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관측 이래 최악이었다던 가뭄이 지나고 마침내 장마가 시작됐다. 쩍쩍 갈라졌던 논밭엔 다시 물기가 스며들었고 농사꾼들의 마음도 한시름 가벼워졌지만 이 비를 마냥 반가워 할 수만은 없는 이들도 있다. 길바닥에 천막을 치고 살아가야 하는 농성장의 투쟁하는 노동자들이다.
밤에는 정겹게 느껴지는 이 눈이 아침에는 춥고, 성가실지도 모른다. 어쩌면 날이 밝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많은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따듯한 위로를 나누고, 마음 설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첫눈이 왔으니까 말이다.
너는 무사하니? /묻기가 아프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다시 돌아온 인도 옆 재능교육 농성 터는 폐허가 돼 있었다. 재능 지부는 방송차량을 농성장 터에 세웠다. “오늘은 농성을 못하겠네요?” “오늘은 일단 여기에 방송차를 세워놓고 농성을 유지한 다음 내일 다시 농성장을 세울 겁니다” 벌써 몇 사람은 농성장의 잔해를 정리하고 있었다.
단협파기와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해오던 학습지 산업 노조 재능교육 지부 천막농성장이 4일 저녁 종로구청에 의해 모두 박살났다.
16일 오후 1시30분경 동구청 직원들이 몰려와 미포조선 앞 노숙농성장을 철거했다.
밤새 송전탑이 울어대고 한강 칼바람이 점퍼 속으로 헤집고 들어와 단식으로 고된 몸을 아프게 하는데도, 늦가을 잠시 나왔다 사라지는 야박한 햇살의 온기가 고맙다고 말하는 이들. 벅찰 만큼 오늘 하루가, 매 시간이 투쟁인 이들이 오히려 농성장을 찾는 이들에게 더 열심히 싸우겠다고 말한다.
박정화 조합원의 발언을 들으며 나는 그 옛날 훈련병 시절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겉으로 보여지는 아름답고 좋은 모습이 공포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
김소연 기륭전자 분회장은 실신해 후송돼 병원에 입원해야만 했다. 윤종희 조합원은 “112에 신고해 경찰들이 왔지만, 바로 옆에서 김소연 분회장이 용역에 의해 팔이 꺾여있는데도 형사들은 조합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면 연행한다’고 말했다”
강남 성모병원 천막 농성장에 이르니 밤 아홉 시 반이 다 되어 있었다. 이제는 낯이 익은 조합원들이 천막 앞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그 주변에는 이 싸움에 힘을 보태러 찾아와 준 사람들이 서서 혹은 앉아서 무어라 대화를 하고 있었다. 어느덧 천막 농성 8일째였다.
참세상은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이메일을 통해 받고 있습니다.
독자제보 E-Mailnewscham@gmail.com
이메일
비밀번호
이메일로 회원가입비밀번호 찾기
가입하면 기사에 댓글을 쓸 수 있습니다. 입력한 이메일로 인증 메일을 보내 드립니다.
닉네임 (댓글에 표시됩니다)
비밀번호 (8자 이상)
웹사이트
이미 가입했다면 로그인
가입한 이메일을 입력하면 비밀번호 재설정 메일을 보내 드립니다.
로그인으로 돌아가기
새 비밀번호 (8자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