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과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
오는 5월 1일은 135주년 노동절이다. 노동절은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 따른 유급휴일이다. 그러나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절이 유급휴일인 것은 아니다.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노조법상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 무늬만 프리랜서 등 사업자로 오분류된 노동자, 이주노동자, 그리고 사회복무요원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노동’은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해 육체적 노력이나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이고, ‘근로’는 ‘부지런히 일함’이라는 뜻이다. 학술적으로 두 용어의 차이가 없다는 견해도 있지만, ‘노동’이라는 말을 지우고 ‘근로’라는 표현을 의도적으로 사용한 사회적·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차이가 있다.
즉,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근로자는 고용된 사람(employee)이고, 노동자는 일하는 사람(worker)으로, 근로자는 시키는 대로 일하는 사람이며 노동자는 주체성 있게 소통하며 동등한 입장에서 일하는 사람인 것이다.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는 그동안 대체복무로만 알려진 사회복무(social service)를 우리 사회에 필요한 노동을 하는 노동자로 인정받고자 활동해온 사회복무요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2025년 3월 3일 사회복무노조 설립신고 반려처분 취소소송 대법원 상고 인용 촉구 기자회견
이것은 왜 노동이 아니란 말인가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은 2022년 3월 7일에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했지만 고용노동부 의정부지청은 3월 11일에 노조설립신고 반려처분을 했다. 이어 제기한 노조설립신고 반려처분 취소소송을 2023년 10월 25일 의정부 지방법원은 기각하였고, 서울고등법원은 2024년 12월 19일에 항소를 기각하였다. 2025년 1월 6일에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하고, 지난 3월 3일에 대법원 상고 인용 촉구 기자회견을 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연달아 노동조합 설립신고가 반려되고, 항소가 기각된 이유는 사회복무요원의 복무는 병역의무의 일환으로 행해지는 것으로, '노동'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사유였다. 그러나 이러한 법원의 태도는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에 위배된다. 헌법 제33조는 모든 근로자가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하면서 다만 공무원에 대하여는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하여 노동3권을 가지며, 주요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단체행동권을 법률에 의하여 제한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또한, 병역의무로 행해지는 노동에 대해서 이미 군법무관·공보의에 대하여는 노동으로 인정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병역의무이행자와의 차별 문제도 있다. 마찬가지로 사회복무요원도 국가의 필요에 의해 우리 사회에 필요한 노동을 제공하는 것임에도 말이다.
2023. 4. 30. ‘제1회 사회복무요원 노동자의 날’ 기자회견 사진
사회복무요원의 열악한 복무환경
사회복무노조는 사회복무요원의 복무환경을 파악하기 위해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직장갑질119와 함께 2023년 5월 1일부터 5월 28일까지 4주간 사회복무요원의 복무 중 괴롭힘 경험과 복무환경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였다.
실태조사 결과는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했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겪고 있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5.1%가 ‘그렇다’고 응답했으며, 위 응답자 중 4명 중 3명(76.6%)가 사회복무로 인해 원활한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가장 높은 것은 절반 이상이 ‘복무로 인한 통원 치료의 어려움’(53.7%)이었으며, 그다음은 ‘낮은 급여로 인한 병원비 부담’(26.4%)이었다.
사회복무요원은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받는다. 2025년인 지금은 급여가 어느정도 올랐지만, 2023년 당시 사회복무요원의 급여는 60만 원(이등병 기준)이었다. 사회복무중 받는 급여로 생계유지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82.6%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하였다. 낮은 급여로 인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10명 중 6명(63.3%)이 생계유지가 어렵다고 응답했으며, 4명 중 3명(76.5%)이 생계 이외의 활동(여가활동·자기계발)이 어렵다고 응답하였다. 사회복무요원은 인간으로서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생계 이외의 활동도 제한받으며, 부족한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퇴근 후 주중, 주말 알바를 하기에 과로에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복무기관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주년, 그러나 해결되지 않는 문제
2023. 5. 31. ‘노동자도 군인도 아니라는’ 사회복무요원 350명 복무환경 실태조사 발표회
사회복무노조의 여러 활동으로 지난 2023년 10월 6일, 병역법에 ‘복무기관 내 괴롭힘 금지법’(일명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괴롭힘 금지법)이 제정되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사회복무요원 괴롭힘 금지법은 2024년 5월 1일 시행되어 이제 곧 시행 1주년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법이 제정되었음에도, 많은 사회복무요원들은 여전히 괴롭힘에 노출되고 있으며, 복무기관에 괴롭힘을 신고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있다.
‘복무기관 내 괴롭힘 금지법’의 한계를 짚어보는 것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첫째, 현행 법은 괴롭힘의 보호 범위가 좁다. 사회복지 분야에서 복무하는 사회복무요원들은 이용자 또는 민원인에 대한 폭언·폭행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회복무요원에게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되지 않아 민원 응대 근로자 보호조치가 적용되지 않고, 지금의 괴롭힘은 직원들에 대한 괴롭힘만 규율 대상으로 두고 있다. 이를 민원인·이용자에 대한 괴롭힘을 포함하여 ‘복무 중’ 괴롭힘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둘째, 괴롭힘 사실이 확인되었을 경우 적극적으로 복무기관 재지정이 가능하도록 병역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현행 병역법 제32조는 복무기관 재지정의 사유를 열거하고 있는데, 여기에 ‘복무기관 내 괴롭힘’이 확인된 경우를 명시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해석론으로 필요한 경우 복무기관 재지정을 허용하고 있다고 하지만, 열악한 사회복무요원의 지위를 고려할 때, 권리를 명시하는 것은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사회복무요원의 괴롭힘 신고를 복무기관이나 복무지도관이 담당하고 있는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 복무기관이나 복무지도관은 괴롭힘을 제대로 해결하기보다는 무마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 괴롭힘으로 신고했는데 정식 접수를 하지 않고 면담으로 해결한다는 제보가 노조로 들어오고 있다. 다가오는 1주년에는 괴롭힘 금지법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사회복무제도 자체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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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성은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소속 공인노무사다. 노동자성 위장, 상시근로자 수 축소 등 근로기준법 적용을 회피하는 문제에 관심이 많다. '할말 잇 수다'를 기획해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며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