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을 측정하는 잘못된 방법

출처: Roberta Sant'Anna, Unsplash+ 

여러 국제 기구들이 현재 "빈곤"을 측정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세계은행은 이 분야에 오랫동안 참여해왔지만이제는 UNDP와 옥스퍼드 빈곤 및 인간 개발 이니셔티브(Oxford Poverty and Human Development Initiative, OPHI)에서 내놓은 "다차원적 빈곤(Multidimensional Poverty)"이라는 새로운 척도가 등장했다그러나 이들 중 어느 것도 실제로 빈곤을 측정하지 않으며대개는 신자유주의 자본주의를 미화하는 데 그친다실제로 세계은행의 추정에 따르면, 1990년대 후반 세계 인구 중 "극빈층"(2011년 구매력 평가 환율 기준으로 1인당 하루 지출이 1.90달러 이하인 사람들)의 비율이 30% 이상에서 2022년에는 10% 미만으로 감소했다고 한다이는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하에서 "수백만 명이 빈곤에서 벗어났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자주 인용된다그러나 이 세계은행의 측정 방식이 개념적으로 잘못된 이유를 살펴보자.

세계은행의 측정에는 세 가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첫째한 사람의 자산 상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소득 상태만을 본다는 점이다둘째소득 대신 지출을 소득의 대리로 사용한다는 점이다셋째실제 지출을 측정할 때 사용되는 물가지수가 실제 생활비 상승을 크게 과소평가한다는 점이다따라서 이로 인해 산출된 수치는 매우 부정확하다각각의 문제를 살펴보자.

의미 있는 빈곤 측정은 소득과 같은 "흐름차원과 자산 소유와 같은 "저장차원을 모두 포함해야 한다두 가지 차원이 모두 중요하다예를 들어두 시점에서 사람들의 실질 소득이 동일하지만 나중 시점에 모든 자산을 잃었다면그들이 더 가난해졌다고 보지 않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그러나 세계은행의 측정 방식은 사람들의 자산 상태를 전혀 반영하지 않는데이는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하에서 개인들이 자산을 잃는 원시적 자본 축적 과정이 만연한 상황에서 특히 심각한 누락이다이러한 만연한 자산 박탈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백만 명이 빈곤에서 벗어났다"고 말하는 것은 극도의 아이러니다.

둘째실질 소득조차도 이 척도에서는 다루지 않는다대부분의 국가특히 인도와 같은 국가에서는 소득 데이터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게다가 "소득"이라는 개념 자체가 복잡하다따라서 지출즉 더 쉽게 데이터로 확보할 수 있고 개념적으로도 더 단순한 지표를 소득의 대리로 사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것이 사람들의 순 자산 상태를 무시하는 것을 더욱 용납할 수 없게 만든다사람들의 소득이 감소하더라도그들은 자산을 소모하거나 빚을 지면서 이전 수준의 지출을 유지할 수 있다이를 근거로 그들이 더 가난해지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터무니없다실제로 소득 측면에서도자산 측면에서도 그들은 명백히 더 가난해졌지만지출을 기준으로 한 측정은 그들이 이전과 동일한 수준에 있다고 나타낼 것이다.

셋째인도와 같은 국가에서는 주기적으로 실시되는 신중한 표본 조사를 통해 가계의 금전적 지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실질 지출을 측정하는 방식은 여전히 부정확하다이는 명목 지출을 실질 지출로 환산하기 위해 사용하는 물가지수가 실제 생활비 상승을 과소평가하기 때문이다물가지수는 기준연도에 소비된 여러 품목의 개별 가격 변동을 가중 평균한 값으로 산출된다그러나 기준연도 이후 소비 품목 구성에서 중요한 변화가 발생하는데이러한 변화는 반영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신자유주의 체제에서는 교육과 의료와 같은 공공기관이 제공하던 서비스가 민영화되어 사람들의 서비스 비용이 크게 증가하는 현상이 흔하다하지만 이는 물가지수에 반영되지 않는다예를 들어기준연도에는 공공 병원에서 1,000루피였던 수술 비용이 지금은 2,000루피로 올랐다고 하자물가지수는 의료 비용이 두 배로 증가했다고 나타낼 것이다그러나 공공 병원에서 수행되는 수술 횟수가 그대로이거나 감소해사람들이 이제는 같은 수술을 민간 병원에서 10,000루피를 내고 받아야 하는 상황은 물가지수에 반영되지 않는다결국 실제 생활비는 물가지수가 나타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증가한 것이다따라서 공식 물가지수로 명목 지출을 실질 지출로 환산하는 것은 사람들의 생활 수준 개선을 과장하며빈곤을 심각하게 과소평가하게 만든다.

생활비 상승으로 인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지면 사람들은 최소한 두 가지 방식으로 대응한다첫째자산을 소모하거나 빚을 지고둘째소비 구성에서 필수적인 항목을 다른 덜 중요한 항목보다 우선시하는 방식으로 조정한다의료비나 자녀 교육비가 증가하면서 인도에서는 이 두 가지 방식 모두가 나타났고특히 농촌 지역 가계의 순 자산 상태는 크게 악화되었으며가계의 영양 섭취를 줄이는 일이 발생했다이는 영양 섭취를 줄여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에서 비롯되었다.

2019년 인도 전역의 부채 및 투자 조사(All India Debt and Investment Survey, AIRDIS)에서 2013년 조사와 비교한 결과(모든 수치는 명목 수치가 아닌 도매물가지수로 조정한 실질 수치 기준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첫째농촌 가계 중 부채를 지고 있는 가구 비율이 11% 증가했다둘째부채가 있는 농촌 가구의 평균 부채액이 43% 증가했다셋째경작 가구의 평균 자산 가치는 두 기간 사이에 33% 감소했고비경작 가구는 1% 감소했다.

도시 지역의 상황도 대체로 유사하다자영업 가구의 평균 자산 가치는 29%, 기타 가구는 3% 감소했다부채를 지고 있는 가구의 비율은 거의 변화가 없었지만부채를 지고 있는 가구의 평균 부채액은 24% 증가했다대다수 인도 가계의 순 자산 상태가 크게 악화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두 번째 방식의 조정도 진행 중이다. 1인당 하루 2,200칼로리를 섭취하지 못하는 농촌 인구의 비율은 1993-94년의 58%에서 2011-12년에는 68%로 증가했고도시 인구 중 2,100칼로리를 섭취하지 못하는 비율은 같은 기간 동안 57%에서 65%로 증가했다. 2017-18년의 국가 표본 조사(National Sample Survey) 결과는 모든 품목에서 실질 지출이 감소했음을 보여주었으며그 결과는 곧 NDA 정부에 의해 대중에게서 철회되었다철회되기 전의 자료를 바탕으로(영양 단위당 식품 비용이 변하지 않았다고 가정계산하면도시는 2011-12년과 거의 동일한 비율을 유지한 반면농촌 지역의 비율은 80%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 수치는 우타 파트나익Utsa Patnaik의 빈곤에 관한 향후 책에서 인용된 것이다.)

이러한 암울한 현실과는 대조적으로세계은행의 "극빈층척도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1인당 하루 지출이 1.90달러 이하(2011년 구매력 평가 환율 기준)인 사람을 정의하며인도에서는 2011-12년 12%였던 빈곤율이 2022-23년에는 2%에 불과하다고 한다참고로세계은행의 1.90달러라는 기준은 모든 지출을 충당하는 데 하루 약 53루피를 필요로 한다는 의미다세계은행의 기준은 가난한 여러 국가들이 빈곤선을 추정하는 데 사용하는 값(대개 은행의 지도 하에)이 평균으로 도출된 것이며독립적으로 계산된 별도의 척도가 아니다이 척도 역시 명목 지출을 실질 지출로 환산하기 위해 사용하는 물가지수가 생활비 상승을 과소평가하는 결함을 그대로 안고 있다세계은행은 사실상 여러 제3세계 정부가 빈곤을 줄이거나 없앴다는 선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셈이다.

따라서 "수백만 명이 빈곤에서 벗어났다"는 모든 이야기는 그저 잔인한 농담에 불과하다불행히도여러 나라가 유엔이 설정한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SDGs)를 달성하고 있다고 경쟁적으로 자랑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더 많이 듣게 될 가능성이 크다.

[출처] How Not to Measure Poverty | Peoples Democracy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프라바트 파트나익(Prabhat Patnaik)은 인도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이자 정치 평론가다. 1974년부터 2010년 은퇴할 때까지 뉴델리의 자와할랄네루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 연구 및 계획 센터에서 가르쳤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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