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짜기 비탈밭 뽑히지 못한 배추가 /겉껍질부터 허옇게 얼어가고 있다
밤기차 타고 /어디론가 떠나는 날
바람아 /골목길 돌아 나와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으나 아직 답은 보이지 않는다. 코끝 시리고 손발 오그라드는 시베리아 벌판의 차가운 겨울바람 앞에 가녀린 촛불은 자기 몸 태워 자기 몸 데우기도 버겁다.
날이 추워졌다 전에도 11월 중순이면 이랬나 싶다
문화제 제목도 “우리의 목소리로 세상을 노래한다”다. 무대를 대신한 차량에 붙은 현수막엔 “모두에게 봄이 왔으나 비정규직-투쟁사업장에는 아직 겨울인 시점. 종로에서”라고 적혀 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문득 왜 매일같이 오는 일출의 모습을 분별할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매일같이 해는 떠오른다. 그 모습이 그대로 보이기도 하고 구름이나 다른 것에 가려져있을 뿐이다. 사실 처음 천왕봉에서 역시 눈앞에서 구름이 만들어졌다가 사라지는 진기한 체험을 대신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왜 굳이 남들처럼 구름 없는 일출만을 바라는 것일까? 이런 생각들로 날을 지새우다가 내린 결론은 천왕봉 일출의 장관을 보려는 간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새해 소망처럼 얼마나 지켜질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해가 따사롭다고 느끼거나 먼 산의 푸른빛이 반짝거리면 간절하게 받아들인 이 시간들을 소중하게 사용해서 꼭 보탬이 되리라고 다시 한 번 다짐할 지도 모른다. 그렇게 조금 더 성장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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