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노숙인을 게으르다 말하는가
꼬지도 노동이다 정확히 새벽 5시 10분에 회현역에 도착했다. 무언가 활동을 하기엔 낯선 시각, 낯선 공간에, 나에게는 매우 낯선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그다지 넓지 않은 공간에 10여 명의 노숙인이 박스를 깔고 저마다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중간중간 보이는 샛노란색은 노숙 체험에 나선 빈활대 사람들이었다. 내가 속한 빈활대의 꼬지 체험팀을 책임질 김종언 씨는 벌써 일어나 “일찍 나왔네요”라며 나를 맞이했다. 노숙 생활을 하다가 지금은 일용직 노동을 하며 쪽방에 거주한다는 그는, 여름빈활을 위해 특별히 오늘 하루 꼬지를 나가기로 한 것이다. 3, 4분쯤 지났을까. 사람들이 하나 둘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이부자리 대용으로 쓰는 박스를 정리하고 빨랫줄도 걷고 주변을 정리하고 있으니, 청소용역 아주머니도 출근하고, 공익근무요원도 출근했다. 5시 20분. 셔터가 열림과 동시에 대부분의 노숙인들이 지하철 역 안으로 우르르 몰려간다. 짐을 사물함에 차곡차곡 넣고,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매표소에서 표를 구해 가지고는 다들 어디론가 떠날 채비에 바빴다. 이 날 첫 목적지는 사당동 남성교회. 6시 반쯤 급식이 이루어지는 교회 식당 안으로 들어갔는데, 이미 50여 명에 이르는 노숙인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