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한풀이하는 대통령 정신차려라”

전교조 교사들 삭발, 역사교사들 집회, 학생들 거리행진

교육부의 엄중 대처 엄포에도, 역사 교과서를 반대하는 시국선언과 교내 1인 시위 등 교사와 학생들의 반대 행동은 더욱 늘어나는 분위기다. 서울지역 전교조 교사들은 삭발을 했고 전국의 역사교사들은 집회를 열었다. 학생들은 거리행진을 벌였다.

24일 오후 5시 서울 광화문 이순신동상 앞에 7명의 서울교사들이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길게는 한 달 이상 기른 머리를 밀었다. 중학교 <국사>·<세계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계를 바꿔, 오는 2017년부터 국정교과서를 배포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을 반드시 막겠다는 의지를 삭발로 보인 것이다.

머리 민 교사에 “선생님, 힘내세요” 시민들 응원


  이성대 전교조 서울지부장(맨 오른쪽)을 비롯해 지회장 6명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의지로 24일 삭발을 감행했다.(위 사진) 거리행진을 벌인 청소년들이 교사들의 삭발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아래 사진) [출처: 교육희망 최대현 기자]

역사교사이며 역사교과서 집필자인 임선일 전교조 서울지부 중등남부지회장은 “존재를 부정당했다. 이게 그토록 자유를 강조하던 이들이 말하는 자유민주주의인가”라고 물으며 “정부는 가만히 있으라는 데, 그럴 수가 없다. 국정화를 막기 위해 온 힘을 다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머리를 매만지던 김성보 서울지부 중등공립지회장은 “우리 선조들은 제국주의에 맞선 자랑스러운 역사를 만들었다. 독립 운동가를 테러리스트라고 하려는 교과서를 그냥 둘 수 없다”고 했다.

이미 국정교과서를 사용하는 초등 교사는 답답함을 호소했다. 김동현 초등중성북지회장은 “사회교과를 국정으로 가르치는 데 답답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대로 할 수가 없더라”고 말했다. 서기덕 사립관악동작지회장은 “아버지의 한풀이를 위해 이념전쟁, 역사전쟁을 벌이는 대통령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 며 “불의가 법을 지배하면 저항은 의무이자 신성한 권리”라고 강조했다.

교사들의 삭발식을 지켜보던 50여명의 시민들은 “맞습니다”라고 맞장구를 치며 환호를 보냈다. “선생님들 힘내세요”라는 응원도 터져 나왔다.

이날 삭발에는 이성대 서울지부장과 백인석 중등관동지회장, 문태주 초등관동지회장도 함께 했다. 이들은 삭발한 머리에 빨간색 바탕에 흰 글씨로 ‘단결투쟁’이라고 쓰인 머리띠를 둘렀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국정 한국사 교과서는 교육에 대한 사망선고”라며 “노예교육 강요하는 국정화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같은 날 오후 4시에는 전국의 역사교사들이 역사학계와 함께 서울 독립문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거리에 섰다. 역사교사와 역사교수, 연구자들이 거리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안병욱 가톨릭대 국사학과 명예교수와 이이화 시민역사관 건립추진위원장, 윤경로 전 한성대 총장 등 원로들도 동참했다.

김육훈 서울 독산고 교사(역사교육연구소장)는 “자고 일어나면 정부와 여당의 새로운 거짓말이 나온다. 국정교과서하려고 애써 거짓말을 지어내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는 것이 좋은 데 반대하기 위해 거리에까지 나왔다”며 “어떤 교과서도 주체사상을 무비판적으로 서술해 학생들에게 북한을 찬양하게 만든 것은 없다. 다양한 꿈을 가진 아이들에게 하나의 역사교과서를 가르칠 수 없다”고 밝혔다.

역사교사·학자들 이례적 집회·행진 “역사는 우리 편”

  전국의 역사교사들과 대학교수, 학자들이 24일 오후 서울 독립문 광장에서 국정화 반대 집회를 벌인 뒤 거리행진을 했다. [출처: 교육희망 최대현 기자]

이날 300여명의 참가자들은 성명서에서 “어느 정권도 역사 해석과 교육의 주체가 될 수 없고 또 되어서도 안 된다. 그들은 다만 해석의 대상일 뿐이다. 역사연구는 역사학자가 하고, 역사교육은 역사교사가 하는 것”이라며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역사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마음대로 고치기 위한 ‘역사 쿠데타’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어떤 국가나 권력도 공동체의 기억을 통제하거나 획일적 역사관을 강요할 수 없음을 분명히 선언한다. 권력이 그대들 편일지 몰라도 역사는 우리 편이다”이라며 “자유와 민주주의는 쟁취하는 것이라는 것을 4월 혁명과 6월 항쟁의 역사가 잘 말해주고 있다. 우리는 권력이 아닌 역사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학생들은 거리행진을 했다. 중·고등학생 200여명은 인사동 사거리에서 ‘국정교과서반대 3차 청소년 거리행동’을 벌였다. 중학교 역사교과서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반대하는 저마다의 이유를 쓴 피켓을 들고 광화문 정부서울청사까지 행진했다. 행진 도중 전교조 교사들의 삭발식을 본 한승준 학생(인천 진산중 2학년)은 “선생님들의 용기를 응원한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반대한다면 국정교과서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각각의 장소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 목소리를 낸 교사와 학생들은 이날 오후 6시 청계광장 옆 파이낸스 센터 앞에 모였다. 국정화 반대 범국민대회에서 한데 어우러진 것이다. 이들은 시민 2000여명과 함께 종로2가, 을지로 입구를 거쳐 시청광장까지 행진을 했다.(기사제휴=교육희망)

  삭발한 교사들과 역사교사, 청소년은 24일 오후 서울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열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범국민대회에서 한데 어우러졌다. [출처: 교육희망 최대현 기자]


  범국민대회를 마친 청소년들과 시민들이 종로와 을지로를 거쳐 서울시청 광장까지 행진을 벌이고 있다. [출처: 교육희망 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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