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을 둘러싼 전쟁, ‘결정적 한판’인가 미국식 허무주의 순간인가

트럼프 행정부혹은 그 일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상대로 사실상의 전쟁을 선포했다형사 수사 위협에 대응해 일요일(11)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발표한 성명은 주목할 만하다.

핵심이 되는 대목은 다음과 같다.

이번의 새로운 위협은 지난해 6월 나의 증언이나 연방준비제도 건물 개보수와는 관련이 없다이는 의회의 감독 권한에 관한 문제도 아니다연준은 증언과 각종 공개 자료를 통해 해당 개보수 사업에 대해 의회에 충분히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이런 것들은 모두 구실일 뿐이다형사 기소 위협의 진짜 이유는 연방준비제도가 대통령의 선호가 아니라공공의 이익에 가장 부합한다고 판단한 기준에 따라 금리를 결정했기 때문이다문제의 핵심은 연준이 앞으로도 증거와 경제 여건에 근거해 금리를 결정할 수 있느냐아니면 통화정책이 정치적 압력이나 협박에 의해 좌우되느냐에 있다.”

블룸버그의 캐머런 크라이스는 이렇게 논평했다. “파월은 재임 기간 내내 정치적 사안과 압력에 대해 언급을 거부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해 왔다하지만 법무부의 소환장은 결국 인내의 한계를 넘는 계기가 되었고연준 의장은 마침내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말하지 않던 핵심을 공개적으로 말해버렸다.”

이것이 과연 결정적 한판(The Big One)’일까오랫동안 예언되어 온세계 채권시장의 무게가 트럼프 2.0의 급진적 마가(MAGA) 실험 위로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는 대지진일까.

놀랍지 않게도최근 온라인에서는 화폐 가치 절하에 대한 이야기가 급증하고 있다.

바차트(Barchart) @Barchart 지난 분기달러 가치 절하에 대한 구글 검색이 역사상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서사를 찾아서(Search for the Narrative) 지난 한 달 동안 가치 절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미국에서의 가치 절하’ 구글 검색 추이>

수혜를 입는 것은 비트코인이 아니라 금과 은이다은과 금은 계속 상승하고 있는 반면비트코인은 여전히 고점 대비 20퍼센트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연준이 법무부 소환장을 받은 뒤 금과 은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리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이야말로 신자유주의 위기의 가장 위험한 단층선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작년에 나는 이 문제와 관련해 도미니크 A. 로이스더(Dominik A. Leusder)가 <자코뱅>(Jacobin)에 기고한 글을 흥미롭게 읽었다그는 비유를 바꿔가며 파월을 토머스 베켓(Thomas à Becket)에 빗댔다.

베켓은 처음에는 국왕의 대법관즉 왕의 오른팔로 봉사했는데이는 오스만 제국의 재상이나 메로빙거 왕조의 궁내 대신에 해당하는 자리였고선출된 정부와 중앙은행 사이의 이상적인 관계에 비견할 수 있는 위치였다교회의 반발에 점점 지치고 재정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헨리 2세는 자신의 친구 베켓을 캔터베리 대주교로 임명했다그러나 새롭고 강력한 지위에 오른 베켓은궁정 안의 다른 강력한 봉건 영주들에 맞서기 위해 국왕의 협력이 필요했음에도 이를 얻지 못했고그 결과 대주교로서의 책무는 국왕의 이해관계와 정면으로 충돌하게 되었다결국 1170그는 자신의 대성당 바닥에서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성직 권력과 세속 권력의 투쟁에서언제나 승리한 쪽은 세속 권력이었다물론 시장 참여자로서라면 연준을 거슬러 베팅하지 말라는 말이 사실이기는 하다그러나 연준이 행정부와 정면으로 맞설 때에는국가를 거슬러 베팅하지 말라는 말이 더 정확하다.

재정 측면에서 이 문제를 분석한 글 가운데서는루크 그로먼(Luke Gromen)의 이 트윗이 특히 설득력 있게 느껴졌다.

루크 그로먼(Luke Gromen)
미국의 부채/GDP 비율이 120%를 넘고실제 이자 지출이 세입의 100%를 초과하는 상황에서, ‘연준이 독립적으로 금리를 결정한다는 것은 사실상 연준이 미국의 국내 경제 정책과 대외 정책을 좌우한다는 뜻이다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면 이자 지출이 급증하고그 결과 사회보장 지출국방비해외 원조가 밀려난다.”
월터 블룸버그(Walter Bloomberg)
파월이 사안의 핵심은 연준이 독립적으로 금리를 결정할 수 있는지 여부다.”

이자 부담이 비교적 완만할 때 연방준비제도의 독립성을 이야기하는 것과이자 부담이 재정 균형을 크게 좌우하기 시작할 때 그 독립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후자의 경우에는 상황이 필연적으로 훨씬 까다로워진다. ‘독립적인’ 연준의 금리 인상 결정이 국가 예산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이 지점에서 통화정책은 사실상 재정정책이 되고중앙은행의 독립성은 또 다른 방향에서 압박을 받게 된다이는 우리를 제2차 세계대전 전후전쟁 기간과 그 직후에 벌어졌던 미국 재무부와 연준 사이의 긴장된 관계즉 194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만든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와 관련해 늘 존재하는 위험은그들이 풀어놓은 정치적 급진성의 힘과 폭력성을 과소평가하는 데 있다이 사안은 과연 정치경제의 문제이기나 한 것일까아니면 이것은 문화 전쟁그리고 자유주의적 딥 스테이트를 겨냥한 정치적 캠페인의 문제일까.

이 대목에서 나는 <프로퍼블리카>(ProPublica)에 실린 앤디 크롤(Andy Kroll)의 러셀 보우트(Russell Vought)에 관한 인상적인 글을 떠올리게 되었다보우트는 행정부 내에서 파월의 가장 집요한 적 가운데 한 사람으로 여겨진다.

보우트는 현 상태에 대한 공공연한 반대자다. ‘기독교 민족주의자라는 딱지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몇 안 되는 저명한 보수 인사 가운데 한 명인 그는한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표현은 너무나 정확해서 회피할 수 없다나는 기독교인이고나는 민족주의자다우리는 기독교 국가가 되도록 예정되어 있었다.” 그에 따르면 미국 민주주의는 법관들이 입법권을 사법부에서 행사하는 탈선한 판사들미국인을 분열시키고 정치적 반대자를 침묵시키기 위한 워크(woke)’ 정책을 밀어붙이는 영구적 관료 계급에 의해 장악되었다그는 2024년 자신이 설립한 비영리 싱크탱크 미국 갱신 센터(Center for Renewing America)’가 주최한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의 냉혹한 현실은 우리가 완전한 마르크스주의적 국가 장악의 말기에 와 있다는 것이다우리의 적들은 이미 정부 기구라는 무기를 손에 쥐고 있으며그것을 우리에게 겨누고 있다.” 보우트에 따르면이 시대의 핵심 투쟁은 민주당과 공화당을 모두 포함하는 포스트 헌정 질서를 수호하는 세력즉 그가 카르텔’ 혹은 체제라고 부르는 집단과딥 스테이트를 파괴하고 권력을 대통령궁극적으로는 국민에게 되돌리려는 급진적 헌법주의자들’ 사이의 대결이다그는 자신을 후자의 일원으로 규정하며이 진영에는 스티브 배넌이나 트럼프의 대규모 추방 정책을 설계한 스티븐 밀러 같은 우익 인사들도 포함된다고 본다그는 2023년 비공개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관료들이 트라우마를 입기를 원한다아침에 눈을 떴을 때 출근하고 싶지 않게 만들고 싶다그들이 점점 악당으로 인식되도록 말이다.” 보우트가 보기에 궁극의 급진적 헌법주의자는 도널드 트럼프다네 건의 기소를 겪은 뒤 복귀한 트럼프는 딥 스테이트를 무너뜨리기 위해 역사상 유례없는 역할을 수행할 인물이라는 것이다그는 2024년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라는 인물은 자신의 이해관계가 국가의 이해관계와 완벽하게 일치하는이 역할을 수행하기에 독보적인 위치에 서 있다그가 겪은 일을 보라그들이 국가에 무엇을 하려 하는지도 보라이것은 신의 선물일 뿐이다.” 배넌 역시 2023년 비공개 회의에서 보우트와 함께 무대에 앉아 이렇게 말했다트럼프는 매우 불완전한 도구일 수 있다그러나 그는 주님의 도구다.”

블룸버그의 보도를 보면지난 금요일 방아쇠를 당긴 인물들에는 연방주택금융청(FHFA)의 빌 풀트 같은 트럼프 측근들이나 법무부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파월에 대한 수사를 승인한 워싱턴 DC 연방검사 지나인 피로그리고 납세자 자금 남용 가능성을 조사하라고 미 전역의 연방검사실에 지시한 팸 본디 법무장관도 그 맥락에 있다.

이렇게 보면이 사태의 밑바닥에 흐르는 실마리는 정치경제의 깊은 논점보다는트럼프 주변 인물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권위주의적이고 위협적인 성향그리고 어떤 형태의 저항이든 제거하려는 욕망일 가능성이 크다이 순간을 볼커나 2008년 금융위기 같은 서사로 이해하기보다는이민세관단속국(ICE)의 폭력적 행태를 담은 끝없는 영상들국토안보부에서 쏟아지는 파시즘적 트윗들과 나란히 놓고 보는 편이 더 적절하다.

매슈 이글리시아스(Matthew Yglesias)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은 나쁜 일이다하지만 실제로 훨씬 더 우려스러운 점은대통령의 적들을 겨냥해 구실을 붙인 형사 기소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관행이 이미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디제이(DJ, @DjsokeSpeaking) 정말 믿기 어려운 점은그들이 수사를 그럴듯하게 보이도록 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연준 건물 리노베이션을 이유로 파월을 겨냥하는 것은 법무부가 세금 낭비 남용을 수사하겠다는 성명을 내는 꼴이다그런데 연방준비제도는 세금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법무부 대변인 발언, “법무부는 개별 사건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법무장관은 모든 연방 검사들에게 세금 남용 여부를 우선적으로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연방준비제도는 세금으로 운영되지 않는다대신 수표 처리 같은 서비스 수수료은행 대출 이자그리고 미 국채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재원을 충당한다.
스칸다 아마르나트(Skanda Amarnath) 덧붙이자면연준 독립성에 대한 구체적인 규범과 우려를 떠나서도정치적 동기와 법무부의 기소 권한 남용은 중대한 문제다아니적어도 그렇게 여겨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단지 정치경제의 핵심 제도로서 연방준비제도를 둘러싼 하나의 특정한 권력 투쟁이 아니라미국의 헌정 질서가 전제로 해왔던 엘리트 내부의 합의와법치에 대한 통상적인 이해 자체가 광범위하게 붕괴되고 있다는 사실이다즉 문제는 연준 하나에 국한되지 않고헌법적 합의라는 틀이 더 이상 엘리트들 사이에서도 공유되지 않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데 있다. MAGA 진영의 열성 지지자들이 확실히 알고 있는 한 가지는연준이 무당파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일정한 권위를 지닐지 모르지만자기들 지지층 안에서는 전혀 존중받지 못한다는 점이다강경한 MAGA 지지자들은 오래전부터 연준을 트럼프와 그가 대표하는 모든 것에 적대적인기성 자유주의 체제의 또 하나의 요새로 확신해 왔다.

<정당 성향별 미국 정치 지도자 직무 수행 지지율> (이미지에서 붉은 선으로 강조된 부분은 트럼프와 파월의 지지율 대비를 가리킴)

그리고 지금까지 정말 눈을 뜨게 만드는 점은워싱턴에서 연준을 둘러싼 전쟁이 터져 나왔음에도 뉴욕에서는 미 국채 시장이 거의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금과 은 같은 귀금속에 베팅해 온 이른바 화폐 가치 훼손 트레이더들은 자신들의 기존 믿음이 확인되고 있다고 느낄지 모른다그러나 국채와 법정화폐의 세계를 실제로 움직이는 진짜 거대 자본은이 사태에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 듯하다.

적어도 월요일(12이른 아침이 글을 쓰는 시점까지는 공황의 조짐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조 와이젠털(Joe Weisenthal) 리트윗
다리오 퍼킨스(Dario Perkins) 업계 누구도 인플레이션 둔화와 금리 인하라는 흐름 너머를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인사 문제가 무엇이든 간에 말이다노동시장이 다시 강해지거나 인플레이션이 반등하면그때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된다그리고 그때가 되면 이런 문제들이 실제로 중요해지기 시작한다.”
조 와이젠털(@TheStalwart) “5·5년 선도 인플레이션 기대(5y5y forward breakevens)는 이른바 연준 독립성 상실’ 이야기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아래 그래프는 5·5년 선도 손익분기 인플레이션율 추이를 보여주는 차트다)

다리오 퍼킨스는늘 그렇듯이번에도 옳다국채 시장이 연준을 진지하게 걱정하기 시작하는 순간은거친 거시경제적 선택을 해야 할 때다지금은 아직 그런 국면이 아니다트럼프 행정부가 더 많은 금리 인하를 원하고는 있지만연준은 그렇다고 매파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트럼프식 시각에서 보더라도 마찬가지다파월은 대통령에게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기보다는 시간을 끌고 있는 쪽에 가깝다충돌이 진짜로 날카로워지는 순간은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할 때일 것이다그 경우 연준은 금리를 올려야 할 의무를 느끼게 되고그때야말로 판을 완전히 뒤흔들며 트럼프의 분노를 촉발할 것이다적어도 월요일 오전 7시 30분 현재의 상황을 기준으로 보면이는 찻잔 속의 태풍이다아니오히려 시장이 진지하게 걱정할 사안이라기보다는, ICE를 둘러싼 이야기들과 같은 성격의 사건에 가깝다.

그러나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즉 시장이 오로지 거시경제의 기술적 요소만을 신경 쓰고연준 의장을 법적으로 압박하려는 노골적인 시도를 무시한다면이는 미국 엘리트 내부에서 정치적 응집력이 얼마나 무너졌는지를 더욱 분명히 보여준다제도는 중요하지 않다중요한 것은 오직 자금과 권력의 흐름뿐이다정치경제의 관점에서 보자면이는 순수한 허무주의의 순간이다.

이 사안은 아직 전개 중이다시장이 깨어날 가능성도 있다의회 내 보다 주류적인 공화당 인사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지켜볼 만하다지금까지 가장 크고 의미 있는 반발은 공화당 기성 정치권 인사들로부터 나왔다.

상원 은행위원회의 핵심 공화당 의원이자 재선에 출마하지 않는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트럼프가 지명하는 모든 연준 인사에 반대하겠다고 밝혔다그는 성명에서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조언자들이 연준의 독립성을 끝내려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지에 대해 조금이라도 남아 있던 의심이 있다면이제는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그는 또 이제 문제의 핵심은 연준이 아니라 법무부의 독립성과 신뢰성이라고 덧붙였다사법위원회에도 속해 있는 그는 이 법적 사안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다가오는 연준 의장 공백을 포함해 그 어떤 연준 지명자에 대해서도 인준에 반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틸리스가 재선에 출마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출처Chartbook 425: War over the Fed? Is this "The Big One" or will it be another moment of American nihilism?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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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준비제도 제롬파월 트럼프 형사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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