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아

골목길 돌아 나와

우수수 남은 플라타너스 마른잎 흔들며

눈발을 흩날리게 하는

겨울바람아

나를 용서해라

떼는 발걸음마다 위선

나가는 길마다 오류

언제 한 번 누구를 편안하게 했던가?

바람아

네 앞에서 흔들리는 거야 어쩔 수 없지

그렇게 흔들리며 떨고 섰는 게

솔직한 내 모습인데

거기서 비틀거리며 쓰러지거나

비굴한 등보이지 않으면 되는 건데

그래서 갈지자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면 되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앞뒤옆옆 눈치나 보고

잔대가리 굴리며 주판알이나 튕기는

내 모습이 너무 싫구나

바람아

겨울을 몰고 오는 거센 바람아

눈보라 회초리로 나를 쳐라

사정없이 휘갈겨라

아직도 나에게 남은 눈물이 있는지

자신을 덥힐

뜨거운 불씨 하나 있는지

나를 시험하라

* ‘몸세탁’이란 말도 있는가? ‘돈세탁’란 말과 4촌쯤 되는 것 같아 느낌이 별로다. 그러나 몸의 겉만 씻는 ‘목욕’과는 다른 뭔가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선조들은 ‘풍욕’이라는 걸 했다는데… 발가벗고 겨울바람 앞에라도 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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