무시하는 법에 불과하다.
사업주‘에게’ 노동법적 책임을 지우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지, 사업주‘의’ 책임을 지워버리는 것이 국가의 책무가 될 수는 없다. 최소한의 기준을 설정한 근로기준법조차 적용하지 못하는 사업주가 적자를 감수하며 사업을 계속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을 포기하고 노동시장에 다시 유입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지 않을까? 근로기준법 적용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연착륙을 위해 일시적으로 비용을 지원하는 것까지는 부정하지 않겠지만, 이렇게 국가가 덮어놓고 지원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명백하게 반대한다.
지원과 적용 확대의 대항마는 실태 파악과 대안 제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의 말처럼 5인 이상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이 전면 적용된 것이 1989년이다. 반대로 말하면 5인 미만 사업장 차별의 역사가 벌써 30년을 훌쩍 넘긴 것이다. 노동법 적용 확대는 반가운 단어지만, 속도만큼 중요한 것은 ‘제대로’다. 시행령으로 적용을 배제할 수 있도록 만든다면 5인 미만 사업장 위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5인 미만 사업장 정부 지원의 근거가 근로기준법에 명시되면서 더욱 확대될지도 모른다.
‘이유 없는 호의 없다’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정부가 노동약자를 지원하고,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를 추진하는 것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은 정부가 짜놓은 프레임에 휘말리는 것에 불과하다. 근거를 바탕으로 이유를 제시하자. 우리는 어쩌면 차별폐지 투쟁의 새로운 국면을 마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투쟁 전술은 단순하다. 입법 과정에는 당사자의 목소리가 담겨야 한다. “저, 할 말 있습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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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성은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소속 공인노무사다. 노동자성 위장, 상시근로자 수 축소 등 근로기준법 적용을 회피하는 문제에 관심이 많다. '할말 잇 수다'를 기획해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며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