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기관지 진보정치] [이지안의 영화이야기③]임권택과 ‘한국적 미학’
이지안 mulu@kdlpnews.org 깐느영화제 감독상 수상. 임권택 감독이 드디어 한 건 했다. 깐느의 붉은 카펫을 또다시 밟겠노라 다짐하던 이 ‘국민감독’은 술 취한 그림의 신선, <취화선>이라는 이름의 영화로 아시아 변방에서 세계의 중심으로 등극했다. 임권택이 깐느를 발견‘한’ 건지, 깐느에게 임권택이 발견‘된’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의 깐느 수상은 역사적 사건임에 틀림없다. 더욱이 이번 수상으로 “일종의 해방감을 느꼈다”니 그동안의 부담감은 오죽했을까. “<춘향뎐>에 이어 또다시 칸에 가게 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번 영화가 기존의 내 영화와 뭔가 다른 게 있어서인 것 같습니다.” 시사회장에서 밝혔다는 임 감독의 첫마디. 다르긴 하다. <취화선>은 형식적인 면에서 그의 전작들과는 다른 행보를 내딛는다. 느릿느릿 호흡하던 그의 카메라는 장승업의 붓끝을 닮아 빠르게 흘러가고 이야기의 흐름보다는 영상의 흐름으로 미학을 만들고 있다. <서편제>와 <춘향뎐>이 소리의 영화였다면 <취화선>은 그림의 영화라 할 수 있는데, 판소리의 울림으로 스크린을 채웠던 임 감독이 이번엔 수묵화의 농담으로 화면을 채운다. 시각적인 아름다움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영화다. 그러나 왠지 따로 논다는 느낌. 임권택의 영상과 장승업의 그림은 잘 어울리지만 솜씨없는 내러티브 구성은 계속해서 잘근잘근 씹히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