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심사를 위해 근로복지공단에 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건물 밖에서 걸어오는 한혜경 모친과 이종란 노무사외 반올림 활동가 3명을 경비들이 막았다. 이들은 엘리베이터 운행까지 멈추며 공공기관에 민원 업무를 보러가는 것조차 제지했다.
한 가정이 파탄 났다. 제욱 씨의 죽음 때문이기도 하지만 삼성, 근로복지공단 측의 태도는 제욱 씨의 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제욱 씨가 사망한 뒤 가족들은 지난 1월 산업재해를 신청했지만 3월 불승인을 받았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업재해가 불승인 난 뒤 2010년 1월 행정소송에 접수한 피해자 6명, 근로복지공단 산업재해 심사청구 중인 피해자 1명, 2008년까지 제보한 피해자 15명, 2010년 5월 13일 산재신청자 5명, 故 박지연 씨 죽음 이후 피해 제보자 28명. 총 55명이다.
‘삼성 직업병 피해자 증언대회’에서는 피해 노동자들의 \'억울하고 분한\' 증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한결같이 “발암물질 노출 위험이 상존해 있는 데도 삼성은 보호구 등 안전장치도 없고, 안전교육도 한번 받지 못한 상태에서 강도 높은 노동을 강요했다”
삼성전자가 기자들을 상대로 ‘반도체 제조공정 설명회’를 개최하면서 그동안 반도체 생산라인 노동환경 의혹에 대해 사실상 전면 부정했다.
삼성을 생각한다
지난달 24일 23개월만에 경영 복귀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첫 지시가 ‘반도체 공장 증설\'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 소속 회원들은 2일 낮 12시 30분에 삼성본관에 모여 고 박지연씨 죽음에 대한 항의 퍼포먼스를 벌였다. 10여명의 반올림 회원들은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삼성본관과 삼성전자 빌딩을 돌며 고 박지연 씨를 추모하려 했지만 삼성 쪽 경비들이 막아서 퍼포먼스는 중단됐다. 경찰도 이들의 퍼포먼스가 불법집회라며 퍼포먼스를 막고 2차례 해산명령을 내렸다. 퍼포먼스가 중단되자 참가자들은 1시께 삼성본관 앞으로 이동해 마이크도 없이 약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구호도 외치지 않았지만 경은 기자회견을 연지 10분도 채 안 돼 해산명령을 내리고 7명을 연행했다. 연행된 반올림 회원들은 삼성을 향해 “박지연씨 죽음에 책임을 지라”며 격렬히 항의했다.
반도체와 전자제품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화학물질과 유독가스, 방사선을 오랫동안 써왔으면서도 정작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설비는 뒤늦게 마련했고, 소위 안전설비를 설치해도 더 빨리 더 많은 물량을 생산하기 위해 아예 안전장치를 끈 채 작업하도록 종용해왔습니다.
지연 씨가 인터뷰 내내 가장 많이 한 말은 “미안하다”였다. 그녀가 지은 죄가 무엇이기에 그렇게 미안해해야 하는 걸까. 이름만으로도 공포일 수밖에 없는 백혈병에 걸려 인생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스무 세 살의 지연 씨가 왜 ‘미안한 인생’을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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