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현장에 와야 현실이 제대로 보이며 미래를 전망할 수 있습니다. 거품부양 경기와 비효율적인 서민정책에 가리워져 안개처럼 뿌옇게 보였던 사회적, 경제적 양극화 현상이 여기 용산현장에 오면 거울을 보는 것처럼 환하게 보입니다.
장례를 치르기로 합의한 날 유족은 또 다시 오열하는데 위정자들은 미소가 만연한 얼굴로 기자회견을 한다. 기어이 가해 권력은 책임을 회피한 채 대리인에 불과한 총리의 유감표명 한 마디만 내놓았을 뿐,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다.
이번 장례를 통해 대통령과 정부가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고 용서를 구하는 진정한 화해의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열사들과 같이 저항하다 구속된 이들과 특히 고 이상림 열사의 아들 이충연 씨도 장례식에 참석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넉넉함이 있어야 합니다.
용산은 승리했다. 그래 맞다. 하지만 용산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진실은 냉동고에 여전히 갇혀 있고 용산 4구역 남일당 공간 같은 곳은 한국 사회에 민들레처럼 지천에 널려 있다. 이 나라 발길 닿는 곳마다 지옥을 개발해 떼돈을 챙기려는 욕망이 꿈틀대는 한 용산은 끝나지 않는다.
2009년 내내 망루에 오르고 있었다.수 십 년을 살아온, 수 십 년을 일해 온 무너지는 자신의 집, 무너지는 가게터 옥상에 올린 망루 위로 난쟁이와 함께 우리 모두 힘겹게 오르고 있었다.
1년이 다 되도록 장례를 모시지 못하여 차가운 냉동고에 갇힌 시신들, 구천을 떠다니실 다섯 분의 영령들…. 가시는 길이라도 편히 모실 수 있도록 정부는 상주와 구속자, 수배자를 석방해야 한다.
12월 31일 밤 용산 참사 현장에서는 “용산! 2009년 12월 32일”이라는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진상규명과 망루에서 죽은 철거민들의 명예회복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지난 10월 29일 용산참사 1심 재판에서 재판부가 검찰의 손을 들어주고 철거민 7명에게 중형을 선고한 것은 여전히 철거민들에게 멍에로 남아 있다.
고 이성수 씨의 부인 권명숙 씨는 “축하하고 즐거워야 할 성탄절에 왜 우리 유가족들은 슬프기만 하느냐”면서 “가난이 뭐 그리 큰 죄 길래 때려죽이고도 모자라 손과 발을 잘라 저희 유가족과 아이들을 왜 이렇게 슬프게 하느냐”며 눈물을 흘렸다.
노동권을 박살내려고 작심한 삽질정권의 심판을 넘어, 헐벗은 반복에서 벗어날 새로운 길을 밟으러 경인년을 만나러 가자. 호랑이와 쥐의 한 판 승부가 벌어질 신년으로 줄달음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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