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정치적 단어의 필요성
7월 4일, 신자유주의 성향의 전쟁 지지 영국 보수당이 신자유주의 성향의 전쟁 지지 노동당에 패배한 것은 언론이 유럽 전역의 선거와 정치적 연대를 중도우파와 중도좌파 전통 정당이 민족주의 신파시스트의 도전을 받는 상황으로 설명할 때, 이 표현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유럽의 중도 정당들은 정치적 차이가 거의 없으며, 모두 재무장, 재정 긴축, 미국-NATO 정책 지지를 수반하는 탈산업화를 위해 사회 지출의 신자유주의적 삭감을 지지한다. ‘중도’라는 단어는 경제의 신자유주의 변화를 옹호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중도주의 정당들은 2022년 이후에도 친미적인 현상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즉, 미국 지도자들이 NATO와 미국의 딥 스테이트(America’s Deep State, 선출되지 않은 권력 집단들이 법적 절차나 선거에 의존하지 않고 국가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에 대응하는 유럽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를 통해 유럽 정치를 통제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수동성은 유럽의 경제를 인플레이션, 높은 대미 무역 의존도, 러시아와 중국에 대항한 미국의 무역 및 금융 제재로 인한 유럽 재정 적자 등 유럽 경제를 전쟁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상황으로 인해 유럽의 무역과 투자가 유라시아에서 미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의 유권자들은 이 맹목적인 골목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 최근 현존하는 모든 중도 정당이 패배했고, 패배한 지도자들은 모두 비슷하게 친미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쳤다. 스티브 킨(Steve Keen,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해 유명한 호주 출신 경제학자)은 중도주의 정치 게임에 "집권당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치지만, 다음 선거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치는 라이벌에게 패배하고, 그 라이벌 역시 집권하면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친다. 그러면 그 정당은 패배하고 악순환이 반복된다.“라고 했다. 올해 11월 미국 선거와 마찬가지로 유럽의 선거는 대부분 현 정권에 투표로 항의하는 것이며, 유권자들은 현 상황을 타파하겠다고 약속하는 포퓰리즘 민족주의 정당에 투표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 이는 영국의 브렉시트(Brexit) 투표에 대응하는 유럽 대륙의 투표이다.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 프랑스의 마린 르펜의 국민전선, 이탈리아의 조지아 멜로니의 오성운동은 나토와 EU 집행위원회에 반대하고 민족주의를 지지한다. 특히 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로부터의 유럽 고립에 반대하며, 이로 인해 경제가 악화되고 있다. 이러한 입장이 바로 유권자들이 이들을 지지하는 이유이다. 우리는 현상 유지에 대한 대중의 거부를 목격하고 있다. 영국에서 언론이 토리당과 노동당을 중도주의자로, 나이절 패라지(Nigel Farage)를 극우 포퓰리스트로 묘사하는 것처럼, 중도 정당들은 모든 민족주의 야당을 신파시스트라고 부른다.
출처 : Unsplash, Lukas S
정치적 좌파의 전통적인 의미에서 '좌파' 정당은 없다
이전의 좌파 정당들은 중도파에 합류하여 친미 신자유주의자가 되었다. 동독의 사라 바겐크네히트(Sara Wagenknecht)의 정당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민족주의 정당에 대응하는 구좌파 정당은 존재하지 않는다. 1950년대 같은 '좌파'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날의 사회민주당과 노동당은 사회주의나 친노동 정책 대신 긴축 정책을 지지한다. 영국 노동당과 독일 사회민주당은 더 이상 전쟁에 반대하지 않고, 러시아와 팔레스타인과의 전쟁을 지지한다. 이들은 신자유주의 대처식/블레어식 레이거노믹스와 러시아 및 중국과의 경제 단절을 신념으로 가지고 있다.
한 세기 전 좌파였던 사회민주당들이 이제는 긴축과 사회 지출 삭감을 강요하고 있다. 유로존의 국가 예산 적자를 3%로 제한하는 규칙은 실제로는 경제 성장률이 감소하는 가운데 주로 미국 무기를 사기 위해 GDP의 2% 또는 3%를 군사비로 지출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유로존 국가들의 환율 하락을 초래한다. 이것은 보수적이거나 중도적인 정책이 아니다. 이는 정부 지출과 오래전 좌파 정당들이 지지했던 노동을 억압하는 강경 우파의 긴축 정책이다. 중도주의가 안정을 의미하고 현상 유지를 의미한다는 생각은 모순적이다. 오늘날의 정치 상황은 임금과 생활 수준을 압박하고 경제를 양극화시키고 있다. 나토가 공격적인 반러시아 및 반중 동맹으로 변하면서 국가 예산은 적자가 되고 사회복지 프로그램은 더욱 삭감되고 있다.
극단주의 우파 정당은 이제 포퓰리즘 전쟁 반대 정당이다. '극우'는 전쟁을 반대하고 국내 노동자와 농민의 경제적 여건을 개선하는 등 과거에는 '좌파'로 불리던 정책을 지지하지만, 이민자들에 대한 정책은 지지하지 않는다(적어도 선거용 수사에서는). 그리고 기존 좌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우파의 주요 지지층은 젊은 유권자들이다. 결국, 이들은 유럽 전역에서 실질 임금 하락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젊은이들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민간 부문의 주택 부채, 신용카드 부채, 특히 학자금 부채가 훨씬 적었던 1950년대의 부모님(또는 조부모님)과는 달리 더 이상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1950년대에는 누구나 임금 소득의 25%만 부담하고 30년 후에 상각되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집을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가정, 기업, 정부는 현상 유지를 위해 더 많은 돈을 빌려야 한다.
우파와 좌파의 오래된 구분은 무의미해졌다. 최근 '극우'로 묘사되는 정당의 부상은 러시아에 대항해 미국/나토의 우크라이나 지원, 특히 이러한 지원이 유럽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대중의 광범위한 반대를 반영한다. 전통적으로 반전 정책은 좌파가 주도해 왔지만, 유럽의 '중도 좌파' 정당들은 미국의 전쟁 찬성 '지도부'를 뒤에서(그리고 종종 물밑에서) 따르고 있다. 이는 국제주의적 입장으로 제시되지만 미국 중심적이다. 유럽 국가들은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세계의 단독 지배를 유지하려는 시도에 따라, 나토는 방어적 동맹에서 공격적 동맹으로 변모했고 유럽은 급진적으로 변화했다. 유럽은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제재에 동참하고, 자국의 무기고를 비워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면서 러시아 경제를 압박하려 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러시아는 오히려 강해졌다. 제재는 러시아의 농업과 산업을 보호하고 수입을 대체하는 투자로 이어졌다. 오히려 이 제재는 유럽, 특히 독일에 큰 타격을 주었다.
오늘날 서구식 국제주의의 세계적 실패
브릭스(BRICS)+ 국가들은 서구 국민들과 같은 정치적 요구를 표출하며 현상 유지를 벗어나고자 한다. 러시아, 중국 등 주요 BRICS 국가들은 미국/나토와 IMF 외교의 결과로 서구, 글로벌 사우스, 유라시아에 퍼진 부채로 인한 경제 양극화를 되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주의는 평화로운 세상을 약속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은 민족주의적 경쟁이 원인이었다. 그러나 냉전이 끝나면서 국제주의는 국가 간 경쟁을 멈추게 하지 못했다. 대신 서방에서는 미국이 유럽과 다른 동맹국들을 러시아와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점점 더 고립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외교관들은 국제법을 무시하고 동맹국들에게 미국의 냉전 리더십을 따르라고 요구했다. 이를 통해 미국은 자신들의 이익을 반영하기 위해 규칙을 설정하고 변경하면서 이를 국제 '규칙 기반 질서'라고 포장했다.
이것은 평화로운 국제주의가 아니다. 세계를 단독 지배하려는 미국의 군사 동맹이 러시아와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해 군사적 침략과 경제 제재로 이어졌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유럽과 다른 동맹국들을 러시아 및 중국과의 무역 및 투자에서 고립시켜 이들 동맹국이 미국에 더욱 의존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출처 : Unsplash, Mika Baumeister
1950년대 미국의 지도력 아래 평화롭고 번영하는 국제 질서로 보였던 서유럽의 질서는 점점 더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미국의 질서로 바뀌면서 유럽을 빈곤하게 만들었다. 도널드 트럼프는 러시아와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에 대해서도 보호주의 관세 정책을 지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나토에 대한 자금 지원을 철회하고, 잘 작동하지도 않는 미국 무기를 구입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고갈된 무기를 복구하는데 썼던 비용을 유럽 회원국이 의무적으로 부담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유럽은 스스로 고립될 수밖에 없다. 중도가 아닌 정당이 개입하여 이러한 추세를 되돌리지 않으면 유럽 경제(그리고 미국 경제)는 오늘날의 국내외 경제 및 군사 양극화에 휩쓸리게 될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중도 정당들이 지향하는 현상 유지는 근본적으로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러시아를 해체하고 중국도 똑같이 하려는 미국을 지지하는 것은 러시아를 적으로 간주하려는 미국 네오콘의 계획에 동참하는 것이다. 즉, 독일과 다른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 중국 및 기타 미국이 라이벌(적국)로 지정한 국가들과의 경제적 연계를 끊어 독일과 다른 유럽 국가들을 빈곤하게 만드는 무역 및 투자 제재를 부과한다는 의미다.
2022년 이후 유럽은 미국의 지지로 러시아와 전쟁을 벌였고, 지금은 중국과도 갈등 중이다. 이로 인해 유럽의 번영을 지탱하던 관계가 끝났다. 유럽 산업의 중심이었던 독일과 유로화 지원도 중단되었다. 이것이 정말 '중도'일까? 좌파 정책일까, 아니면 우파 정책일까? 어떻게 부르든, 이 급진적인 글로벌 분열은 독일을 러시아와의 무역 및 투자에서 고립시켜 탈산업화를 초래했다.
유럽은 중국과의 무역을 중단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그 결과, 유럽의 대중국 무역 적자와 결제 적자가 확대되고 있다. 유럽은 동양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물품을 구매하던 상황에서 벗어나 이제는 미국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유로화의 지위는 약해지고 있다. 또한 러시아 외환보유고를 유럽이 점령하면서 다른 국가와 외국인 투자자들이 유로화와 파운드화를 처분해 통화가 더욱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유럽인들의 생활비와 사업 비용 상승시킨다. 유럽이 미국 정책의 위성으로 전락하고, BRICS 경제에 대한 적대감으로 인해 중도 정당들은 안정을 가져오지 못하고 경제 위축을 초래하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유럽과의 관계 단절이 향후 30년 정도는 돌이킬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럽인 한 세대 전체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유라시아 경제로부터 고립된 채로 남게 될까? 미국의 단독 지배 세계 질서가 전 세계적으로 분열되면서 반유로 정당들은 급진적 극단주의자가 아니라 유럽의 잃어버린 번영과 외교적 자립을 회복하려는 우익 반이민주의자로 자신을 드러낸다. 이제 친미 정당에 대한 유일한 대안이 되었으며, 더 이상 진정한 좌파는 존재하지 않는다.
[출처] The Need for a New Political Vocabulary
[번역] 이꽃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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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허드슨(Michael Hudson)은 월스트리트 금융 분석가, 캔자스시티 미주리대학교 경제학 석좌 연구 교수, 장기경제동향연구소(ISLET) 대표다. 주요 저서로 <미국 제국의 경제 전략>, <그리고 그들의 빚을 용서하라>, <호스트 죽이기>, <버블과 그 이후> 등이 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